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경제 선정, 2018 식품외식트렌드

‘가심비‧AI‧안전성‧HMR‧새로운 경험’ 김상우 기자l승인2018.01.03l10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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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니즈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식품외식업계는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어떠한 트렌드가 그 해를 이끌어 갈 것인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올해에는 가성비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가심비, 그리고 편의점 도시락과 같은 HMR의 폭발적 성장에 기인한 간편함, 4차산업혁명이 불러온 AI와 무인기술, 새로운 경험, 안전한 먹을거리 등이 주요 트렌드로 꼽힌다.

식품외식경제는 지난 11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최한 ‘2018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와 함께 지난달 22일 열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7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 그리고 ‘트렌드 코리아 2018’ 등을 종합 분석해 올해 식품외식업계가 주목해야 할 트렌드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가성비 트렌드 이어받는 ‘가심비’

장기 불황으로 대표되는 식품외식 대표 트렌드가 ‘가성비’였다면 이제는 이를 대체할 ‘가심비’(價心比)의 시대가 왔다. 트렌드 코리아 2018은 가심비를 올해의 주요 키워드로 꼽았고 업계 다수의 전문가들도 가심비 시대에 동의하고 있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에 마음 ‘심(心)’자를 더한 신조어다. 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감의 중요함을 나타낸다. 이제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워야 구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건강기능식품의 대표 주자인 홍삼의 경우 가심비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은 물론 유통업체까지 높은 성장성을 주목하며 시장에 뛰어 들었다. 유통업체는 자체상표(PB) 제품까지 내놓으며 가성비를 공략했지만 소비자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지난 2012년 홍삼 브랜드인 ‘천산맥’을 론칭했다. 신통치 않은 성적에 ‘한진생’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계 1위인 정관장의 높은 벽을 실감할 뿐이다.

2017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21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품 구입 시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맛과 품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되는 맛 지향 패턴을 보이고 있다. 다만 친환경 식품의 경우 일반 식품보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 구입하지 않는 응답은 40% 이상이었다. 가성비와 가심비의 적정 수준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트렌드 코리아 2018의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가심비 추구 소비패턴을 ‘플라시보 소비’(Placebo Consumption)라 설명한다. 플라시보란 어떤 약을 먹을 때 효능을 확신하면 설사 그 약이 가짜일지라도 실제로 증상이 나아지는 효과를 말한다. 현대인의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금전적 소비를 선택하면서 심리적인 안정효과를 거둔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현대인은 저성장 속 깊어지는 상대적 박탈감과 해체되는 소속감, 과도한 경쟁, 빈발하는 사건사고와 갈등 등 암울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위약을 찾는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소비자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은 바로 소비”라고 주장한다.

그는 플라시보 소비성향을 부연 설명하는 용어로 ‘심리계좌’를 들었다. 보통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마음속에 나름의 계정들을 설정해 놓고 이익과 손실을 계산한다. 대부분 매우 주관적인 프레임에 의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어렵게 번 돈은 함부로 쓰기를 꺼려하나 쉽게 번 돈은 소비에 별 거부감 없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 로봇이 만드는 피자인 ‘줌피자’는 매장이 아닌 푸드트럭에 조리용 로봇과 식재료, 피자박스를 싣고 다닌다.사진=줌피자 홈페이지

첨단기술의 향연, 식품외식 AI 접목 시대

매대에 있는 김밥을 집어 들면 옆에 있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모니터에는 해당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즉석식품 진열대 옆에 서 있는 로봇과 눈을 마주치면 로봇이 성별과 나이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골라준다. 일본 편의점 로손에서 현재 개발 중인 편의점 모형이다.

로봇과 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이 집었다 놓은 물건은 센서를 통해 저장돼 마케팅에 이용된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계산대에 올리면 포장과 계산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서비스는 이미 지난해 말 한시적 운영을 마쳤다.

