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트럼프 ‘한미FTA 폐기 없다’ 안도
식품업계, 트럼프 ‘한미FTA 폐기 없다’ 안도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09.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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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 한미FTA 폐기보다 재협상

국내 식품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미FTA 개정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한미FTA 폐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폐기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폐기보다는 재협상에 무게를 싣고 있는 모습이다. 

FTA 폐기 시 가격 경쟁력 하락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국내 식품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그동안 받았던 관세 혜택이 사라져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양국에 적용되던 우대관세율은 협정 발효 이전으로 돌아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수준이 된다. 이럴 경우 한미FTA의 저·무관세 혜택을 보기 어렵게 된다. 실제 FTA 효과를 내세운 미국산 식품의 점유율은 무섭게 상승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3월 한미FTA 발효 이후 국내 미국산 원료 등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8.5%에서 지난해 10.6%로 올랐다. 이 기간 식물성 유지와 커피류 수입 증가율은 각각 80.4%와 84.8%로 급증했다. 오렌지(42.4%), 과실류(21.9%)도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수입도 크게 늘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에서 수입된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은 총 242만4천t, 금액으로는 30억2100만 달러였다. 이는 수입국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이고 미국 전체 수입금액(301억 달러)의 약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오렌지와 체리, 자몽, 레몬 등도 대부분 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전체 수입 오렌지 판매 중 미국산은 95.9%에 달했고 체리는 70.6%, 자몽은 98.0%, 레몬은 99.6%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의 시장 확대가 눈에 띈다. 지난해 15만6천이 수입돼 전년 대비 46.5% 증가, 2012년(9만6천t)과 비교하면 약 65%나 올랐다. 시장 점유율도 48.4%에 달한다.

미국산 소고기의 이같은 시장 확대는 FTA에 따른 관세 인하의 영향이 컸다. 발효된 첫해인 2012년에는 37.3%의 관세율이 적용됐지만 지난해에는 26.6%까지 내려갔다. 2026년에는 관세율 0%로 무관세가 된다. 낮은 생산 원가에 관세 혜택까지 더해져 미국산 소고기는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낮은 가격에 업체들 선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사의 자료를 보면 지난 6일 기준 한우갈비 100g(1등급) 소매가격은 5307원인 반면 미국산소갈비 100g(냉장)은 2590원에 그쳐 한우의 절반 수준이었다. 무관세가 되면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미국 농식품은 가정 식탁은 물론 B2B 사용량이 증가 추세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콘셉트의 매장이나 푸드 트럭에서 주로 쓴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불경기에 저렴한 메뉴를 내놓기 위해서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저렴한데다 맛도 나쁘지 않고 소비자 거부감도 별로 없어 만족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미FTA가 폐기되면 미국산 소고기의 관세율은 종전의 약 40%로 올라가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미국산 밀가루와 콩, 욱수수를 많이 사용하는 식품 업체도 FTA 폐기로 인해 관세율이 다시 높아지면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럴 경우 소비 감소 등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미 FTA가 실제로 폐기되거나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이 되면 식품업계는 물론 전반적인 산업에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경제계에서는 한미FTA 폐기보다는 재협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과의 FTA 합의에 대해 일부 수정하고자 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폐기보다 미국 측에 유리하게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발언은 유리한 협상을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재협상 중이므로 결과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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