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가치 상승을 위한 고전문헌 사용법
한식가치 상승을 위한 고전문헌 사용법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4.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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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최종문

한식메뉴 가치상승을 향한 업계의 간절한 몸짓도 외식문화 산업의 위기 돌파를 위한 유력한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식관련 고전문헌사용법을 작은 시론으로 제시해 본다.

필자의 서울시내 어느 특급호텔 대표시절, 당시 엄중 엄혹한 외환위기시절임에도 불구하고 호텔 내 최고 인기 부대 업장은 중국식당이었다.

오늘날 중국요리 스타셰프로 유명한 Y총주방장의 독특한 노하우에 의한 ‘불도장(佛跳?)’ 이라는 중국요리 때문이었다. 불도장은 뛰어난 맛과 멋, 그리고 압도적인 영양가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풍미와 향내가 오관을 자극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음식의 내력에 관련 된 스토리마저 흥미진진했으니 불도장의 유래는 이렇게 전해진다. (윤덕노 지음, 음식 잡학사전 47쪽-49쪽, 2007. 북로드)

한 무리의 선비가 음식점을 찾아와 ‘복수전(福壽全)’을 주문했다. 뚜껑을 열자 맛있는 음식향기가 방안에 가득차서 다들 음식향기에 취했는데, 흥에 돋은 한 선비가 즉석에서 시를 읊었다. ‘항아리 뚜껑 여니 향기가 사방을 진동하네. 스님도 냄새를 맡고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 넘었다네(壇啓香飄四·佛聞棄禪跳墻來).’ 이 시를 들은 사람들이 감탄했고 이후 복수전을 ‘스님이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 넘었다’ 는 불도장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고 한다.

불도장 뿐이 아니다. ‘춘향전’에도 오늘날 메뉴화 가능성이 높은 음식들로 가득하다. 실제로 필자는 전주대 문화관광대 학장시절 춘향전 주안상의 복원 & 재현행사에 참여 한 적이 있거니와(전주대 남원시 공동주최 2007.5.) 그 성과는 한 마디로 ‘환상적’이었다는 게 남원시장과 필자를 포함한 참석자들의 한결 같은 소감이었다.

120여 종이상의 춘향전 판본의 하나인 ‘남원고사(南原古詞)’중 퇴기 월매가 춘향과 이몽룡을 위해 차려낸 주안상차림은 농어회와 염통산적, 양볶이와 수삼연계(軟鷄)찜, 신선로와 양지머리 편육, 전복장, 갈비찜, 제육초(诸肉)와 꿩구이, 잡곡밥, 추어탕, 조기구이, 봄나물, 전복 내장젓, 더덕장아찌, 백편, 두텁떡, 화전, 금귤정과, 약과, 생과일, 오미자 화채 등 31가지의 음식에 12종의 술이 등장한다.

광산김씨 예안파인 김유(1481~1552년)의 저서인 ‘수운잡방(需雲雜方)’(윤숙경 편역,신광,1998)에도 다양한 내용이 기술돼 있거니와 필자도 참가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들의 연구 & 재현행사(2009.9) 에서도 메뉴 경쟁력의 탁월성이 입증되었다.
오늘날의 유제품격인 타락(駝駱), 육면(肉麵)을 비롯해 국수, 과자, 엿, 다식, 식혜 만드는 법, 음식저장법 등 당시 안동지방에서 널리 통용되던 독특한 내용이 많이 수록돼 있어 활용범위가 매우 다양하고 넓다.

‘옥루몽(玉樓夢)’ (옥련자 저, 홍광선 역, 신산업경영원, 2016) 역시 음식과 술 이야기가 풍성하다.

먼저 물고기 회 요리 이야기. 백옥쟁반에 올린 실처럼 가늘게 썬 농어회 한 접시로 연왕이 감동받은 ‘은설회(銀雪膾)’와 푸른 빛 접시에 올린 연자병(蓮子餠) 떡. 청강석에 연잎을 그려 넣은 접시 안에는 백 여송이 연꽃 모양의 떡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떡 한 개 한 개가 모두 꽃송이로 착각될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워 뭐라 형언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한식메뉴판에 위 이름을 올리고 간단한 설명을 붙이는 것으로도 그 가치는 적잖게 상승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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