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고객은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8.01.15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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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자 A콩나물국밥집을 찾았다. 1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던 이곳은 손님이 크게 줄어있었다. 6천 원에서 7천 원으로 가격을 인상한 것이 적잖은 이유로 작용했겠지만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겠냔 생각이 들었다. 불행하게도 그 생각은 테이블에 앉은 후 5분 만에 맞아떨어졌다.

손님은 많이 없었지만 매장은 뭔가 부산했다. 국밥 그릇에 미리 콩나물을 담아놓고 육수를 끓여놓는 등 준비만 잘해놓으면 한 그릇 뚝딱 내놓을 수 있는 게 국밥전문집의 장점이다. 그러나 10분이 넘어가도 음식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대비한 준비과정이 매우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콩나물국밥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밥맛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2~3년 묵힌 비축미가 훨씬 낫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군데군데 원가절감을 위한 흔적들이 보이지만 정작 고객 만족을 위한 흔적들은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와 품질을 지속한다면 단골고객이라도 도망갈 것이다. 고객은 한 끼에 7천 원을 지불했지만 그 가치를 3천 원 이하로 매겨버리고 말 것이다. 1인분에 20만 원이 넘는 비싼 코스요리라도 극진한 서비스를 받고 감동한 고객이 비싸다고 불평할까. 절대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고객은 자신이 지불한 대가에 이 음식이 합당한 것인지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가정간편식(HMR)이 외식업계를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객들은 특별할 것 없는 음식점에서 슬금슬금 오른 음식값을 지불하느니 더 저렴하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HMR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의 경영컨설턴트이자 칭화대 명예교수인 왕중추(汪中求)는 그의 저서 ‘디테일의 힘’에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먼 곳에 있는 높은 산이 아닌 신발 안에 있는 작은 모래 한 알”이라고 말했다.

이를 외식에 적용해본다면 어떨까. 많은 외식경영주들이 성공 노하우를 찾고 있지만 성공은 정작 가까운데 있다. 고객에게 행복함을 가져다주고 자존심을 얼마나 높이 세워줄 지는 오직 판매자에게 달려있다. 판매자의 철학이 결국 그 음식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최상의 ‘가격전략’이자 핵심전략일 것이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은 손님들이 그 식당을 그리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운 맛은 좋은 음식점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과연 내가 이 식당에 또 올 것인지 물어보면 좋은 식당인지 아닌지 쉽게 답할 수 있다. 사실상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다. 특정 설렁탕을 늘 찾는 손님에게 왜 그 집만 가냐고 물어본다면 설렁탕이 생각날 때 그 집이 떠오른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다 식재비 급등, 지속되는 경기불황 등 영세외식자영업자들의 하루하루는 버티기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버텨야 하는 이유를 아는 이들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라 본다. 단골고객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하고 새로운 고객이 꾸준히 영입될 수 있도록 그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고 몸부림치면 성공이란 고객이 반드시 가게 문을 두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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