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세계화 사업 유감, '한식을 상품으로만 생각'
한식세계화 사업 유감, '한식을 상품으로만 생각'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5.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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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시론] 한국식품연구원 대한발효식문화포럼 회장 권대영

2010년대 들어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으로 한식세계화 사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음식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한식을 이해하며 이후 즐겨 먹게 하는 일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태껏 진행된 한식세계화 사업은 몇 가지 측면에서 미진한 점이 많아 유감이다.

우선 지금까지 한식세계화 사업은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에 맞는 목표가 설정됐는지 분명치 않았다. 한식을 자주 먹고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한식을 즐기고 사랑하게 만들어야 하는 데도 지금까진 세계 사람들이 한식을 먹는 기회를 늘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대부분의 예산이 해외 한식 식당을 늘리는 데와 한식 메뉴를 알리는 데에 사용됐다. 한식의 특성과 본질을 알고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데는 한참 부족했다. 이렇게 하려면 한식이 갖고 있는 음식의 실체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식이 갖고 있는 문화, 역사, 혼과 정신 그리고 이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과학이 있어야 하는 데 이런 분야에 대해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 한식의 가치를 올리는 데는 역사와 문화, 건강과 같은 콘텐츠도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현대에는 건물 짓고 길 닦는 것, 그리고 제품이 팔리든 안 팔리든 상관하지 않고 제품개발하고 만드는 것 등이 제일 쉬운 일이다. 여태껏 한식세계화 사업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식당 인증하고 늘리고, 세계 일류 한식당 늘리는 데 만 맞춰져 있었다. 한식세계화 사업의 연구사업도 한식의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레시피(제품)개발에만 초점을 맞췄고 일부만 한식의 우수성 연구가 수행됐다.

한식을 단순히 모양내는 것에 치중해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세프들에 의해 한식이 변질되는데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식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해 왔고 백성들이 만들어 먹고 문화적으로도 한국인의 정과 혼으로 결합하고 있는 데 자꾸 생산화, 산업화, 제품화, 개발 연구에만 치중하는 것은 맞지 않다. 따라서 본질적 존재와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승화시키는 데에는 투자하지 않으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한식세계화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막걸리가 해외에서 인기일 때도 그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보여줬어야 꾸준히 성장했겠지만 생산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생산 시설은 크게 늘었지만 소비는 1/6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식도 K-diet, K-food와 함께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얻는데 본질과 실체에 대한 세계 사람들의 요구에 답을 해주지 못하면 과학적으로 곧 바로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가 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한식세계화 사업에서 소프트파워의 힘(문화, 정신, 꿈, 끼)을 이야기하는 콘텐츠 개발에는 매우 인색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식 세계화 사업은 한식이라는 식품만 있고 한식에 대한 전통과 지식, 문화, 정신 발굴과 보존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가치를 지켜나갈 사람이 없다. 한식을 만들고 전통을 이어온 가치를 보유한 조상들에게서 배우고 전승해야 할 내용이 무궁무진함에도 이에 대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참 안타깝다.
세계 사람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에 부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한식은 건강, 역사, 정신, 문화, 삶에 대해 세계 어느 식품보다 콘텐츠가 풍부함에도 이를 발굴하고 승화 시키는 일은 하지 않고 당장 한식을 많이 먹기만 바라고 있다.

지난 7년과 똑같이 한식 세계화 사업이 진행된다면 국가의 세금도 똑같이 낭비될 것이며 미래 역시 그다지 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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