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우울한 겨울을 달래줄 이한치한(以寒治)의 음악들

식품외식경제l승인2017.12.05l10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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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11월 말 초겨울의 한반도는 여전히 불안하고 우울하다. 신문 지면과 TV뉴스 어디 한 구석 밝고 희망찬 기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최종 담판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행정해석 폐기 여부와 대법원 판결이 근로시간 단축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명령 효력을 중지해 달라며 파리바게뜨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28일 각하했다. 파리바게뜨는 다음 달 5일까지 제빵 기사 등 5309명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한 명당 1천만 원씩 530억9천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파리바게뜨는 본안 소송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한 동안 잠잠하던 북한의 핵 도발이 29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의 성공으로 마침내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다‘하니 이 겨울의 불안과 우울, 그리고 쓸쓸함의 깊이와 길이가 어디까지일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속이 답답하고 울적하고 불안한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오금을 펴지도 못하고 쭈그리고 앉아 잔뜩 주눅 든 모습일 수만은 없다.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있는 문화적 정서적 보완책이 반드시 그리고 꼭 필요한 이유다.

이 경우 필자는 거의 어김없이 시를 읽고 음악을 듣곤 한다. 수많은 시작 가운데에는 가령 ‘첫 눈이 내리는 날/무슨 약속이 있지 않았을까/수첩을 꺼내어 뒤적여 보지만/백지로만 남아 있는/약속/(중략)/아, 사랑은 첫눈처럼/첫눈은 사랑처럼 내려앉으며 녹고 있다.’(박상천, ‘첫 눈’)라며 겨울을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노래한 시도 있다.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겨울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중략)/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정호승, ’겨울 강에서’) 라며 겨울을 이겨내는 갈대의 강인한 생명력을 찬양한 시작품도 있다. 

대중가요도 다르지 않다. 청계천이나 덕수궁 돌담길, 남산 길만 걸어도 학생시절 달달 외워 노래했던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 이진섭 곡, 현인·박인희 등)의 가사와 멜로디가 가슴과 입술을 촉촉하게 적시곤 한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 밖/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 위에/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그리고 ‘하얀 겨울에 떠나요’(최백호), ‘그 겨울의 찻집’(조용필) 등이 있다. 특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로 시작되는 소월의 시는 6070년대의 인기가수 유주용의 노래로 더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낙엽, 우수수, 겨울, 기나긴 밤, 어머님, 옛 이야기 등 몇 안 되는 핵심시어들이 아름답고 사무치게 시리기 때문이 아닐는지. 실제로 우리들 ‘광복& 산업화 세대’의 기나긴 겨울 밤 추억도 소월의 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클래식 음악으로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4계’ 와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4계’ 중 겨울 악장을 비롯한 여러 음악이 있거니와 그 깊고 그윽한 맛에 자꾸만 귀가 쏠리는 게 사실이다.

전곡이 명곡이라 해도 무방한 독일 리트에는 젊은 청년의 실연으로 인한 절망과 방황을 아름다운 겨울 노래로 그려낸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가 있다. 대중적으로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막스 브루흐(1838~1920)의 첼로, 하프, 관현악을 위한 <콜 니드라이>도 비감어린 멜로디에 코끝을 찡하게 하는 슬픔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 엄혹한 초겨울, 이한치한以寒治寒 효과의 시와 음악들에 한번 기대보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읽고 듣기만 해도 시리디 시린 아름다움을 느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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