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줄이려는 휴게시간, 신뢰 잃을 수도
인건비 줄이려는 휴게시간, 신뢰 잃을 수도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2.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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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한국공인노무사회 대외협력위원·노무법인 에이치 대표/공인노무사회

2018년을 시작한지도 두 달이 넘었지만 역대 최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지난해 여름의 충격이 여전히 외식업계를 흔들고 있다. 인건비를 절감할 다른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도 여전하다.

또 최저임금을 맞추려 출퇴근시간을 줄이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으니 휴게시간이라도 최대한 늘리면 되지 않겠냐고 나름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임금을 도저히 더 올릴 수는 없으니 다른 식당들 하는 것 봐서 움직여야겠다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경우도 있다.

“저도 최저임금 오른 만큼 월급을 올려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출액은 그대로인데 인건비를 15% 이상 올리면 도저히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직원들의 기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경영사정상 임금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사업장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휴무일을 늘리게 되면 일용직 같은 대체인력을 써야 하니 1일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1일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근로시간 도중에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사장님 입장에서 보면 출퇴근 시간은 그대로 두고 휴게시간을 좀 늘리면 근로시간이 줄어드니 인건비 조정을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떠올린다.

휴게시간은 노사가 느끼는 감정이 매우 다른 영역 중 하나다. 사장님은 이렇게 말한다. ‘오후에 손님이 거의 없을 때에는 쉬라고 휴게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어요. 그리고 CCTV 보시면  휴게시간이 아닐 때도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충분히 쉰다니까요.’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르니 은행 볼일을 보러 갈 수도 없고 홀에 앉아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그리고 잠시 눈 한번 붙이고 싶어도 테이블에서 신발 벗고 앉아 있을 수도 없잖아요.’ 이 이야기를 노동법적 관점에서 보면 휴게시간이 아니다.

쉬다가도 손님이 오면 일어나야 한다면 대기시간, 즉 근로시간이다. 만약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기하고 있었다면 근로시간으로 본다. 노동법에서는 쉴 때 제대로 쉬는 것이 아니라면 근로시간으로 판단한다.

그러면 외식업에서 휴게시간을 ‘진짜’ 휴게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사업장 특성상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맞아야 한다면 조를 나누어서라도 손님맞이를 안 해도 되는 자유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둘째, 쉴 수 있는 공간을 배려해주어야 한다. 룸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휴게시간에는 특정 룸에서 쉴 수 있게 하고 룸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파티션을 이용해 직원들이 손님의 시선을 떠나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될 것이다.

사장님이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조금만 올려주겠다고 하면 올해는 임금이 꽤 높아질 거라 잔뜩 기대했던 직원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근무시간을 조정하면서 고된 노동시간이 확실하게 줄어든다면 실망감도 많이 해소될 수 있다.

반면에 예전과 일하는 것이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새로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휴게시간만 더 늘려놓은 경우라면 어떨까. 최저임금 주기 싫어서 우리 사장님 편법 쓴다고 할 것이다. 쉽게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려다 직원들의 신뢰까지 잃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감독할 때, 근로조건 변경 시 직원들의 동의를 제대로 구했는지,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휴게시간을 제대로 확보해 주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한다. 쉴 때는 확실히 쉬게 해야 갑질 사장님의 오명을 쓰지 않는다. 직원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동의를 구해야 가족 같은 노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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