IT·loT?AI가 식품‧외식업계의 서비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봇이 만드는 피자 매장이 등장했다. ‘줌피자’(zume)는 매장이 아닌 배달용 푸드트럭에 조리용 로봇과 식재료, 피자박스를 싣고 다닌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토핑에 한해 사람의 손을 빌린다. 주문 접수 후 출발과 동시에 조리를 하기 시작해 고객의 집 앞에 도착할 때쯤에 피자가 완성된다. 배달피자의 생명인 ‘갓 구운 피자’를 모든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가치 자체를 끌어올렸다.

김철호 외식테라피연구소 소장은 “유형적인 상품이나 무형적인 서비스 중 어느 하나의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렸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고파는 방식의 진화, 즉 서비스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준으로 키오스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매우 빠른 변화를 보이지만 오프라인 시장은 다소 더딘 면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가 절감 차원이 아닌 고객들의 호감을 불러 모으고 편리함을 더할 수 있는 첨단기술 활용이 중요해진 시대다.

푸드포비아, 생산 과정을 생각하다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과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은 ‘푸드 포비아’라 불릴 만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특히 살충제 달걀의 근본적 원인이 생산 원가 절감과 대량 생산만 추구하는 기형적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비단 살충제 달걀만이 아닌 토착병이 된 조류인플루엔자(AI)도 매한가지라는 지적이다. 좁은 시설과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이 닭과 오리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을거리 추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도시민들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면서 자급자족 도시농부를 자처하고, 요리사는 옥상에서 허브와 채소를 키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팜 투 테이블을 실천한다.

2018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식품과 환경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어 지속가능한 농식품 시대가 빠르게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과 업소에서 쉽게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수경재배기와 도시형 식물공장의 등장, 동물 복지를 강조한 제품 소비의 활성화, 샐러드 시장의 지속적 증가, 식물성 고기 등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 교수는 “살충제 달걀 파동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농식품 생산 방식에도 생각하게 된 계기”라며 “동물 복지와 지속가능한 농식품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식품의 전통적 가치인 맛과 향, 식감보다 지속가능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며 “환경과 소비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농식품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를 포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마트 ‘피코크’ 매대에서 한 여성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왼쪽) 2016년 론칭한 롯데마트의 HMR PB브랜드 ‘요리하다’. 사진=이마트‧롯데마제공

HMR 무한 확장, 대용식도 주목

HMR 인기는 올해도 유효하다. 편의점 HMR 전성시대를 활짝 연 도시락의 경우 짧은 주기로 신메뉴가 꾸준히 나오는데다 이제는 입맛 따라 반찬까지 골라먹을 수 있다. 앞으로 실버층을 타깃으로 한 연화식에 도시락 배달 서비스까지 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또한 냉동피자 인식을 뒤엎은 식품 대기업들의 품질 혁신, 닭발과 막창 등 기존 외식 메뉴를 언제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손이 많이 가는 명절 음식도 HMR로 대체하는 등 HMR의 영역 확대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품력이 따라주면서 품목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HMR 프랜차이즈의 인기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매장수가 크게 늘어난 국‧탕‧찌개 HMR 프랜차이즈는 육수를 내서 일정 시간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맛까지 훌륭하다. 입소문을 타면서 주부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매일 일곱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세트를 판매하는 전문 브랜드도 등장했다. 외식 매장들도 앞 다퉈 자신의 대표 메뉴를 HMR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소비트렌드 모니터는 지난해 215건의 트렌드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HMR이 더 이상 단기적 트렌드가 아닌 우리의 식문화로 발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1인 가구의 영향으로 성장하던 HMR 구매에 주부들도 뛰어들었고 상온, 냉장, 냉동 가공기술의 발달로 HMR은 가공식품의 ‘꽃’이 됐다는 인식이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HMR이 앞으로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간편식에서 먹는 시간까지도 줄여주는 대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고했다. 문 교수는 “바쁜 직장인에게 영양적으로 완벽한 한 끼를 줄 수 있는 대용식,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는 다이어트 대용식 등 제품이 용도별로 세분화될 것”이라며 “대용식 시장이 커지면 다양한 곡물들이 많이 이용될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 미래 대용식 제형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스타벅스의 ‘유니콘 프라푸치노’(왼쪽)와 영국 런던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브릭레인 베이글 베이크의 ‘유니온 푸드 베이글’, 모겐 스턴 (MORGENSTERN)의 차콜 푸드 아이스크림인 ‘블랙 코코넛 애쉬’. 사진=스타벅스 홈페이지‧브릭레인 베이글 베이크 트위터‧모겐 스턴 페이스북

