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처음으로 수입량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와인시장에 가격 거품 논란이 불거졌다. 수입 와인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평균 80% 비싸고 레드와인은 무려 6배나 비싸 유통마진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교육중앙회(주경순 회장, 이하 중앙회)는 지난 6월 26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3개월 간 국내외 백화점 19곳, 대형할인마트 22곳, 주류전문판매점 52곳 등 총 93곳에서 수입와인과 위스키 등 총 1262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를 위해 미국, 프랑스, 영국, 칠레 등 해외 53곳을 포함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 레드와인 국내 평균판매가격은 4만6197원이었지만 수입평균가는 불과 7603원으로 가격 차이가 6배에 달했다. 수입 화이트와인 국내 평균판매가는 3만822원, 수입 평균가는 6천979원으로 4.4배, 수입 위스키 국내 평균판매가는 12만1천989원, 수입 평균가는 1만7천854원으로 6.8배 가격 차이가 각각 났다.
소비자교육중앙회, “유통구조·마진 조정해 싸게 팔아야”
세금이 포함된 수입평균가를 기준으로 비교했는데 여기에 판매관리비, 물류비용 등을 고려해도 수입 주류에 너무 많은 유통마진을 붙이는 것이라고 중앙회는 강조했다.
현지와 국내 판매가를 비교한 결과 레드와인의 경우 국내 4만4117원, 해외 2만4514원으로 79.8% 비쌌다. 화이트와인은 국내 2만7588원, 해외 1만5037원으로 83.5%가 높았다. 위스키는 국내 14만670원 해외 11만2058원으로 25.5%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 관계자는 “수입평균가와 국내 판매가 차이가 6배를 넘는 등 국내 소비자가 지나치게 비싸게 와인을 구입하고 있다”며 “복잡한 유통구조와 높은 마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와인 구매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와인업계, “대기업 참여·와인 앱 통해 투명성 높아져”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와인업계는 조사방법에 보완이 필요하고 시장상황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올 초 경영악화로 중견와인수입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시장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의 시장진출로 경쟁은 격화되고 가격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최근 와인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가격이 오픈되는 상황에서 폭리는 말도 안된다”며 “과거에 비해 와인시장이 성숙되면서 가격의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소비자들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회는 서울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수입주류 소비실태와 소비자 의식을 조사한 결과 수입 와인 구입처로는 대형마트가 63.4%로 가장 많았다. 이유로는 다양한 상품이 있기 때문에(36.1.%),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2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입 와인 연평균 구입 횟수는 2∼6병이 64.8%로 가장 많았고, 수입 와인 구입 시 중요한 고려사항은 맛과 향 44.9%, 가격 25.0% 등을 꼽았다. 수입 위스키 구입처 역시 대형마트가 40.0%로 1위를 차지했으며 면세점이 38.2%로 뒤를 이었다. 연평균 구입 횟수는 1병 이하가 48.9%였으며 중요 고려사항은 브랜드 이미지 35.9%, 맛과 향 29.3%, 가격 21.6%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