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경제 지령 1000호 기념 세미나

식품·외식산업과 학문의 융복합 첫 발걸음 떼다 이원배 기자l승인2017.12.05l10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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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외식경제 1000호 기념 세미나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박형희 식품외식경제 발행인(앞줄 왼쪽부터)과 양일선 연세대 명예교수, 장문정 한국영양학회장, 박천희 외식산업 CEO심화과정 총동문회장·원앤원㈜ 대표이사, 채규진 한국외식경영학회장이 세미나를 경청하고 있다.사진=이종호 기자 ezho@

식품외식경제 지령 1000호 기념 세미나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식품·외식·조리·영양·의료 학문과 산업의 융합발전을 위한 뉴 패러다임 구축’을 주제로 열렸다.

최근 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학문간 융·복합을 식품·외식·조리·영양·의료 학문 분야에서 시도했다. 개최 취지에 따라 주관한 5개 분야 학회에서 관련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도 진행됐다.

4차 산업혁명이 식품·외식산업에 끼치는 영향과 식품·외식과 연관 학문 간의 융·복합의 필요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이어 의료전문가가 예방과 치료의 의학적인 관점에서 외식산업(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발제를 했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미래 조리과학의 발전과 이에 따른 대체의학의 트렌드 변화 등에 대한 연구 발표도 이어졌다.

주제 발표에 이어 학회·업계 관계자 등 7명의 토론이 이어져 학문 융·복합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자들은 세미나 개최 취지가 의미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소통하고 논의할지 모색해 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박형희 본지 발행인은 환영사를 통해 “국내 식품·외식산업과 관련 학문은 상호협력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산학의 동반성장은 물론이고 관련 학문조차도 제대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국내 처음으로 식품·외식·조리·영양·의료 등 식품·외식관련 학회가 한 자리에 모여 산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매우 뜻 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는 여러 학회의 석학들이 모여 ‘식학(食學·eatology)’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관련학문을 융·복합하는 등 올해로 4년째 모임을 가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경계의 붕괴로 이런 시대에 관련 학문과 산업의 연결 즉 융·복합이야말로 매우 필요하며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규민 농림축산신품부 외식산업진흥과장, 김대근 (재)한식진흥원 이사장 직무대행, 고학수 한국식품산업협회 전무,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부회장, 박천희 외식산업CEO심화과정 총동문회장·원앤원㈜ 대표이사, 정복모 다담회 명예회장, 장현성 ㈜이목원 회장,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세미나 장소에는 식품·외식·조리·영양·의료 분야 학자 및 대학원생, 업계 종사자 등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주제 발표 하나하나를 경청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주제발표1|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4차 산업 변화가 식품·외식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처방안   

4차 산업혁명의 3대 키워드는 ‘초연결, 초지능, 대융합’이다. 사물 인터넷을 매개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극단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대융합이 일어난다. 초연결과 초지능의 결과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된다. 결과적으로는 인공지능을 통해 모든 것이 똑똑해지고 경계가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막대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을 이길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팜이다. 대기업이 절대로 식량 생산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는가? 바로 식량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 팜이라면 시스템을 통해 수십 년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작물의 상태를 컨트롤해 식물의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등지에서는 폐쇄된 공장 등 빈 땅을 활용해 농업을 하는 도시농업이 유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무실에 수경재배기를 설치하고 벽에 다양한 식물을 기르고 있는 곳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슈퍼마켓과 식물공장을 하나로 결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네델란드의 한 상점에서는 매장 안에 식물공장을 설치하고 소비자들이 그곳에서 원하는 채소를 직접 뜯어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마치 내가 텃밭을 가꾸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만족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집에서도 직접 기른 채소를 이용해서 요리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식재료를 자르는 것만으로 잔류농약과 식중독 위험성 여부를 체크해주는 스마트 나이프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 이러한 주방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로봇기술의 눈부신 발달도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로봇재배기술의 발달로 2028년 내 양상추 재배가 완전 자동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축산과 요리 분야도 마찬가지다. 로봇이 우유를 짜고, 로봇 셰프가 요리를 한다. 업계에서는 로봇 셰프가 3년 후 11조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실버시장의 성장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2020년에는 실버산업의 규모가 1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럽의 일부 요양원에서는 3D프린터를 이용해 환자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젊었을 때 먹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인데 씹어 먹는 것이 아니라 혀와 잇몸을 이용해 녹여 먹는다. 노인이나 환자들은 더 이상 맛없는 죽이나 유동식을 원하지 않는다.

외식산업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식재 관리, 식당 무인화, 스마트 주방 공유 등 신기술 활용에 대처해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이 국내 산업에 끼치는 영향과 기회, 위협 요인을 진단해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을 설계하기 위한 시스템과 데이터 관점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주제발표2| 김태희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식품
·외식 관련 산업과 관련 학계의 융합 필요성과 연계 방안

우리는 무엇을 팔고 있는가. 지금까지 외식업이란 음식과 서비스만을 판매하는 분야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고가 필요하다. 매년 새로운 요리사들이 등장하고 식재료의 혁신이 일어난다. 3D프린터를 이용해 음식에 살아 있는 식물을 심고 그것을 바로 요리로 즐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객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가 기다림을 제거한 서비스였다면 3D 프로젝트를 이용한 매핑 서비스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먹을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기다림을 제거의 요소가 아닌 즐기는 요소로 바꿔냈다. 이러한 점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가고 있다. 

