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 ‘나를 밟고 일어서라’… 절망 끝에 핀 성공스토리

디딤, 외식업계 세 번째 코스닥 상장… 이범택 대표 “한식세계화, 헛된 꿈 아냐” 김상우 기자l승인2017.09.08l9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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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디딤의 인천 송도 복합매장에서 만난 이범택 디딤 대표이사는 코스닥 상장을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한식 전문기업이 되겠단 포부를 밝혔다. 사진=이종호 기자 ezho@

지난달 31일 디딤이 코스닥에 첫 발을 내딛었다. 국내 외식업체 중 주식시장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기념비적인 쾌거다.

이범택(45) 디딤 대표이사는 코스닥 입성을 시작으로 외식업의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보여주는 롤모델이 되겠단 각오다. 종잣돈 4천만 원을 가지고 가게를 차렸던 20여 년 전 그 마음을 간직한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한식 전문기업이 될 것이란 확신이다.

이 대표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청년층의 자조를 대변하는 단어인 소위 ‘흙수저’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동네 헬스장의 트레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친구가 포장마차 동업을 제의하자 별다른 생각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만 해도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었지 외식업이 평생을 같이 할 천직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외식과의 만남, 쓰디쓴 실패

첫 사업이었던 포장마차는 잘됐다. 1992년, 공사장 막노동 일당이 3만 원이었던 시절에 하루 6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주민 신고로 무허가 장사는 3개월 만에 끝이 났다. 이 대표는 다시 헬스 트레이너로 돌아갔지만 첫사랑과도 같았던 외식업과의 추억을 잊지 못했다.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 만으로 실내 포장마차를 차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가 부족했다. 음식 맛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 대표는 “서빙은 자신 있었지만 음식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보니 치고나갈 동력이 부족했다”며 “제대로 음식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20대 후반까지 여러 식당을 다니면서 주방 경험을 쌓았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1999년에 모친의 퇴직금 2천만 원과 자신이 모은 돈 2천만 원을 보태서 한식전문점 ‘고향산천 대나무집’을 차렸다. 대나무 밥과 대나무 삼계탕, 대나무 냉면 등 대나무를 활용한 건강식 메뉴를 내세웠다.

사업은 번창했다. 그때만 해도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한 사례가 많지 않았던 터라 입소문을 타고 고객 줄이 끊이질 않았다. 장사가 잘 되면서 여기저기서 가맹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이 대표는 “돈 좀 벌었다고 자만심이 가득했다”며 “프랜차이즈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350평의 식재 공장까지 인수했지만 결국 큰 탈이 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장 인수 후 당시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해썹(HACCP) 시스템까지 갖추는 등 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식재 납품처의 악성미수금이 차곡차곡 쌓여만 갔고 프랜차이즈 사업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가맹점의 표준화된 맛과 서비스 구현 등 시스템의 기본을 숙지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사업을 전개한 것이 결국 큰 화를 불러온 것이다.

나중 공장 운영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를 막기 위한 제 살 깎아먹기가 이어졌다. 제3금융권까지 손을 내미는 악순환을 거듭한 끝에 사업을 모두 정리하니 28억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래도 가게 하나만은 팔지 않았다. 마지막 자존심인 이 가게만은 살려야한다는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재기에 성공, 안주하지 않다

남은 가게 하나만으로 겨우겨우 버티던 시절, 2008년의 미국산 소고기 파동은 전혀 뜻하지 않은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에 소고기는 물론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까지 눈총을 받을 때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콘셉트로 나서야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절박함에 ‘마포갈매기’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마포갈매기는 순식간에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달라는 요청이 또다시 쇄도했다. 쓰디쓴 실패를 맛본지라 손사래 칠 법도 했지만 이 대표는 실패를 경험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에 도전한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본사 이익이 덜하더라도 가맹점 이익이 극대화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디딤은 ‘디딤돌인 나를 밟고 일어서라’는 뜻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맹점주의 성공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어느새 성공한 프랜차이즈라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환하게 웃었다.

