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반값 악순환’ 끊을까?
아이스크림 ‘반값 악순환’ 끊을까?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1.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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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정찰제 시작… 업체·판매점·소비자 참여가 관건

추운 겨울 때 아닌 아이스크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최근 빙그레가 자사 아이스크림 ‘투게더’에 가격정찰제를 오는 2월부터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지난 2016년 뜨거웠던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 논란이 다시금 시작될 조짐이다.

빙그레는 최근 “투게더의 소매가격이 4천 원에서 7천 원까지 지나친 편차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과도한 할인 행사로 납품 대리점의 이익이 줄자 제품 취급을 기피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전체 판매량이 줄어들고 제조사의 수익구조는 악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가격 정찰제를 기반으로 과도한 할인 가격의 공급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10년 넘게 굳어진 ‘반값 아이스크림’ 시장에 가격 정찰제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여름 논란 속에 시작된 아이스크림 정찰제가 유명무실해지는 과정에서 봤듯이 빙과업체는 물론 유통회사의 참여와 소비자의 이해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그 때와 상황이 바뀐 게 없는데 이번이라고 특별히 다른 결과를 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물론 빙그레에서도 이런 내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현재 상황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빙그레 관계자는 “다른 기업의 참여나 판매업체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투게더는 원가비중이 높아 지난 2016년부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적자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어 이번에 정찰제를 시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추후 투게더의 가격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른 제품으로 확대 적용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아이스크림 정찰제 참여와 관련해서 검토한 바가 없다”며 “결국 슈퍼 등 판매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큰 동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커피 등 대체제와 저출산 극복 과제

실제로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최근 몇 년 새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 시장 현황(아이스크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아이스크림 소비량은 2013년 71개에서 2015년 58개로 18%가량 줄어들었다.

소매시장 규모도 2012년 1조2420억 원에서 2016년 1조 596억 원으로 14.7% 감소했다. 보고서는 아이스크림 시장의 축소는 주 소비층인 유소년 및 청소년 인구 감소와 대체재 디저트(커피, 빙수 등) 시장의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반값 아이스크림이 현실적으로 더 힘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반값 아이스크림 시장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정가보다 50% 가깝게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기 시작하며 만들어졌다.

대형마트 보다 동네 슈퍼가 더 구매력이 높은 상품 중 하나가 바로 아이스크림. 소비자 접근성이 중요한 제품 특성상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된 동네슈퍼들의 입김에 빙과업체들이 끌려가며 출혈경쟁이 시작된 것.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빙과업체들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 2조 원에 달했던 빙과시장은 2년 만에 5천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에 아이스크림 정찰제를 꺼내 들었지만 동참하는 업체도 적었고 이마저도 소매점에 휘둘리며 끌려 다니다보니 출혈경쟁이 심해지는 결과만 낳았다. 빙과업체는 결국 고육지책으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다.

어차피 슈퍼에서 반값에 팔리니 출고가를 올려 수지를 맞출 수 있도록 한 것. 이런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이제 아이스크림은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가격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가격이 무너지자 수입 아이스크림 시장이 급성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고가 정책을 고수하는 ‘하겐다즈’는 국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다.한국하겐다즈 매출은 2009년 199억 원에서 올해 508억 원으로 10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반값 아이스크림은 물론 커피 등 대체재와 저출산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수입 아이스크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자에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선용 기자  |  bluesman@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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