미국의 한 피자 브랜드는 푸드트럭 안에서 사람이 아닌 5~6대의 로봇이 피자를 만든다. 주문 후 출발하는 동시에 조리를 시작해 고객의 집 앞에 도착할 시점에 조리가 끝난다. 고객은 문 앞에서 따뜻한 피자를 받아볼 수 있다. 앞으로는 이와 같이 서비스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이 요구된다.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식재 원가와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원가상승과 매출제한을 유발하는 비효율적 요인을 찾아서 줄여야 한다. 고객 불만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고객 니즈를 분석해 비용절감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융복합이 아닐까.

음식점의 개별적인 서비스 요소(메뉴, 친절한 서비스, 분위기, 시설 등)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전체적인 서비스에 대한 경험(기억에 남는 저녁 식사)이다. 총체적인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고 우리가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주제발표3| 채수완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의학 분야와 식품, 영양·조리학계의 연계 필요성 

의학적으로 봤을 때 영장류는 세포가 커질수록 뇌가 커진다. 하지만 고릴라는 덩치는 크지만 뇌는 인간보다 작다. 몸무게 70㎏인 사람의 뇌는 1.5㎏정도다. 반면 고릴라는 적게는 140㎏에서 많게는 210㎏까지 나가지만 뇌 무게는 0.5㎏에 불과하다. 고릴라가 영장류의 지배자가 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인간의 몸에서 뇌가 차지하는 무게는 2%에 불과하지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25%나 된다. 인간의 뇌가 이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요리 덕분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요리는 뇌를 크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의학은 식품, 영양·조리 분야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갈 때까지 지속적인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를 앓고 있던 12살 소년이 있었다. ADHD로 인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했고 공격적인 성향과 집중력 부족, 심한 운동이상으로 손글씨를 쓰는 것조차 어려운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2개월의 식이치료 후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문장과 글씨를 또박또박 정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다. 식이조절을 통해 암은 물론 생활 습관을 치료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성질환은 식품이 낳은 증상이다. 우리가 병이라고 진단받는 병명은 수천 가지이지만 질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질환 치료의 근본은 식품섭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약으로서 식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먹는 것이 운명을 결정한다.

건강에 관한 한 식품과 영양·조리, 의학계의 연계가 필요한 이유다. 식품과 영양, 환경에 의해 건강한 유전자가 결정된다. 우리의 전통 음식인 된장이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추장과 청국장의 항비만 효과도 입증됐다.

장류와 같은 발효음식은 유효 물질을 다량 생성하고 단백질의 흡수율도 95% 이상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전통 한식을 활용해 고혈압과 당뇨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주제발표4|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영양·외식 및 식품산업 지속 성장을 위한 협력 모델 구축

한때 사람들은 한식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할 음식’으로 평가했었다. 조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많은 외국인이 한식을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식품의 가치는 생산경제의 관점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농경의 역사가 없는 상태에서 세워진 국가다. 따라서 식문화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과 설거지하는 시간을 줄이는 음식 위주로 발달해왔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만국가가 됐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미국 음식이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생산성이 높은 식문화, 즉 생산경제의 재앙이다. 생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는 모든 기업의 한결같은 고민이기도 하다. 기술보다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지식(데이터)이 필요하다. 한때 우리나라의 한 능금주스 조합에서 낙과로 주스를 만들어 팔았던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버려지는 낙과를 이용해 맛있는 주스를 만들다니 얼마나 효율적인 발상인가.

하지만 이 조합은 결국 망하고 말았다. 소비자는 바닥에 떨어진 사과로 만든 주스를 먹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거다. 아마도 낙과로 만든 주스라는 이미지가 아닌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내세웠다면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은 라이프스타일의 혁명이자 소비자의 혁명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 좋은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더욱 사람답게 사는 것을 꿈꾼다. 개미처럼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베짱이처럼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함께 갖길 원한다. 개미와 베짱이의 융합인 ‘개짱이’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주제발표5| 오석태 우송대 외식조리학부 교수
미래 조리과학과 대체 의학의 트렌드 변화 

머지않아 의사의 시대는 가고 조리케어의 시대가 올 것이다. 3D프린터를 이용한 조리법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고 이는 특히 식재료 분야에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AI와 IoT가 결합된 도심형 농장은 인공지능 로봇과 연계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생명공학의 전유물이었던 세포배양 기술이 식품분야로도 확산돼 식품을 통해 각종 질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치료식이 개발될 것이다.

대표적인 미래의 조리과학 트렌드를 꼽자면 분자요리와 도심형 농장, 단백질 대체식품 가속화, 첨단기술 접목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가장 주목할 것은 분자요리와 첨단기술이다.

세계적인 스페인의 레스토랑 엘불 리가 문을 닫은 이유는 주위에 있는 것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핵심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자요리는 요리의 메커니즘 차원에서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하버드에서도 요리의 메커니즘에 대한 강의를 할 정도다. 

첨단기술의 대표적인 것으로 3D프린터를 들 수 있다. 특히 의료용 로봇과 로봇 셰프를 결합한다면 조리과학은 대체의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고객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엘리베이터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영양소를 추천해 가장 필요한 메뉴를 추천하고 고객은 다양한 추천메뉴 중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과거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다.

과학도 결국은 조리라는 단어로 회귀하게 돼 있다. 레스토랑이란 단어는 ‘보충하다’, ‘회복시키다’는 어원에서 비롯됐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조리가 왜곡 발전한 부분도 있지만 결국은 원래의 기능과 개념으로 회귀할 것이다.

과거 빈곤했던 시절 조리의 목적이 영양보충이었다면 지금처럼 풍요로운 시대에는 섭취조절과 관리에 중심을 둔 조리법이 주목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원배 기자  lwb21@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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