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 색깔·소리·환경에 영향 받아’
‘음식 맛, 색깔·소리·환경에 영향 받아’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11.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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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생활문화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 성료 … 아시아 식문화 연구 및 현주소 탐색
▲ 한국식생활문화학회가 ‘2017 제64차 추계 국제학술대회 및 제7차 아시안 푸드 스터디 컨퍼런스(Asian Food Study Conference, AFSC)’를 지난 3~4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었다. 사진=이원배 기자 lwb21@

㈔한국식생활문화학회(회장 조미숙)가 ‘2017 제64차 추계 국제학술대회 및 제7차 아시안 푸드 스터디 컨퍼런스(Asian Food Study Conference, AFSC)’를 지난 3~4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아시아 음식의 문화와 기술을 말하다(Toward Convergence of Culture and Technology in Asian Food)’라는 주제로 세계적인 석학의 수준 높은 기조 강연과 논문 발표, 특강 등이 진행됐다.

음식 맛에 대한 색깔과 소리,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의 상관 관계 연구로 유명한 실험심리학자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 영국 옥스퍼스대 교수가 ‘가스트로피직스: 식에 대한 새로운 과학(Gastrophysics : The new science of eating)’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펼쳐 호응을 받았다.

“컬러와 소리, 음식 맛에 영향”
스펜스 교수는 색깔은 물론 소리, 환경 등이 맛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5만 명이 참여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결과를 보면 지역과 문화 차이 없이 빨간색 음료가 가장 달 것이라고 느꼈다. 그는 음료 업체가 빨간색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펜스 교수는 또 하나의 실험 사례를 소개했다. 실험자에게 위스키와 연필을 제공하고 풀이 있고 수풀 어우러지는 방과 빨간색과 짤랑짤랑 소리가 나고 단맛이 강조된 방, 마지막은 나무로 만들어진 방에서 각각 위스키를 마시고 채점하게 했다.

그 결과 1번은 수풀의 맛, 2번은 단맛, 3번은 나무 향이 살아있다고 답했다. 그는 “똑같은 위스키가 장소에 따라 다른 맛이 났다는 실험 결과로 어디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화가 칸딘스키의 작품을 본뜬 샐러드 요리를 대상으로 맛과 지불 의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같은 음식이지만 칸딘스키 스타일 요리에 두 배 더 많은 지불 의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같은 음식이라도 플레이팅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연구를 ‘가스트로피직스(미식물리학)’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같은 음식도 어떤 접시에 담기느냐에 따라 기대 맛이 달라지고 1~2%의 차이로 더 달게 느껴질 수 있다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병원과 레스토랑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실제 영국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음식을 잘 먹지 않아 파란색 접시로 바꾸자 섭취량이 크게 증가했다.

스펜스 교수는 “이같은 연구 결과는 일상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며 “그런 의미에서 미식물리학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조영광 교수 “중국 육식 증가세는 문제”
이어 조영광(Zhao, Rongguang) 중국 절강공업대 교수가 ‘스시-스시: 21세기 중국 식생활의 기본이 되다(Shushi-sushi : Going to be the Basic Feature of Chinese Way of Dietary Life in 21st Century)’에 대해 설명했다.

조 교수는 최근 중국인의 변화된 식생활에 대해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세미 채식(반 채식)을 해왔다. 이는 채식에 대한 선호라기보다는 식재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불가·도가 사상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중국에서 지배적인 식생활이었던 세미 채식은 오늘날 유지되지 않으며 육식 위주의 식단이 성행하고 있다.

