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신년 시작부터 메뉴 인상
업계 “2월부터 인상 대열 형성할 것”
지난해 외식품목 가격상승률 2.4%
지난해보다 16.4%나 오른 최저임금(7530원)이 연초부터 외식 물가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식 프랜차이즈 놀부부대찌개와 신선설농탕이 가격을 인상했다. 놀부부대찌개는 대표 메뉴인 놀부부대찌개 가격을 7500원에서 79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전체 찌개류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신선설농탕도 대표 메뉴인 설농탕을 기존 7천 원에서 8천 원으로, 순사골국과 만두설농탕은 각각 1천 원씩 오른 9천 원으로 판매하는 등 메뉴 가격을 약 14% 인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매장 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가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를 각각 100원과 200원 올리는 등 제품 30종 가격을 약 2% 인상했다. KFC는 지난달 29일부터 치킨·버거·사이드·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인상했다. 평균 가격 인상폭은 5.9%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주요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인상도 임박했다는 진단이다.
이밖에 죽 전문점인 죽 이야기도 최근 버섯야채죽·꽃게죽·불낙죽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천 원씩 올렸으며, 고봉민김밥인도 돈까스김밥, 참치김밥의 가격을 500원씩 올려 3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치즈김밥도 300원 오른 3300원이 됐다.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의 인상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다. 최저임금 인상이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보고나서 본격적인 인상 대열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A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고객 저항선이 누그러진 2월쯤 메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며 “인건비가 부담된다고 기존 인원을 내보낼 수 없는 노릇이기에 근무시간 줄이기와 메뉴 가격 인상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 봤다”고 말했다.
B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대다수 외식 업체들이 눈치 보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메뉴 인상에 수긍하기 시작하면 너나할 것 없이 인상 행렬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메뉴 인상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10% 인상 시 음식 및 숙박업의 임금이 2.1%, 물가는 0.5%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그대로 대입할 경우 임금은 3.4%, 물가는 0.8% 오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2018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를 통해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는 경우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의 가격 전가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과 물가안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보다 0.5%p 높은 수준으로 외식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현상이 5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외식물가는 지난 2013년 1.5%, 2014년 1.4%, 2015년 2.3%, 2016년 2.5%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2013년 1.3%, 2014년 1.3%, 2015년 0.7%, 2016년 1.0% 등으로 1%대에 그쳤다.
특히 상승 품목은 값싼 가격으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상승폭 1위를 차지한 김밥은 지난해만 무려 7.8%나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4배나 높다. 이어 갈비탕 4.5%, 라면 4.2%, 짬뽕 4.0%, 볶음밥 3.6%, 설렁탕 3.3%, 짜장면 3.2%, 구내식당 식사비 2.8% 등의 순서다.
통계청이 집계 항목에 넣은 전체 39개 외식품목 중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상승률이 낮은 메뉴는 스테이크(1.9%), 돈가스(1.8%), 비빔밥(1.7%), 생선 초밥(1.4%), 치킨(0.9%) 등 16개다. 식당 등에서 소비되는 주류 품목 중 소주는 5.2%, 맥주는 2.5% 올라 서민 주류를 무색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