물, 에너지, 식량 확보에 필요한 과학적 합리성
물, 에너지, 식량 확보에 필요한 과학적 합리성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9.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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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물, 에너지, 식량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요소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요소들이 우리사회에서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감상과 억측에 휘말리면서 진실이 가려지고 이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실종되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세계적인 물 부족은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끝내는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물 부족국가로 분류돼 있으며 바다로 흘러나가는 빗물을 가두어 저장하는 일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국가사업이다.

4대강사업이 졸속이었고 사업에 비리가 개입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업 자체는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심한 녹조 현상이 문제로 나타나지만 이것은 가축분뇨와 도시폐수로 오염된 지천의 정화시설 설치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그것 봐라’ 하는 식으로 뒷짐 지고 문제만 부각시키는 것은 국가경영을 책임 맡은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 늦었지만 각 지천의 폐수처리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하고 국민이 안전한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미래사회는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5년 내에 대부분의 휘발유 자동차는 생산이 중단되고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다.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획기적인 전력생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서 수조 원을 들여 건설하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됐다. 물론 핵연료 페기물의 완전 처리방법이 아직 없어 그냥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를 생산하지 않고 비용이 저렴해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31%를 감당하고 있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국운을 걸고 연구개발해 자체기술로 발전소를 제작 설치할 뿐만 아니라 외국에 수출까지 하는 수출산업이다.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 생산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탈원전 정책은 그렇게 조급하게 시행할 일이 아니다.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계속적인 국가 발전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조심스럽게 조정해야 한다.

전력예비율 기준까지 낮춰가면서, 급전지시를 숨겨가면서 여론몰이를 하기 보다는 세계의 에너지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가기에는 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우리에게 너무 부담이 크고 경제 절벽으로 가는 위험한 길이 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구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식량수요의 증가 등으로 2050년에는 지금보다 1.7배의 식량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세계 식량생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 요구를 충족하려면 생명공학기술에 의한 정밀농업이 현재로는 유일한 대안이다.

다행히 생명공학 신품종(GMO)의 안전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확인됐고 20년째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이다. GM콩과 옥수수를 수입해 식용유, 간장, 전분당 등을 만들어 식품재료로 쓰고 있다. 이들 소재는 변형 DNA 유래 물질이 최종제품에 남지 않으므로 분석이 불가능해 현행법상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알권리 요구대로 현행 GM표시제도를 확대하면 시중에 판매되는 거의 모든 식품에 GM표시가 붙게 된다. 지금 같이 국민 대다수가 GM식품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판매되는 식품 대부분에 GM표시가 붙으면 광우병대란보다 더 큰 식량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이 사태를 막을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 그동안 방치된 허위사실 유포로 잘못 교육된 국민을 재교육해야 한다.

감상과 신조에 매몰돼 과학을 부정하는 반대론자들의 무책임한 외침보다는 합리적이고 입증된 과학계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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