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의 불법파견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1월 9일까지 제빵기사 5309명에 대한 직고용을 골자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해당일까지 대규모 인력에 대한 직고용이 사실상 쉽지 않은 만큼 시정명령을 오는 12월 14일까지 한차례 연장해주기로 했다. 그간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제빵기사를 고용한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제빵기사를 공급받았다. 도급은 일감을 주는 도급인이 일감을 받는 수급인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현재 제빵기사들은 협력업체의 지시만 따를 수 있다.
이번 문제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를 포함한 4자 관계(가맹본부, 가맹점, 협력업체, 제빵기사)에 대해 노동부가 제빵 업무를 파견근로대상 직종이 아니라 판단하면서 불거졌다. 즉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에 대해 지휘·감독(제빵기사들의 출근시간 조정, 메신저 지시 등)을 했기 때문에 파리바게뜨가 직접 사용자가 아닌 파견법상 사용 사업주에 해당한다며 불법파견(파견법 제6조의2 제1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이러한 처분은 파리바게뜨뿐만 아니라 여타 베이커리 브랜드는 물론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기사, 외식 프랜차이즈, 식음료, 단체급식까지 언제라도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높였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들을 직고용할 경우 인건비로 연간 약 600억 원을 지출해야 한다. 이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지난해 영업이익 665억 원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직고용을 하지 않고 과태료를 내게 되면 제빵기사 한 명당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돼 총 530억 원 이상을 물어야 한다.
파리바게뜨는 유력 대안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 제빵기사 파견 협력업체 등 3자가 제빵기사를 관리하는 합자회사 설립 추진을 검토하는 중이다. 가맹본부가 합자회사 설립에 참여하더라도 가맹본부는 합자회사와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고용 형태가 아닌 셈이다.
합자회사의 자본금은 1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 3400개 가맹점주들이 10만 원씩 출자해 3억4천만 원을 분담하고 나머지 자본금은 가맹본부와 협력업체가 내는 방식이다. 합자회사를 설립하게 된다면 합자회사 소속 제빵기사들은 본사가 아닌 합자회사에게만 업무 지시를 받는다.
가맹본부는 합자회사와 ‘품질위원회’와 같은 별도 창구를 만들어 품질·위생관리, 직원 교육 등을 시행하게 된다. 하지만 합자회사 설립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빵기사들이 직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야만 해 뚜렷한 돌파구가 아니란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합자회사 설립은 시정명령과 관련이 없다”며 “해당 근로자들이 합자회사에 가겠다고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만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직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동의는 가맹본부, 가맹점, 협력업체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파리바게뜨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공동의 문제라며 행정심판소송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법률전문가들은 소송으로 갈 경우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합작사 설립과 소송 등 많은 얘기가 오르내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원·하도급 간 불법파견 법리를 전혀 다른 산업인 프랜차이즈 업종에 확대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실제 제빵기사는 가맹점에서 가맹점주 지시대로 일하는데 이러한 상식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약 당사자도 아닌 제3자에 불과한 파리바게뜨 본사가 불법파견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