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의 단체급식 발언, 부실한 자료 출처는?

김상우 기자l승인2017.09.08l9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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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갑작스런 국내 급식시장 실태 조사에 언론의 눈길이 한데 모였다. 간간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밥그룻 빼앗기란 소재부터 학교급식 조리원 파업이라든지 불량 급식 등에만 귀를 기울였던 언론이 어인 일로 단체급식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 총리는 대기업의 국내 단체급식 시장 장악률이 80%에 이른다며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총리실은 국내 단체급식 시장이 5조 원 규모로 4조 원을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으며, 나머지 1조 원 시장을 위해 4500여 개의 중소기업이 각축전을 벌인다고 거들었다.

총리실의 이러한 설명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국내 급식시장 규모가 과연 5조 원밖에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대기업이 8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까. 순수 단체급식만 영위하는 중소기업이 과연 4500여 개나 된단 말인가.

그동안 기자가 알던 정보와는 동떨어진 정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유력 언론사가 첫 보도를 한 이후에 숱한 매체들이 별 의구심 없이 똑같은 내용을 전했다. 

지난 2013년 본지가 단독 보도한 DSRI경영컨설팅그룹과 세종푸드서비스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급식시장은 18조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통상 급식시장 범주에 집어넣지 않는 기숙학원 등 범위를 다소 확대한 것이 아니냔 업계 반응이 있었으나 위탁 가능한 시장을 6조 원으로 잡고 있어 얼추 들어맞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급식시장은 약 14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직영규모가 60% 정도며 위탁이 40% 정도가 되지 않겠냔 중론이다. 대기업 계열 5대 급식업체의 사업보고서만 보더라도 급식사업 매출을 모두 합산할 경우 총리실이 주장한 4조 원에는 한참 부족한 숫자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총리실에 문의하니 기대에 부응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보실은 자신들이 발표한 일도 없고 그런 자료를 인용한 적도 없다며 다른 부서가 발표하지 않았겠냐며 전화를 돌린다. 공무원들의 습성인 일명 ‘뺑뺑이’가 시작된 것이다. 역시나 돌려받은 전화에서도 담당자는 전혀 모르겠다며 타 부서로 문의하라는 뺑뺑이가 이어진다. 의미가 없겠단 생각에 관련 내용을 직접 조사해보니 A매체의 추정을 총리실이 사실인 마냥 그냥 쓴 것으로 보여진다. 

불확실한 정보는 그렇다 쳐도 이 총리의 문제의식도 심각하기 짝이 없다. 정부세종청사 입찰과 관련해 일부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쏟아지자 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으로 바라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입찰 참여 기준을 완화해 2019년까지 3년 한시로 1천 명 이상 구내식당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재허용했다. 정부가 직접 만진 규제안을 1년도 못돼 다시 만지겠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캡티브 마켓도 마찬가지다. 몇몇 대기업의 캡티브 마켓 비중이 절반 이상에 이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절반을 넘지 않는다. 캡티브를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차원에서 해석한다면 그룹사의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 정당하다 봐야할지 모호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국내 급식시장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심도 있게 살펴본다면 이런 경솔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3500원의 낮은 식단가에서 고품질 서비스를 바라는 정부세종청사와 같은 공공기관의 민낯이 문제가 아닐까.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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