마포갈매기는 가맹점 430개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도 256개의 매장을 운영할 만큼 장수 브랜드로 명성을 떨치는 중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마포갈매기가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그는 “그렇게 잘 나가던 프랜차이즈들이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이래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마포갈매기도 트렌드의 변화와 고객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면 쇠락할 것이 분명하나 가맹사업 특성상 브랜드 리뉴얼을 내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의 지속성과 성장성을 모두 가지고 갈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고 결국 높은 진입장벽에 20년 이상을 끌고 갈 수 있는 직영 모델이 답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31일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디딤이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디딤 제공

신성장동력 발굴, 상장 도전

이 대표는 결론이 나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한식전문점 ‘백제원’, 일식점 ‘도쿄하나’, 이탈리아 레스토펍 ‘풀사이드228’, 제주돼지전문점 ‘한라담’, 건강 한상차림 ‘더반상’, 전통 평양냉면전문점 ‘피양면옥’ 등 심혈을 기울인 브랜드들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건물 하나에 여러 브랜드들이 들어간 복합 매장을 선보인 것이다. 각 층마다 다른 브랜드를 입점 시킨다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할 수 있고 충성고객 확보도 용이할뿐더러 홍보 효과도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현재 디딤은 이러한 복합매장을 서울 등촌동과 인천 송도, 경기 부천 등 3개를 운영 중이다. 복합매장은 초기 투자비용 250억 원의 리스크가 모두 사라질 만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면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매장도 선보일 수 있다”며 “직영사업을 한창 전개하고 있을 때 몇몇 직원이 회사가 망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재무 건전성을 훼손시킬 무리한 투자는 아니었다. 회사 이익이 좀 덜 하더라도 미래 먹을거리 발굴이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고 강조했다.

▲ 수영장이 갖춰진 풀사이드228 매장 모습.

디딤은 2015년부터 직영사업이 전체 사업 순이익의 54%를 차지하더니 지난해는 순이익 86%를 차지할 정도로 신성장동력 개척에 성공했다. 디딤의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58억2100만 원, 영업이익 9억9500만 원, 당기순이익 6억2800만 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8%, 당기순이익은 13.6% 증가했다.

이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직영 사업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고급 포차 콘셉트 ‘미술관’, 생선조림 전문점 ‘고래식당’, 감자탕 전문점 ‘고래감자탕’ 등의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보였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코스닥 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이 대표는 “회사 자본으로 직영 복합매장을 오픈하기에 엄연한 한계가 있었다”며 “1년에 매장 하나 오픈하기에도 벅찰 정도면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 증시 상장으로 이 문제를 돌파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원대한 꿈 ‘한식세계화’ 걸머지다

과연 상장이 가능하겠냐는 동종업계 의구심은 결국 한화ACPC스팩과의 합병으로 인한 우회 상장으로 극복했다. 이 대표가 스펙 상장을 택한 것은 2~3개월 만에 상장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에 가장 적합한 코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60억 원가량의 투자금은 현재 디딤의 성장세와 비교했을 때 다소 아쉬운 결과지만 나중 우수한 기업평가로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1개당 40~50억 원이 소요되는 직영 복합매장 출점에 쓰일 것”이라며 “만약 직영 사업 없이 프랜차이즈만 가지고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나라만의 빠른 외식 트렌드 주기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외식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두드려라!'
이범택 대표이사가 북을 치면서 디딤의 코스닥 입성을 자축하고 있다.

디딤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사업의 안착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에도 속도를 붙인다는 청사진이다. 디딤은 2015년 중국에 첫 해외 매장을 냈지만 파트너의 잘못된 선택으로 큰 손실을 입고 물러났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디딤이라는 여전한 신념으로 곧장 홍콩에 매장을 내고 조기 안착했다.

지금은 미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 각 국에 속속 매장을 내는 중이다. 오는 2021년까지 14개 국가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겠단 포부다.

이 대표는 “최근 외식업체의 증시 상장 도전은 업계 전체로 봤을 때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미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외식업은 다소 평가 절하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도전에 나서야 하고 디딤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명 경영과 도전 경영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한식세계화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 한식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디딤이 한식세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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