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다들 겁먹은 거죠. 각 업체마다 김상조 위원장에게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는 듯 상생안 발표에 혈안이 됐습니다. 프랜차이즈사업 경영주들이 무슨 중죄인입니까? 허탈한 마음입니다.”
지난 1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프랜차이즈 업계의 만남을 지켜본 A프랜차이즈 대표의 말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외식업 특례업종 제외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무조건 손해를 감수하라’는 으름장에 울화통이 터진다고 한다.
더군다나 알만큼 아는 업체들이 어찌 눈치만 살살 보고 있는지 괘씸하다고 한다. 규모가 받쳐주는 대형 업체들은 손해를 감수한 상생안이 부담스럽지 않을지언정 중소업체들은 도산을 각오해야 할 만큼 큰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다섯 번이나 프랜차이즈 업계와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잦은 만남은 산업의 독려 차원이 아닌 ‘알아서 말 좀 들어라’는 강압의 의미가 있다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아들을 터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 가맹본부들이 이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말이 가이드라인은 아니라며 애써 웃음 지었지만 수시로 언급하는 상황에 어찌 가이드라인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냉정하게 봐야 한다. 현재 정부의 압박은 필요 이상을 떠나 시장 경제의 원리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수준이다. 프랜차이즈업계가 지금의 압박에 그대로 순응한다면 결국 다양성을 잃어버린 대기업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다.
몇몇 가맹본부의 갑질 관행을 뜯어 고치겠다며 업계를 뒤흔드는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바라만 볼 것인가. 나중 업계를 좀먹은 ‘겁쟁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