새로운 경험, ‘유니콘차콜 푸드’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고 오감으로 즐기는 미식 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신비로운 색감과 달콤함으로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유니콘 푸드’(Unicorn Food)가 대표적이다. 파스텔색의 마시멜로나 설탕조각, 작은 과일들이 토핑으로 올라가 화려한 컬러와 독특한 장식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전설의 동물 유니콘을 연상시켜 유니콘 푸드라 부른다.

유니콘 푸드의 시작은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푸드 블로거 애들린 워프로 알려졌다. 그는 물감을 뿌려놓은 듯 천연색소로 형형색색의 건강한 토스트 레시피를 만들어 유니콘 푸드를 탄생시켰다. 언뜻 보면 물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클로로필, 블루베리, 비트 등의 과일과 채소를 이용한 크림치즈 색상이다. 유니콘 푸드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글로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유니콘 프라푸치노’를 내놓으며 유니콘 푸드 열풍에 가세했다.

유니콘 푸드에 이어 최근에는 ‘차콜 푸드’(Charcoal Food)가 바턴을 이어받을 채비다.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차콜푸드는 오징어먹물부터 코코넛을 태워 만든 활성탄(숯) 가루가 사용된다. 말 그대로 검정색이 포인트다. SNS를 달구고 있는 차콜 푸드 메뉴는 햄버거부터 마카롱, 아이스크림, 와플, 파스타 등 다양함을 자랑하고 있다.

해외에서 차콜 푸드가 큰 인기를 누린 이유는 검정색으로 도배된 새로운 음식 경험에 숯의 해독작용과 살균작용 등 인체에 이로움을 준다는 사실이 웰빙 트렌드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시각에 의한 트렌드의 경우 반짝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견해다.

▲ 디지털 아트로 전달하는 새로운 미식의 경험도쿄 긴자에 위치한 사가야 긴자(佐賀牛restaurant SAGAYA 銀座)는 큐슈 지역의 명물 사가규(佐賀牛)와 제철 채소로 만든 계절요리를 즐길 수 있는 일본요리점이다. 디지털 아트 그룹 팀랩(teamLab)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들어낸 요리&디지털 아트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긴자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사가야 긴자에서는 요리뿐 아니라 영상을 통해 일본의 사계를 체험할 수 있다. 제철재료를 사용한 계절요리를 선보이는 콘셉트에 맞춰 계절별 디지털 아트에도 변화를 준다. 사진=사가야 긴자 제공

이밖에 눈과 입을 넘어 오감으로 즐기는 요리, 새로운 미식 문화도 조명받고 있다. 디지털 영상이 만들어낸 벚꽃 만개한 실내에서 봄의 계절요리를 즐기고, 파도소리와 갈매기소리를 배경 삼아 싱싱한 굴 요리를 맛보는 것이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닌 음식을 주제로 한편의 공연을 감상하듯 오감으로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가스트로피직스(Gsatrophysics, 미식과 물리학의 합성어) 이론을 창설한 찰스 스펜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청각, 후각, 촉각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느끼는 음식의 맛이 달라진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스펜스 교수의 연구에 이하면 ‘바삭’ 소리가 큰 감자칩일수록 더욱 맛있게 느껴지며 영국 국기 문양의 테이블보를 깔고 비틀즈 음악을 들으며 영국 음식을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김상우 기자 ksw@‧이원배 기자 lwb21@‧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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