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와 설을 앞두고 청탁금지법 개정에 희망을 걸었던 식품외식업계의 기대가 무산됐다.
지난달 27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부결됐다. 농축수산 및 외식 업계는 성명서를 내고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청탁금지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권익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이 충분히 보도되지 않은 것 같다”며 “기존 3·5·10 조항을 3·5·5로 개정해 경조사비를 강화하는 한편 선물비는 농축수산품에 한해서 10만 원으로 올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권익위도 국회처럼 일사부재리 원칙이 있어 똑같은 원칙을 재상정할 수는 없다”며 “설명이 부족했다면 좀 더 이해할만한 수정안을 내서 재상정해 내년 설 전에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청탁금지법 개정이 권익위에 발목 잡히자 농축수산인 단체와 외식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농축산인들은 처음부터 가액조정이 아닌 국내산 농축산물을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했다”며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지지하지만 농축산업에 너무 많은 피해를 주는 부분은 시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도 성명서를 내고 “자체 조사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66.2%가 매출감소를 호소하고 있어 장기화 될 경우 상당수 업체들이 휴·폐업을 피하기 어렵다”며 “식사비 한도액을 5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실질적이고 강력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탁금지법 개정이 국회로 상당부분 넘어간 상황에서 각 정당들도 입장차가 있어 조속한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내 농축수산물 상한액을 높여야 한다는 270만 농업인들의 강력한 요구를 외면한 결과이기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드시 이번 정기 국회 내에 청탁금지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익위가 지켜야 할 상한선을 앞장서서 바꾸면 청렴사회의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행정연구원의 청탁금지법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은 청탁금지법에 적응해가고 있는데 정부 관료와 정치인이 못 견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