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3단계로 추진하는 가운데 중소기업계 단체장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단체장들이 여야가 합의한 3단계 근로시간 단축 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명분이 뚜렷하다.
현재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3단계 합의안이 실행될 경우 지금도 인력난을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이 결정한 잠정 합의안은 종업원 300인 이상인 기업은 2018년 7월부터, 50~299명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은 2021년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휴일 근무에 따른 시급은 현행대로 평일 근무의 50%를 할증한다는 방침이다.
영세기업 인력 추가 채용 현실적으로 불가능
근로시간을 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그만큼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영세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300인 미만의 경우 채용을 하려해도 구인이 어려워 현재도 10만1천여 명의 근로자가 부족한 상태인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34만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30인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현재 5인 이상 29명 이하의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수는 총 493만320명으로 전체 근로자 수(1159만7743명)의 43%를 차지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3D업종 기피현상으로 신규 인원 채용은커녕 대다수 근로자들이 고령자이거나 해외 인력에 의지하고 있어 현재의 인원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력을 더 채용하고 싶어도 채용 할 수 없는 실정이기에 기존 직원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밖에 없다. 구인란을 해결할 방법 중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들여오는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한해 주 8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해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근로자들의 질적인 삶을 윤택하게 해주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기업이 파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이를 강행한다는 것은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윤택케 하기는커녕 더욱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 식품·외식업 단체 목소리 실종
대다수가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식품·외식기업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5인 미만의 소상공인 업체는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30인 미만의 식품?외식업체들이 받을 충격은 제조업 등 타 업종에 비해 더 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외식업체를 대변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국내 최대 식품관련단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는 대다수 회원들이 대기업 혹은 중견 기업이기에 해당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중소기업식품발전협회, 한국전통(쌀?콩?떡류)식품가공협회 등 수많은 식품·외식관련 단체들이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정치권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목소리를 내며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는 매우 미미하다.
식품·외식관련 단체들은 지금이라도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3단계 추진 안에 ‘영세기업에 한해 주당 8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해 달라’는 수정?보완 등의 요구사항이 현실에 맞게 관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자칫하다가는 지난 11일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가결 시 유독 외식업계만 소외됐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