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셰프가 뭐예요?
서비스 셰프가 뭐예요?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1.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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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셰프(chef)의 어원은 지휘자, 대표, 리더 등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실제로 조리사들을 지휘하는 주방의 대표인 주방장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을 총괄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도 쓰이던 말이다. 스타 셰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우리의 외식문화가 그만큼 발전하고 성장했다는 의미로 와 닿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과연 질적으로도 그만큼 발전했는지 반문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에 방문한 음식점은 소위 말하는 ‘고기집’인데 최근 TV에 소개되면서 그 유명세가 더 높아진 곳이다. 가게에 가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매력적인 맛은 정작 고기보다는 서비스에 있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었다.

고기를 구워주시는 직원분의 빠른 손과 설명은 가히 손님들을 ‘갑’에서 ‘을’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금 접시 하나에서부터 물잔 하나에 이르기까지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마치 독심술을 하듯이 미리미리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었다.

고기를 굽는 정성과 어떻게 해서 먹어야 더 맛있는지 마치 이모나 엄마처럼 애정 어린 간섭이라도 하듯이 챙겨주고 소주병이 비울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추가주문을 해주는 타이밍마저도 마치 서로가 미리 짠 것 마냥 치밀했다.

고기가 떨어질 만하면 나타나서 ‘뭘 좀 더 드릴까’ 하는 질문도 손님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글쎄요’ 하며 머뭇거리는 손님들과 동시에 ‘이 고기 좀 드려볼까요’하며 추천하면 손님들은 그저 거기에 따라가는 순한 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서비스는 친절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before service’의 대표격이다.

고객만족과 동시에 객단가도 50%는 향상이 가능하다. 거기에 고객회전율에도 엄청난 도움을 준다. 손님들에게 눈치주지 않아도 계속되는 서비스에 다 먹은 손님들은 알아서 빠르게 자리를 비워준다. 그것도 전혀 기분 상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음식의 맛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는 음식 재료의 맛을 잘 이끌어내고 조화롭게 만들어 내는 일이고 또 하나는 제공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다. 그래서 주방의 대표인 셰프는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떤 맛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한 백방의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서비스 단계에서 전문성이 없다면 그 음식의 가치는 결코 높아질 수가 없다. 최고 등급의 한우갈비에 갖은 양념을 베어들게 해 만들었어도 좋은 숯불이 없다면 그 맛은 완성될 수 없다.

숯불에 굽는 것과 가스 불에 굽는 것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고 그것을 누가 구워주느냐 어떻게 구워주느냐 혹은 그냥 먹는 게 좋은지 소스에 찍어 먹는 게 좋을지 그야말로 먹는 방법은 제각각이라 할 수 있다. 똑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어떤 그릇에 담아내는지, 어떤 순서로 먹는지, 무엇과 곁들여 먹는지 등에 따라 그 맛은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다.

주방에 세계 최고의 셰프가 있다고 해도 그 음식의 진가는 테이블 서비스가 제대로 연출이 되었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셰프들은 한 결 같이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주방만을 지휘하지 않는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다면 반드시 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먼저 맛보게 하고 그에 대한 소개와 곁들여 먹어서 좋을만한 와인이나 음료를 추천해 주기도하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비스 직원들도 비로소 서비스 셰프로 재탄생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일반 음식점에서는 서비스 셰프를 찾아보기 어렵다. 서비스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다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고 모르는 것은 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 셰프가 된다면 자신이 있고 손님에게 다가가는 것이 편안하고 즐겁다.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노력해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는 주방의 셰프가 있듯이 진정한 맛의 완성을 위해서 똑같이 훈련하고 노력하는 서비스셰프를 양성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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