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찰스 스펜스 옥스퍼드대 교수
특별 인터뷰│찰스 스펜스 옥스퍼드대 교수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11.10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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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듣고 보는 것이 맛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음식인데 기내식이 맛없게 느껴진 경우가 있다면?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 옥스퍼드대 교수<사진>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경우는 사실일 확률이 높아진다. 비행기의 심한 엔진음이 음식의 맛을 떨어트린다는 게 스펜스 교수의 주장이다. 반대로 좋은 환경에서 적합한 음악과 소리를 듣는다면? 물론 맛이 더 좋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스펜스 교수는 색깔이나 소리(음악), 주변 환경 등의 조건에 따라서 음식과 맛에 대한 느낌과 선호가 달라진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이같은 연구는 그의 ‘Gastrophysics(미식물리학)‘이라는 용어에 담겼다. 미식과 심리물리학에서 빌려온 가스트로피직스를 통해 스펜스 교수는 최상의 맛을 제공하는 조건과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식품·외식산업은 물론 건강식 제공이 중요한 병원 등의 급식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펜스 교수는 심리학자로서 늘 소리 등에서 영감을 받았고 심리학을 현실에 적용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2003년 탐구심이 많은 셰프를 만나고 다양한 음식 관련 행사를 접하면서 가스트로피직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음식 섭취는 미각은 물론 시각, 청각, 후각 등 복합적인 감각이 작용하는 과정이라며 감각의 상호 작용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음식이 다중적인 문화를 필요로 하고 환경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감각을 받는 분야”라며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이 맛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이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식품·외식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맛에 영향을 끼치는 다층적인 요소들을 분석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음식은 아주 오랫동안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요즘은 생존을 넘어서는 다양한 욕구가 생겼다. 우리가 무얼 먹는가도 사회적 활동이다. 소리가 중요하지 않다면 바삭 소리가 나지 않는 눅눅한 감자칩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가 기초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색깔과 소리 등은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다. 맛에 대한 철학적인 논란은 현재도 있다. 예로 소리는 단지 소리일 뿐인가? 맛의 일부라고도 하기 어렵지만 완전 구별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는 가스트로피직스 연구는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직관적으로 적용하는 업체도 있다. 예로 창문이 없고 시끄러운 음악이 있는 곳은 술 판매를 촉진시키는 데 ‘하드록카페’는 이같은 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점심에는 빠른 음악으로 저녁은 좀 느릿한 음악 등으로 조절을 하면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 호텔은 같은 공간을 아침, 저녁, 혹은 식사 시간 때마다 벽의 색을 바꾸거나 배경에 변화를 주면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먹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끔 하고 있다.

스펜스 교수는 조만간 한국에서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한국어판에는 좀 더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다. 그의 논지인 ‘메모리 밀’, 이른바 기억에 남는 식사에서 색과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담았다. 또 한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먹방’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귤에 잎사귀 하나가 붙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이유 등도 담았다.

스펜스 교수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국을 다시 찾아 가스트로피직스에 대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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