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에 매운맛 열풍 유감
상술에 매운맛 열풍 유감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4.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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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시론]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대한발효식문화포럼 회장

세계의 모든 유명한 음식은 그 지방에서 나는 식재료를 기반으로 탄생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발효식품인 김치와 고추장도 수천 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자라고 있었던 우리나라 재래종 고추가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누구의 주장대로 멕시코 아히(aji)와 같이 매운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면 식품과학적으로 볼 때 고추장과 김치는 절대로 세상에 나올 수 없다.

매운 고추로는 김치가 발효되지도 않을 뿐 더러 억지로 김치를 담가도 매워서 도저히 먹을 수 없다. 그들 말대로 그렇게 매운 고추가 생물학적으로 짧은 시간에 우리 고추로 진화됐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권대영 외, 고추 전래의 진실·자유아카데미 출판 참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떡볶이나 낙지볶음 등도 우리 고추와 고추장이 있었기에 발달한 음식이다. 이런 음식은 결코 매운 고추로 만들면 먹을 수 없지만 현지인들도 잘 안 먹는 수입 고추가 쓰이고 있다.

과학자의 시각으로 볼 때 최근 지나칠 정도로 ‘매운 요리’가 마케팅을 통해 팔리고 있다. 심지어 가공식품도 불짬봉, 불라면이라는 이름 등으로 팔리고 있다. 그러면서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활력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선전한다. 물론 이런 말들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고추에는 맞는 말이고, 중남미산 수입고추에는 틀리는 말이다.

흔히 고추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지만 그렇다고 아무 고추나 비타민C가 풍부한 것은 아니다. 헝가리 과학자 센트죄르지(Szent-Gyorgyi Albert)가 비타민C를 발견한 것도 매운 고추가 아닌 우리와 비슷한 고추가 헝가리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고추의 캡사이신도 우리 고추와 같이 적당량이 있을 때 좋지 지나치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고문헌을 보면 조선시대 초기 김종서가 북벌을 할 때 고뿔(감기의 옛말)이 나거나 맹추위를 견디기 위해 우리 고추를 술에 타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분명 우리 고추는 비타민 C와 캡사이신이 적당하게 들어 있어서 그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온 또 다른 고추인 남만초(오늘날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의 매운 고추)를 우리 고추와 같이 똑 같이 술에 타 먹다가 사람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지봉유설(이수광, 1613년)에 있다. 우리 고추보다 몇 백배 매운 태국 고추를 우리 고추와 똑같은 방법으로 먹다간 죽을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너무 맵게 먹는 것은 우리 몸에 좋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맵게 먹는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술에 의한 매운 열풍이 분 것이다. 비싼 우리 고춧가루는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다. 우리 고추와 같은 종류인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는 것도 가격이 맞지 않다. 그러니 우리 고춧가루보다 거의 열배 가까이 싼 수입산 고춧가루(캡사이신)를 써야 가격이 맞는 것이다.

그리고 매운 맛은 우리 전통이니 한국 사람의 특징이니 오히려 엔돌핀을 돋우고 몸에 활력이 되느니 하는 상술에 소비자가 빠져든 것이다. 그러니 맵지 않게 해달라고 해도 맵게 나오는 것이다.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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