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리학회 2017 제76차 정기추계국제학술대회
㈔한국조리학회 2017 제76차 정기추계국제학술대회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11.20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 산업혁명 속 외식의 역사·지역·건강성 집중 조명
▲ 한국조리학회가 지난 11일 제76차 정기추계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원배 기자, 한국조리학회 제공

㈔한국조리학회 2017 제76차 정기추계국제학술대회 개요

주제 : 한국음식·조리·식품·역사를 재조명한 4차 산업혁명 속에서의 식품문화 전략
일자 : 2017년 11월 11일(토)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기조 강연
김상보 소장(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
조선시대 밥상차림의 재발견과 외식차림의 나아갈 방향

이언 교수(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How Atifical Intelligence Could Change The Future of Hospatal, Food and Healthcare

이미화 교수(일본 오사카 세이케이대)
한국 외식 브랜드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없는 이유

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음식은 생명이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Batsukh 교수(Mogolian University)
‘Mongolian Functional Foods of the Unforgotten Ancestor: 몽고 전통음식이 세계 음식으로 나아갈 방향’

오영주 교수(제주한라대)
Immigrant in Jeju Island at 13~14th C, Migrant to Japan at 20th Century and Jeju Food Culture

㈔한국조리학회(회장 나영아)는 제76차 정기추계국제학술대회를 지난 1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는 ‘한국음식·조리·식품·역사를 재조명한 4차 산업혁명 속에서의 식품문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려 전통음식, 인공지능, 사찰음식, 이주식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은 전통적인 상차림의 특징과 의미를 설명하고 현대 외식에서 적용 방법을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선구적 사례인 길병원 ‘왓슨’을 중심으로 AI의 현황과 식품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소개됐다.

이미화 일본 오사카 세이케이대 교수는 일본에 진출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한국 외식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학계·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찰음식의 특징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현대 식습관 개선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Batsukh(바츠크) 몽골대 교수는 몽골 전통음식이 발전할 방향을 제시해 한식 세계화에 영감을 줬다. 또 제주 음식의 이주 역사성에 대한 고찰은 새로운 시각의 연구 성과를 보여줬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이사, 진양호 한국조리학회 고문, 채규진 한국외식경영학회장 등의 외빈이 찾았다. 특히 김영록 장관은 식품·외식관련 학술대회를 처음 찾아 관심을 나타냈다.

▲ 제76차 정기추계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과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이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원배 기자, 한국조리학회 제공

김 장관은 “이 자리가 식품외식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고 산·학·연 협력과 논의를 활성화하는 장이 되기 바란다”며 “미래유망식품 분야를 적극육성하고 창업 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현실·가상 세계의 붕괴, 즉 초연결성으로 이제는 음식과 조리·식품은 물론이고 영양·의학·IT에 이르기까지 초연결성을 통해 융·복합화하는 학문이 만들어 져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더 의미가 크고 진일보된 알찬 내용들이 많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 한정식 일제시대 산물, 조선시대 상차림 배워야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은 고문헌에 나타난 조선시대 왕가·사대부의 밥상 차림을 소개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조선은 성리학의 시대로 음·양의 질서, 예를 강조했고 예를 바탕으로 검소와 겸손을 강조한 상을 차렸다.

김 소장은 성종 때 신숙주가 일본 사신 대접을 위해 지은 ‘해동제국기’의 차림법을 들었다. 해동제국기를 보면 외국 사신이라 하더라도 가장 고위층인 정사·부사·정관에는 아침·저녁엔 7첩상을, 점심에는 5첩상을 제공했다. 7첩상에는 밥과 갱, 장, 5가지의 반찬을 올렸다. 고위층 외국 사신이지만 상차림은 소박했다.

또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위해 마련한 상차림 등 행사 전반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보면 정조는 행사 내내(8일) 밥, 탕, 자반, 침채, 편육, 구이, 조치 등으로 차린 7첩상을 받았다. 왕의 잔칫상도 소박했다.

조선말기나 일제시대를 거치며 상차림이 화려해졌다. 1919년 1800년대 후반 양반가의 상차림 구술을 기록한 ‘시의전서’를 보면 7첩상이라고 해도 해동제국기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7첩상보다 5첩이 많다. 시의전서에서는 국, 조치, 김치 등을 첩수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시의전서 지은이와 내용이 불명확해 조선시대 반가의 음식문화를 대변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시의전서를 규범으로 삼고 일제시대를 거치며 한정식에 대한 왜곡이 굳어지면서 ‘상다리가 부려지게 차리는’ 한식상차림이 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기존의 한정식 차림은 전통이 아닌 최근 100년 동안 진행된 결과물이라고 지적하며 화려한 차림은 외식산업에서 가치를 저하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한정식은 너무 많은 차림으로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제값을 받기 어려움이 있다”며 “조선시대 상차림인 2, 3, 4첩상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된 한정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왓슨’ 진단부터 맞춤형 환자식 제공까지
이언 교수(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는 길병원에서 운영 중인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도입 배경과 현황을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왓슨을 활용해 시각 장애인 안내견 교육을 하자 졸업률이 20% 이상 증가하는 등 효과적이었다.

길병원은 왓슨 도입 후 기존의 일방성이 강했던 진료 관행과 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 환자에 제공되는 정보량이 늘면서 의사와 환자 간의 쌍방향 대화가 증가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공유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상황에 맞는 메뉴를 권유 받을 수 있고 이는 환자식에도 전용될 전망이다. 예로 질병을 입력하면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알려주는 방식이다. 일종의 ‘아이비엠 셰프’라고 할 수 있다. 왓슨과 같은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건강에 좋은 메뉴 선택 등 식생활 관리도 가능하다.

