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신선과일, 한국 소비자 니즈 사로잡다
지구 반대편 신선과일, 한국 소비자 니즈 사로잡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7.12.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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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지배력 높아진 칠레 과일·와인… 지속 투자와 R&D 핵심 원동력

① 칠레, 한국 농식품 시장 ‘상생 파트너’ 
② 지구 반대편 신선과일, 한국 소비자 니즈 사로잡다   
③ 아시아 3위 수출 일궈낸 삼겹살 현지화

칠레는 세계 1위 과일 수출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10위권 밖에 머무를 만큼 과일 수출량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전의 계기는 2004년 FTA 체결부터다. 무관세 혜택을 앞세워 수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2005년 단숨에 6위로 올라섰다. 지난해는 10.7%의 비중으로 3위에 자리했다. 미국(32.6%)과 필리핀(23.6%)에 이은 두 자릿수 점유율이다. 올해 역시 시장 점유율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칠레 과일의 이같은 경쟁력은 높은 당도와 뛰어난 식감 등 과일 자체의 고품질에 기인한다. 다만 품질이 우수하더라도 높은 관세가 붙으면 판매가 어려워진다. FTA 관세 혜택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해줬다. 또한 최대 수출 경쟁국인 미국의 수확기간과 겹치지 않는다는 장점까지 크게 작용했다.

미국산 과일의 경우 북반구 특성상 6~8월에 수입이 집중되지만 칠레는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수입이 몰린다. 남반구의 지리적 여건이 우리나라 과일 시장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더욱이 우리 농가의 과일 수확철과 어긋나면서 시장을 상호 보완하는 바람직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농식품 수출 롤모델
칠레는 올 겨울부터 내년 초까지 우리나라 과일 시장을 더욱 폭넓게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좋아진 작황과 함께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체리 시장 입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90t의 체리가 우리나라 시장에 들어왔고 올해는 2배 이상의 물량을 거뜬히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시장 지배력을 견고히 하는 포도(지난해 시장 점유율 69.3%)와 키위(19.8%), 레몬(13.2%) 등 신선과일과 사과주스(38.0%), 포도주스(37.9%) 등의 과일주스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클라우디오 곤잘레스 칠레 농업부 차관은 “한국과 칠레는 FTA 체결 이후 더욱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며 “칠레 농수축산품은 한국 소비자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한국 시장은 아시아 시장의 니즈를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각 업체들의 노력도 귀감이 되고 있다. 칠레 체리 최대 수출업체인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경우 체리 생산의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체리 생육을 친환경적으로 돕기 위한 꿀벌의 착과율 연구 등 다방면의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드넓은 체리 농장에서 각각의 나무 상태를 살피고자 드론을 활용해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향연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 체리의 붉은색과 연계한 포장 마케팅도 주목할 만하다. 하트 모양으로 자라게 하는 생육 기술도 수출 효과를 높이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다. 

새로운 품목에 대한 수출 시장의 개척도 칠레 농식품의 강점이다. 호두의 경우 10년 전에는 전혀 주목받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성과 칠레 호두의 경쟁력을 확인한 후 정부와 업체들의 협력이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결국 칠레 호두는 짧은 기간에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현재 칠레에서 생산되는 호두의 90% 이상이 수출용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칠레 건자두(Prune)도 우리나라 시장에 명성을 떨칠 채비다. 건자두는 높은 식이섬유와 철분, 각종 영양분이 풍부해 변비와 빈혈, 피부 미용에 탁월하다. 최근 우리나라 시장은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칠레 건자두의 품질과 효능이 입소문을 타게 되면 수출량 확대도 시간문제란 해석이다.

로널드 바운 칠레과일수출협회(ASOEX) 회장은 “칠레는 20여 년 동안 과일 수출 프로젝트를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했다”며 “정부의 육성 의지와 함께 각 업체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칠레 과일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는 한국 수입처의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매년 5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꾸준히 참가하는 것도 한국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칠레 농축수산품 및 가공식품의 홍보를 위해서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수입업체들이 칠레 제품의 진면목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국내 대형 식품유통사 관계자는 “과일의 경우 미국과 필리핀 등 시장을 선점한 국가와의 복잡한 관계가 일부 작용한다”며 “칠레의 경우 제품의 우수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B2B시장 등 국내 틈새시장을 노려본다면 점진적인 확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물 안 개구리’ 성공 신화
우리나라 시장에서 칠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은 와인이다. 2000년 2%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3%(2ℓ 이하 용기와인)에 달할 만큼 국내 와인 시장의 주류로 거듭났다. 전문가들은 칠레 와인이 짧은 기간 동안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에 FTA로 인한 가격 경쟁력과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 저가 와인 이미지를 희석시켜 준 칠레 명품 와인의 존재, 대형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물량 확보 등을 꼽고 있다.

칠레 와인은 우리나라 수입량 1위, 수입액은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와인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오크통 숙성 향기가 강렬한 와인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프리미엄 와인을 추구, 더욱 균형 있고 고급스러운 풍미의 와인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칠레 과일과 마찬가지로 칠레 와인 역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각 업체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1998년 전까지 칠레 와이너리는 대부분 내수 시장만을 겨냥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칠레 정부는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선 프리미엄 와인 생산이 가능해야한다며 이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영국의 권위 있는 와인 평론가 오즈 클락에게 와인을 보내 칠레 와인의 고정관념을 뒤집은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천사의 알파’라는 별칭의 몬테스 알파를 마신 클락은 유력지 칼럼을 통해 “드디어 칠레에서 제대로 응축된 와인이 나왔다”며 극찬했고 이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밖에 45도에 달하는 급경사 지역을 포도밭으로 개간하고 칠레에서 자라기 힘든 시라를 재배하며 줄에 의지해 포도를 수확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 또한 포도를 재배하기에 좋은 땅을 찾고자 인공위성 센터의 지질학 정보를 활용하고 풍수 개념을 도입해 와인 제조에 적용하는 등 인프라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한다. 이러한 노력이 어우러져 칠레는 전 세계 와인 수출국 4위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빠뜨리시오 빠라게즈 주한칠레무역진흥청 상무관은 “FTA 체결 이후 한국에 많은 칠레 와이너리들이 와인을 수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와인들이 한국 수출 기회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천혜의 환경 속에서 자란 다양한 품종의 칠레 와인들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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