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인상해오던 코카콜라음료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가격을 올렸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총 10차례 올렸다. 인상 이유도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소비자들은 반발하지만 코카콜라는 여유롭다.
콜라 소매 시장의 약 80%를 차지해 사실상 과점적 지위다. 탄산음료 소비가 줄고 있다지만 아직도 콜라의 인기는 상당하다. 한동안 논란이 지나면 다시 소비자는 코카콜라를 찾는다. 오랜 동안 학습을 해온 코카콜라의 영업 전략은 영악할 정도이다.
코카콜라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치킨 업소들이 떠올랐다. 대부분 치킨 매장은 코카콜라 대신 펩시콜라를 서비스 제품으로 선택한다. 단가가 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유료로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더 저렴한 펩시콜라를 선택한다.
만나본 점주는 “코카콜라를 고객이 선호하는 걸 알지만 업소용도 가격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펩시콜라를 주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일부 가맹본부는 본사 차원에서 계약을 맺어 저렴한 가격에 코카콜라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시적이라 점주들은 불안해한다.
코카콜라는 이번엔 소매용을 올렸지만 가격 인상 패턴에 따라 조만간 업소용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인 펩시콜라도 동참하리란 전망도 우세하다. 콜라 가격 인상은 치킨 업소 점주에겐 참으로 무거운 소식이다. 정말이지 치킨 가격 빼고 다 오르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당해야할 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치킨 가격만 몇 년째 제자리이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릴라 치면 소비자는 물론이고 정부도 나서서 칼을 빼든다. 반면 대기업인 코카콜라가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려도 정부는 무심하다. 탄산음료가 치킨만큼 서민 먹을거리 생활과 밀접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약자에게 강해서일까?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6% 증가한 9303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올렸다. 음료 사업은 매출 1조3789억 원, 영업이익 12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 9.7% 증가했다. 코카콜라의 가격 인상 때문만이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한몫을 한건 분명해 보인다.
치킨 매장 점주가 치킨 가격은 못 올리면서 콜라가격 인상 소식에 전전긍긍할 때 대기업은 사상 최대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치킨 점주가 치열한 경쟁 속에 칼바람과 눈·비를 뚫고 배달로 매출을 조금씩 높여 나갈 때 코카콜라는 안정적인 점유율 속에 매년 가격을 올리며 편안하게 이익을 늘려 나가고 있다.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건 공공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 업체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하지만 유독 치킨 가격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콜라와 치킨을 바라보는 소비자와 정부의 시선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하는 우리 안의 이중적인 차별 의식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