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시스템, 사라지는 음식 맛
살아나는 시스템, 사라지는 음식 맛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12.11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요즘처럼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때가 되면 지난 한 해 우리의 외식은 어땠는지 정리도 해 보고 새롭게 등장할 외식문화에 대한 기대도 하게 된다. 2017년을 돌아보면 여느 때보다 유독 방송매체와 SNS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힘이 외식에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TV방송 채널마다 시도 때도 없이 소위 ‘먹방’이니 ‘쿡방’이라는 신조어를 남발하면서 음식이 등장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저녁 6시 무렵에 방영하던 요리방송이 고작이었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매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 반찬거리를 만드는 과정 정도만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어느새 우리는 TV방송에서 거의 뉴스 이외에는 음식이 빠져서는 안 되는 것 마냥 고정 소재로 등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이 판을 치고 있는 곳은 비단 방송뿐만 아니다. 각종 SNS를 통해 일반인들도 방송 흉내를 내는 세상이 됐다. 매일같이 휴대전화를 통해 알려주는 세상 소식의 절반은 음식이야기 일색이다.

한편, 외식사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식사손님을 빼앗기는 경쟁자들이 알게 모르게 많아졌다고 토로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업종의 음식점만 경쟁자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업종은 차치하고라도 음식점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 외식사업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했음을 실감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위협은 바로 편의점사업이다. 외식사업과는 무관할 것으로 여겼던 소매유통업에서 매우 저렴한 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컵라면 등의 식품판매가 다양해지면서 과거 식사대용이라고 했던 식품들이 이제는 가성비 뛰어난 식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한 끼 식사뿐만 아니라 저렴한 커피까지 판매하면서 카페사업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자 편하게 아무 때나 먹고 싶은 것을 쉽고 싸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편의점의 막강한 장점이다.

그에 비하면 음식점은 오로지 서비스와 품질 이외에는 편의점과 경쟁할만한 요소가 희박한데도 분식점이나 대중음식점에서 뛰어난 서비스와 품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에서 당연히 편의점으로 식사고객들이 옮겨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 다음으로는 외식사업과 다른 업계라고 생각했던 식품제조업의 상품다양화와 고급화 추세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간편하게 끓여먹는 국민식품 라면이 유일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웬만한 외식메뉴는 식품유통매장에 가면 거의 다 찾아볼 수 있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기본이고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만 맛 볼 수 있었던 파스타 종류도 다양하다. 간단한 분식메뉴에서 정통 한식이나 일식, 이탈리아식까지 다양함과 고급스러운 품질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신선한 재료로 구성한 반조리식품까지 점점 다양하고 고급스러워지는 식품유통업체의 변신은 그만큼 외식사업의 입지를 좁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뿐만 아니라 배달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하는 업체들의 등장은 외식사업의 매출을 높여주고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장점으로 그 사업규모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외식사업체의 매출을 높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약조건에 따라 배달매출액의 15%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결국 외식업체는 배달판매로 인한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수익을 맞추기 위해 배달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메뉴는 그 양을 줄이는 등의 편법을 쓰게 돼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가게 된다.

우리나라 외식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스템이 발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던 2000년대였고 그 결과 최근의 다양한 시스템들이 외식산업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작 중요한 음식의 품질이나 맛은 퇴보할 수  밖에 없다. 시스템이 발전해야 산업도 성장하고 부가가치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추구하다보면 가장 핵심 상품인 음식에 소홀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하게 된다. 일반제조업과 달리 음식문화를 만들어 파는 것이 외식산업의 근본 특성임을 잊지 말고,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품질이 최고의 경쟁력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