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환경부, 일회용품 줄이기 ‘압박’ 아닌 ‘이해’가 우선
[취재후기]환경부, 일회용품 줄이기 ‘압박’ 아닌 ‘이해’가 우선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5.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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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 달부터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음료 1잔 당 최대 300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게 됐다.

환경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등 20개 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통해 10% 가격 할인을 시행한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발표 다음날인 11일 환경공단서울사무소로 20개 업체 실무자를 불러 이번 대책의 핵심 내용인 텀블러 사용 시 10% 가격 할인에 대한 참여를 독려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그렇게 강조해온 ‘소통’은 어디로 사라지고 일단 ‘발표해 놓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커피, 패스트푸드 가맹본부는 정책을 홍보하는 들러리로 전락했고, 가맹점주들은 가격할인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현장에서 만난 커피전문점 업주들은 “법 취지야 공감하지만 최저임금인상, 경기침체 등으로 죽을 맛인데 갑자기 가격 할인을 해주라니 그 돈은 어디서 나오냐”며 항변한다.

업계에선 결국 이번 조치가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 이후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업계와 세밀한 협의와 조정보다는 결과내기에 급급해 발표부터 서둘러서 발생한 불협화음이란 지적이다.

환경부의 모습은 정책 시행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기보단 ‘압박’을 통해 ‘복종’하도록 만드는 전형적인 관료사회의 모습이다. 자발적 참여 운운하면서 행정안전부를 동원해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평가하겠단  식으로 밀어붙이는 모습도 여전하다.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해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단 설명에선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환경부는 업계 관계자와 협의과정에서 10% 이하의 브랜드별 차등할인으로 한발 물러섰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이 300원을 할인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100~200원 할인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가격 할인에 대한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가맹본부도 일부 부담하는 방안이 업체별로 검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음료할인과 리필 등에 대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의 몫이 되기 때문에 가격인상 요청이 빗발칠 것”이라며 “결국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당사자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쉬운 길만 좇다가는 결국 또 하나의 ‘탁상행정’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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