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의 사업다각화와 포토폴리오
외식업계의 사업다각화와 포토폴리오
  • 관리자
  • 승인 2006.11.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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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기업들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두고 사업다각화라고 한다. 사업다각화에는 기존의 사업과 연관이 있는 분야로 다각화 하는 것도 있고, 전혀 엉뚱한 분야로 다각화 하는 것도 있다. 전문적으로는 전자를 관련적 다각화, 후자를 비관련적 다각화라고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연관이 있는 분야로의 사업 확장은 나쁘게 보지 않고 기존 사업과 관련 없는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한 때 미국 월가에서는 비관련적 사업다각화를 ‘사업다악화’라고 표현하면서 ‘사업을 다각화 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마라’는 투자격언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비관련적 사업다각화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존 사업부문이 경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 매출이나 현금유동성 차원에서 이를 보완해줄 다른 사업영역을 갖고 있으면 매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기존 사업이 사양산업에 속할 경우 향후 성장성이 보이는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경우도 필요하다. 그런데 비관련적 사업다각화를 나쁜 시각으로 보는 이유는 기존의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 ‘남의 떡이 커 보여서’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채 회사규모를 키우기 위해 무모하게 진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품 업체 가운데 비관련적 사업다각화를 했다가 망한 기업들이 있다. 해태제과와 진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과시장 최고의 브랜드였던 해태제과는 중공업과 정보통신 산업에 진출했다가 망했고, 진로는 백화점 등 유통사업에 진출했다가 망했다. 두 기업 모두 IMF라는 특수상황이 개입되긴 했지만 하여간 사업을 다각화하다가 실패한 꼴이다. 최근 식품사업을 포기한 두산그룹의 경우는 거꾸로 경쟁사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한 식품산업으로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이런 사례는 식품업계 외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포항제철이 지금은 SK텔레콤으로 흡수당한 이동통신사업 017신세기통신을 접은 것이나 제지전문회사 한솔제지가 018 사업을 포기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동통신사업은 90년대 이후 ‘황금알을 낳는다’는 최고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데도 그 사업에 진출한 포항제철이나 한솔제지가 실패한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말하면 전문성 부족이다. 특히 선발업체의 시장장악력이 확고한 시장에 자금력이나 회사 인지도만을 내세워 ‘우리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최근 국내 외식업계에도 사업다각화 바람이 불고 있다. 외식업체가 아닌 기업이 외식산업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고, 외식업계 내에서도 이업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경향이 많다. 필자는 우선 외식업에 전문성이 부족한 다른 업계의 업체가 외식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외식업이 산업적으로는 아직 초기단계라서 향후 부가가치 창출이 높은 성장산업으로 간주되고 있어서 뛰어들고 싶은 매력적인 사업일지는 모르겠지만 외식사업이야말로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이다. 이미 외식과 연관이 없는 몇몇 대기업들이 외식산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퇴출당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기존의 외식업체들에게는 사업을 다각화 하라고 권하고 싶다. 외식업이 아닌 다른 산업으로의 비관련적 다각화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외식산업 내에서 관련적 또는 수평적 사업다각화를 하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포토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사업다각화를 하라는 뜻이다. 포토폴리오는 위험 분산을 위해 자금을 다양한 투자대상에 투입해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외식사업은 유행에 매우 민감한 사업이다. 게다가 먹는 음식과 관련해서는 해당 업종에 안전관련 사고라도 터지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 고깃집과 광우병, 치킨집과 조류인플루엔자의 관계가 바로 그런 것이다.

장사의 개념이라면 그저 내가 하는 것이 최고거니 생각하고 하나에만 매달려 있어도 무방하겠지만 적어도 사업적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기업형 외식업체의 경우 업종 다변화를 통한 사업다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닭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 제너시스가 씨푸드 레스토랑 사업을 전개하고, 대표적인 한식 전문 외식업체 놀부가 베트남 쌀국수 및 스테이크 전문점 사업에 진출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하고 싶다. 이미 다른 업계에서는 업종간 장벽이 무너진 지가 오래됐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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