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오비 주류 대기업 민낯…부당승계·흑자희망퇴직
하이트진로·오비 주류 대기업 민낯…부당승계·흑자희망퇴직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1.2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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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100억 원에 2세 검찰 고발...신임 사장 취임 첫 행보가 구조조정

국내 주류시장을 주도하는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주류 대기업들이 연초부터 연이은 악재로 시끄럽다.

하이트진로는 부당기업승계와 관련 공정거래위원위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과 총수 2세의 검찰 고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오비맥주는 신임대표 취임 후 첫 행보로 희망퇴직을 발표하면서 이익극대화를 위한 쥐어짜기라는 논란에 휩쓸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움직이거나 삼광글라스를 통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년 이상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하이트진로(79억5천만 원), 서영이앤티(15억7천만 원), 삼광글라스(12억2천만 원)에 각각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오너 2세인 하이트진로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을 비롯해 김인규 대표이사와 김창규 상무를 검찰에 고발했다.

통행세, 우회지원으로 경영권 승계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는 박태영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 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삼광글라스(제조업체)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고, 나중에는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구매하던 알루미늄 코일(공캔의 원재료)과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서영이앤티가 보유 주식을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 약정을 체결하고 인수된 회사에 거래 단가를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까지 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가 중소기업에 각종 피해를 끼쳤고 이를 통해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장기간에 걸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각종 불공정 행위를 통해 공정 거래 질서를 저해하고 중소기업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사례를 적발·시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김상조 위원장이 꺼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첫 제재라는 측면에서 ‘일벌백계’라는 평가와 함께 프랜차이즈 업계가 갑질논란에 휩싸이며 공정위가 중심이 된 전방위적 압박에 결국 ‘자정안’으로 백기투항한데 이어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주류업계로 시선을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오너 2세가 걸린 사안인 만큼 행정소송을 비롯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지적 사항은 이미 해소된 사항으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특히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관련 부분은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아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쥐어짜기 vs 인력 선순환
한편 오비맥주는 새해 시작과 함께 희망퇴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6년 4월과 11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 직원의 8%가량인 15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음에도 1년 2개월 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꺼내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오비맥주의 희망퇴직대상은 차·부장급의 물류·생산 등 만 45세 이하 비노조원으로 평균 임금 36개월 조건을 내건 상황이다.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노조파업으로 성수기 맥주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부분과 국내맥주시장 특히 국산맥주의 부진에 따른 조직 개편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달 1일 새롭게 취임한 브루노 코센티노 신임 사장의 첫 행보가 ‘희망퇴직’이라는 점에서 조직개편의 신호탄 또는 이익극대화를 위한 조치의 시작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비맥주의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아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998년 두산에서 AB인베브로 넘어갔다 2009년 사모펀드 KKR에서 다시 2014년 AB인베브로 넘어 오면서도 꾸준하게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던 오비맥주다.

최근 수입맥주의 급성장과 크래프트맥주의 등장으로 국산맥주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오비맥주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3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14년 2251억 원, 2015년 2537억 원, 2016년 2537억 원 등으로 좋다. 심지어 2015년에는 순이익보다 많은 37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고배당’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하이트진로 등 경쟁 맥주회사와 달리 호가든 등 AB인베브의 다양한 수입맥주와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등 타 제조사의 맥주를 유통하며 수입맥주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수입맥주 시장 확대에 맞춰 스텔라 아르투아 등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퇴직의 이유로 실적부진을 언급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공정위가 밝힌 하이트진로그룹 조사과정에서 입수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국산맥주시장 점유율도 지난 2008년 41.85%(하이트맥주 58.15%)에서 꾸준하게 상승해 2011년 51.82%(하이트맥주 48.18%)로 역전했고, 지난해에는 68.01%로 하이트맥주(27.66%), 롯데주류(4.33%)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희망퇴직을 놓고 오비맥주 노조는 이익 극대화를 위한 쥐어짜기 경영의 전형이라며 비난하고 나섰고 회사는 구조조정이 아닌 인력 선순환을 위한 희망퇴직으로 신규채용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산맥주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악재로 국산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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