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농촌만 있고, 식품·외식은 없는 농식품부
[사설] 농업·농촌만 있고, 식품·외식은 없는 농식품부
  • 박형희 본지발행인
  • 승인 2018.03.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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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4일 돌연 사임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번째로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된 김 전장관은 오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7월 4일 취임 이후 겨우 8개월만이다. 자의로 장관직을 그만 둘 것이라면 애초에 장관직을 권유받았을 때 사의를 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 김 전 장관이 농식품부를 정계로 복귀하기 위한 플랫폼, 혹은 경력을 쌓기 위한 과정으로 이용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취임 8개월 만에 전남지사 출마 출사표 내고 사표
김 전 장관은 지난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관료 출신이다. 또 18대와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6년간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 및 간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농업·농촌문제를 잘 이해하고 식품·외식산업의 중요성을 잘 아는 농식품전문가로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문재인정부의 초대 농식품부 장관으로 취임한다고 발표했을 때 농산업계는 물론이고 식품·외식업계도 모두 환영했다. 그리고 그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었다.

김 전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농식품 전문가답게 농축산식품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며 “농정이 변했다. 농정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농정의 일대 혁신을 이루자”고 일갈했다. 동시에 “농업인의 뜻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통과 공감의 농정을 펼치자”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겨우 취임 8개월 만에 전남지사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헌식짝 내버리듯 버렸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는 국내 정치인의 공통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다.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농업·농촌만 있고, 식품·외식은 없는 농식품부
김 전 장관이 퇴임하며 또 하나 실망스러운 것은 퇴임사 어디에도 식품과 외식산업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농업, 농촌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뿐이다.

마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아닌 농림축산부 장관의 이임사 같았다. 통계청 도·소매업 및 서비스업 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외식산업의 연간 매출은 119조 원(2016년 기준), 식품산업 82조 원으로 나타났다.

외식산업은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산업 중 가장 큰 산업이자 농축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거대 소비처이다. 외식산업과 식품산업이 성장하지 않는 한 우리 농업·농촌의 밝은 미래는 없다.

농식품부도 지난달 초 보도 자료를 통해 외식산업이 농·식품 관련 산업 중 부가가치와 고용자 수에서 1위를 차지하는 산업이라며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장관의 이임사에 외식·식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이 산업에 대한 중요성은 물론 인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식품·외식산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농식품부는 오직 ‘농업, 농촌만 있고, 식품과 외식산업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정책이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처 내에서 찬밥 신세 면치 못하는 외식산업
농식품부 내에서 외식산업육성정책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119조 원조 원의 거대산업을 육성하는데 책정된 순수 정책자금은 해외진출지원 12억 원, 정보사업지원 6억 원, 벤처인큐베이팅 및 식재료 공동구매 10억 원 등 총 28억 원이 고작이다.

지난 2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지표로 보는 이슈, 외식산업구조 변화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는 “외식산업의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농식품부가 외식산업진흥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그처럼 어렵게 만들어 놓았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내 외식산업진흥부를 없애고 식품외식기획부로 통합했다. 자칫하다가는 농식품부 내에 외식산업진흥과 역시 없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든다. 

취임 8개월만에 갑자기 장관이 떠난 농식품부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없는 부처로 평가받으며 지난 70년 역사에 63명의 장관이 임명돼 평균 재임기간이 약 13개월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제대로 세운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농식품부가 농업과 농촌 그리고 식품과 외식산업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정치논리에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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