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 세계화 갈길 멀다
우리음식 세계화 갈길 멀다
  • 김병조
  • 승인 2006.11.0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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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화두는 ‘우리음식 세계화’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한국외식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 테마가 ‘한국음식의 세계화 전략방안’이었는가 하면, 얼마 전 매스컴이 주목했던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제 5차 한상대회’에서는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주제로 한상특화세미나가 열려 해외에서 당당히 한 몫 하고 있는 음식점 대표들이 참석해 성공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세미나들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지난달 취재차 일본에 있는 한국음식점 현황을 조사했던 때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봤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거리’로 알려진 신주쿠(新宿)나 아카사카(赤板) 지역에 몰려 있는 한국음식점들은 우리음식과 문화를 일본에 제대로 알리고 있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고, 단지 먹고 사는데 급급한 영세상인들이 서로 시기하며 제살 깎아 먹는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신주쿠에는 그만그만한 크기의 한국식당들이 100여개나 몰려 있고 아카사카에는 줄잡아 80여개의 한국식당들이 한 집 건너 하나가 보일 정도로 많지만, 보기에 좀 번듯하고 전문적인 메뉴를 취급하고 있는 곳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신주쿠에서 ‘진미정’이라는 식당을 8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장영자 사장은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포화상태가 됐다”며 “1년도 못 견디고 문을 닫는 가게가 하루에도 5~6개는 생기고 있지만 비우기가 무섭게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다시 오픈을 한다”면서 한류열풍만 믿고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사람들의 행태를 안타까워했다.

일본의 한식당들의 특징 중 하나는 메뉴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야키니쿠(불고기)는 기본이고 감자탕, 잡채, 전 등 한국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총 동원이다.

이에 대해 장영자 사장은 “일본사람들은 야키니쿠를 먹고 후식으로 감자탕이나 부대찌개를 먹는 습관이 있어 한 가지만을 전문으로 해서는 가게를 꾸려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생선회에서 불고기, 삼계탕까지 셀 수도 없는 메뉴를 한 곳에서 제공하다보니 그 맛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은 먹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는 말이다. 일본인들이 이런 음식점들의 요리를 한국의 맛이라고 인식할까 걱정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음식의 자존심을 꿋꿋이 지켜나가고 있는 ‘처가방’ 오영석 대표와의 인터뷰가 더욱 인상에 남았다.

이번 한상대회에서도 성공사례를 발표한 오 대표는 한식당 처가방과 식품가게를 오픈할 때 동경에서도 가장 중심상권이나 고급백화점만을 고집한다. 오 대표는 그 이유를 “한국음식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p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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