중국인의 육식 소비 증가는 많은 환경적인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1인당 평균 경지 면적은 점점 더 제한돼 가고 있고 배불리 먹는 일은 환경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 육식을 계속 늘려 가면 자연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육식은 필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중국 당국도 고민 중인데 인구는 많고 토지 등 모든 게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중국에서 채식은 사치가 아닌 저렴하고 실천하기 쉽고 친생태 문명임을 강조해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식이 좋으니 육식을 하지 말라는 주장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더 안전한 음식이라는 측면에서 (채식)음식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억(Kim, Kwang Ok) 중국 산둥대 교수는 ‘테이블에서 입으로: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인류학적인 관찰(From Table to Mouth : An Anthropological Observation of How to Eat)’을 통해 한중일의 식문화를 비교하고 최근의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한·중·일의 전통 식문화를 비교하며 각 나라의 고유한 식생활 습관과 인식이 세계화, 산업화 등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라이제이션(지구화)과 세계적으로 문화가 섞임에 따라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먹는 식생활로 바뀌고 있다.

식문화가 확대되면서 전통과 현대라는 개념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세계화를 통해 이런 다양한 문화와 음식문화도 함께 교류되고 있다. 중국은 전통 음식과 서양 음식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지방에서의 식사풍토와 도시의 식사풍토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스테이크와 중국 음식이, 젓가락과 숟가락, 포크가 함께 식탁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식사풍토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그 이면에 사회적인 변화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변화를 의미 한다”며 “한국은 음식이 간소화하고 양도 줄어드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젊은 사람들의 인식에 식생활이 많이 달라지고 있어 새로운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미나미 교수, 향토 음식 활성화 방향 제시
나오토 미나미(Naoto Minami) 일본 교토 타치바나대 교수는 ‘현대 일본의 지역 음식 프로모션-전통, 경제, 기술(Promotion of Regional Food in Contemporary Japan- Tradition, Economy, Technology)’에 대한 강연으로 향토 음식 활성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미나미 교수는 향토음식의 진흥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미나미 교수에 따르면 향토음식은 최근 세계적으로 많이 재조명되는 부분이고 문화와 연계성이 깊다. 뿐만 아니라 경제·기술적인 면과도 연관이 있고 이제는 외식업이 관광업과도 긴밀한 연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경제 침체기를 보내면서 농어업 규모가 작아지자 정부가 향토 음식의 진흥을 통한 지역 발전에 나섰다. 일환으로 일본 농림수산성은 2007년 향토 요리 100선을 발표했다. 또 향토음식 진흥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 활동과 새로운 향토 음식 개발 등을 진행했다.

일본의 전통 의례 식문화인 ‘혼코 퀴진’ 진흥에 나서고 있으며 홋카이도의 ‘아이누 퀴진’도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기술이 전통음식의 현대화를 촉진할 만큼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고 대량 생산이 큰 공헌을 했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더 쫄깃한 식감의 사누끼 우동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부 학자는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면서 “현재에 맞게 변형된 전통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인류학자인 함한희 전북대 교수는 ‘UNESCO의 무형 문화 유산으로서의 푸드 웨이에 대한 보호 조치(UNESCO's Safeguarding Initiatives on Foodways as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강연에서 식문화의 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해 색다른 관점을 보여줬다.

함 교수에 따르면 음식문화는 전체적인 기술과 에티켓, 전통을 다 포함하며 영양 제공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역 음식은 상징적이고 예술적으로 신성한 의미로 축제에 사용되기도 한다.

함 교수는 “전통음식 문화를 보존하는 것은 특정 미식가의 허세와 변덕의 문제가 아닌 지역과 관습 문화, 의식적이고 영적인 여러 행동이 이어져 있는 국가 정체성과 연관된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세바스찬 리(Sebastien Le) 교수는 수학적인 실험을 통해 얻은 ‘기본 취향의 매핑을 통한 요리 문화 정의(Defining Culinary Culture through a Mapping of the Basic Tastes)’라는 연구 발표로 식문화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해 축사에 이어 끝까지 강연을 경청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AFSC는 7년 전 조영광 교수 주도로 설립돼 아시아 음식연구자들이 모여 토의하고 연구하는 단체다. 초기에는 중국에서 개최했지만 이후 태국과 일본 등에서 열렸고 태국 공주가 이 학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공자의 고향인 중국 곡부(취푸)에서 공자 집안의 제례와 음식을 재현하는 행사와 함께 이 학회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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