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소금,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렸다?
설탕과 소금,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렸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10.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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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정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강사

정희정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강사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의식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근대 이후 식생활의 일부를 제외하고 의생활과 주생활 대부분 산업화돼 개인과 가정의 손을 벗어났다.

이제 우리는 굳이 베를 짜고, 옷을 마르지 않아도 언제든 옷을 살 수 있으며 집도 만들어진 집을 이용하고 수리할 곳이 생기면 전문 인력의 도움으로 고친다. 

그리고 두 가지 영역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구매하는 빈도도 그리 높지 않아 계절 단위이거나 일생 중 몇 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는 이제 우리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식생활의 일부만 남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식사를 직접 만들지 않고 사서 먹더라도 너무 많은 선택 앞에 한 개인은 이제까지 습득한 모든 지식을 동원해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사람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매스미디어도 끊임없이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매스미디어에서 먹을거리를 다루는 정보가 정확해서 일반인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때로는 잘못된 지식이나 왜곡된 정보로 사회에 혼란을 주고 있다. 독자와 시청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과 흥미가 가득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보니 어느새 먹을거리 정보에 ‘만들어진 전통’과 ‘유사과학’이 더해지는 듯하다.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으면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이 식품은 실제 상당히 복잡한 화학물질의 구성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몸은 더욱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먹는 문제가 어려운지 짐작도 못할 정도인데 매스미디어가 복잡한 문제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단순화시키는 과정에 흔히 오류가 생기곤 한다. 

대표적인 예가 흰쌀 또는 밀가루, 설탕, 소금이다. 전통의학서에서 조화로운 식품이라고 했던 흰쌀과 조선시대 귀하디귀해 참기름처럼 진짜 가루, 진말(眞末)이라고 불리었던 밀가루는 이제 매스미디어에서 마치 먹으면 큰 일이 날 것처럼 다루고 있다. 

심지어 밀가루보다 더 귀해서 중국 사신이 조선에 보내온 선물이자 약이었던 설탕, 그리고 화폐이기도 했던 소금은 오늘 온갖 병의 원인으로 찍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식품이 귀했을 그때는 옳았고, 흔해진 지금은 틀린 것인가? 그 물질들은 그대로인데 섭취량, 함께 먹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 등을 적당히 무시하고 현대인들을 모두 병이 있는 상태, 또는 유전적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에 취약한 상태로 가정하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통 건강한 인체의 능력과 인체와 식품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이다. 

여기에 매스미디어의 전문가에 대한 활용 시스템이 취약하거나 때로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통하는 무책임한 관행도 한몫한다. 

개인이 많은 정보 속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인체와 음식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충분히 습득돼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 행해지는 교육이 좀 더 중요하게 인식되길 바란다. 

지금 인류는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로 갈 수도 있고 인공지능으로 바둑도 두지만 김치와 청국장에 관여하는 미생물을 정확하게 모두 알지 못하며 바게트의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을 과학적으로 다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미지의 영역이 있다면 그건 우리의 인체와 식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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