“외식 진출, 일본 문화 공부가 먼저”
이미화 일본 오사카 세이케이대 교수는 일본에 진출했던 국내 외식업체의 실패 사례를 살펴보며 성공적인 진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일본에 진출했던 많은 한국 외식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에 대한 이해 부족, 부정확한 목표와 목적, 잘못된 마케팅 전략이 실패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해외 시장에 대한 다출점 지향을 우선해 진출 목적이 불분명하고 상권 분석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성공적인 일본 진출을 위해선 우선 일본인만의 독특한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을 상징하는 말은 ‘화(和, 와)’로 일본음식은 와소큐, 종이는 와시, 소고기는 와규, 과자는 화과자로 불린다. 화는 평온해지고 온화해 지다라는 의미로 예의와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라고 말했다.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민족으로 기업 평판을 따지고 ‘예의 있는 것’을 중시한다. 또 ‘고객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며 한 번이라도 심한 서비스를 받으면 대부분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본에 진출하기 전에 이같은 현지인의 정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로 한국에서 성공을 기반으로 2005년 11월 신오쿠보(코리아타운)에 1호 매장을 낸 ‘북창동순두부’는 결국 폐점하며 철수했다. 높은 가격에 메뉴 구성도 적절하지 못했다.

반면 일본 브랜드인 ‘동경순두부’는 3가지 국물 맛 선택, 다양한 종류의 두부, 추가 토핑 선택 등을 할 수 있어 높은 인기를 얻었다. 또 입지 선정에서도 한인인지, 일본인인지 주요 고객을 명확하게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카페베네는 현지 인기 기업과 협업을 통한 현지화로 시장에 안착했다.

마케팅 전략도 미흡했다는 평가다. 히트 상품을 보면 ‘창의력’뿐만 아니라 ‘설득력’도 중요한 기술이고, 명확한 시장 타깃 설정이 필요하다. 일본인은 삼계탕, 순두부찌개, 삼겹살, 부침개, 전복죽, 비빔밥, 닭갈비 등을 선호하지만 번데기, 순대, 떡볶이, 인삼 요리, 묵 등은 선호하지 않는다. 이같은 다양한 한식을 제공하는 현지 음식점도 많아 한국 업체는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나쁘지 않지만 목적없이 단순 비즈니스로만 접근했다 실패하고 떠난 업체가 많다”며 “현지 기업과 소통하고 파트너십을 통한 일본 소비자 이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일본 식문화 공부가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제철음식을 먹어야”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의 선재 스님은 ‘음식은 곧 나’라는 불교적인 철학에 기반한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식습관의 개선을 강조했다. 선재 스님에 따르면 사찰음식은 육류와 어패류, 술, 오신채, 가공식품, 제철이 아닌 음식 등을 금지한다. 육식 금지는 불교의 생명존중관 때문이다. 불교의 생명관은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이다. 예로 ‘오염된 물은 나를 병들게 한다. 그러므로 물과 나는 하나이다’라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에는 이같은 불교적인 생명·세계관이 담겨 있다. 불교의 음식(선식)은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약으로 정적인 기운의 식재를 기본으로 한다. ‘시분율약건도’에서는 모든 음식 문화를 약과 의학 쪽에서 다루고 있어 무엇을 먹여야 하는가,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병이 나서 치료하기 전의 예방의학, 병이 난 후의 방어의학 측면에서 다룬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서 제철음식을 먹으면 병을 예방할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

몽골 전통 음식 보전 위한 기술 필요
바츠크(Batsukh) 몽골리안대 교수는 몽골인의 유목생활에서 나온 전통 음식의 특징을 설명했다. 바츠크 교수에 따르면 몽골의 다양한 전통 유제품은 오늘날에도 몽골인들의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다. 우유는 주로 소와 야크, 양, 낙타, 암말, 양 등에게서 얻는다. 또 강한 대륙성 기후로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예부터 즐겨 먹었다. 이같은 전통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전통 음식은 몽골인들에게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고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전통음식의 느린 개발과 보존 기술의 낙후는 지역의 음식과 영양 제공에 불안정함을 유발하고 있다. 그는 몽골은 생물다양성의 보존과 전통 음식 시스템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이를 강화·결합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농업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형성이 이주 식문화 존폐에 중요
오영주 제주한라대 교수는 제주 음식의 유입과 유출을 통한 역사적인 측면을 고찰했다. 오 교수의 발표를 보면 13~14세기 말 제주에는 몽골의 조랑말뿐 아니라 유목·음식문화도 유입됐다. 몽골인들은 제주에 유제품을 전파했다.

또 몽골의 음식문화인 ‘살찰례(음식을 먹기 전에 손가락으로 하늘, 땅, 조상신에게 예를 바침)’가 전해져 제주의 ‘테우리 코시’가 됐다는 설명이다. 제주 증류주인 고소리술과 몽고 아르히는 원료만 다르고 증류기 이용 증류, 음용 목적(접대주, 제례주, 약용가향주) 등이 유사하다.

일본 오사카 이쿠노에는 재일제주인의 식문화가 남아 있다. 백제인의 이주에 이어 일제강점기 시대에 많은 제주인이 노동을 위해 오사카로 들어왔다. 이쿠노에 조선시장이 생겼고 중심으로 상가와 제주인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돼지고기를 즐겼던 제주인의 식문화가 이어져 ‘호르몬문화’가 성행했고 빙떡 등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로 볼 때 이주민 식생활문화의 존폐는 커뮤니티의 형성 정도, 지역(고국) 음식 식재료 조달 능력 유무, 통과의례 문화의 지속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곧 정체성의 유지와도 연결된다. 이주민 음식문화의 일부는 진화해 본토인들과 공유하게 되고 이는 문화 DNA로 발현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