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아픔주는 ‘청탁금지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정부·국회·농민·외식업계·시민단체 갈등 깊은 '청탁금지법' 윤선용 기자l승인2017.12.05l10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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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 규정 개정과 관련해 “권익위가 이해할만한 수정안을 내서 재상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 설 전에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할 뜻을 밝혔다.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정부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개정 움직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며 제 발등을 찧은 모양새다. 청탁금지법 개정을 원하는 농축수산인 및 외식업계와 부패척결에 대한 의지가 의심된다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 부처는 물론 여야간 이견까지 있는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박은정 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전원위원회에서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올리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한 끝에 부결 처리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전원위 소속 외부 비상임위원들은 시행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법을 바꾸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선물비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또 농축수산물을 원료(50% 이상)로 하는 2차 가공품에 대해서도 10만 원 상한을 적용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일단 권익위의 독립적인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무리한 개정 추진보다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정부 추진 막히자 국회 차원 법 개정 시동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장 청탁금지법 개정을 공공연하게 밝혔던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은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 총리는 지난달 29일 관훈토론회에서 “권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수정안을 내고 권익위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도 “이제 국회통과를 기대해야 되는 입장”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 농축수산물의 선물비 상한액만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탁금지법 개정안 부결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청탁금지법 시행 후 올해 설에 농축수산물 매출이 40% 감소해 약 3천억 원 이상 생산액이 줄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현재 정무위에 계류 중인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의 부결 발표가 있던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은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상정했다.

농축수산인·외식업계 강력반발

청탁금지법 개정이 권익위에 발목 잡히자 농축수산인 단체와 외식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농축수산인들은 처음부터 가액조정이 아닌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했다”며 “단순 가액 조정은 오히려 수입농축수산물의 소비만 늘리는 결과를 낳아 국내 농축수산업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에 ‘명절 선물 제외’관련 법안이 상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적극 지지하지만 농축산업에 너무 많은 피해를 주는 부분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도 성명서를 내고 “자체 조사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66.2%가 매출감소를 호소하고 있으며 경영난 타개를 위해 감원, 근무시간 조정, 영업시간 단축 등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겨우 매출감소 악화로 상당수 업체들이 휴·폐업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현재 외식업계의 매출감소는 청탁금지법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등 매출감소와 비용증가 요인이 존재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며 “식사비 한도액을 5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실질적이고 강력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입법취지 훼손될라” 우려

한국사회학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청탁금지법 1년과 한국사회-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에 미친 효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202명 중 89.4%가 청탁금지법 시행이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부정청탁이 많이 사라지고 직장인들의 회식문화까지 바뀌는 등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냈던 시민단체들은 현 상황에서 청탁금지법 개정 시도는 입법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 된지 1년 여 밖에 되지 않은 상태”라며 “실제 관련 업계의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익위가 지켜야 할 상한선을 앞장서서 바꾸면 청렴사회의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권익위가 어떻게 둑이 무너지는 일에 앞장설 수 있겠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청탁금지법 개정을 놓고 정부, 국회, 관련업계, 시민단체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연말연시와 내년 설을 앞둔 농축수산·외식업계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는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선용 기자  bluesman@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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