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 음식문화 '플라스틱은 유죄? 무죄?'
플라스틱과 음식문화 '플라스틱은 유죄? 무죄?'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5.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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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한국미술연구소 연구원 정희정

 

요즘 플라스틱이 문제다. 오는 10월부터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당장 생선 등 물기가 있는 음식물의 포장이 걱정이다.

플라스틱, 비닐과 관련된 환경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두됐지만 갑자기 전면적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달 재활용 수거문제 때문이다. 재활용될 것을 예상하고 사람들은 번거롭지만 분리수거를 해왔는데,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다른 나라에 버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끄럽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1년 1월 1일부터로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연탄재 3종으로 분리해 실시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재활용품이 많지 않아 월 1회 내놓도록 했지만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연탄재는 줄어들고, 일반쓰레기보다 재활용 쓰레기의 분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며칠만 지나도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통은 페트병과 식품을 담았던 비닐포장으로 가득 찬다. 여기에 더해 무덤처럼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문제인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쌓이고 있다고 하니 공포스럽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런 변화와 문제가 제기되는데 개인에게 비닐봉지와 종이컵 줄이기만 강제하는 건 직무유기 아닌가?

그런데 우리의 삶이 플라스틱과 분리될 수 있을까? 플라스틱은 열이나 압력(힘)을 가해 일정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비금속 물질로 실제로는 검은 비닐봉지부터 페트병, 스타킹, 영화필름, 고무타이어, 의료용품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최초 플라스틱의 발명은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던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의 재료를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1869년 이렇게 발명된 천연수지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는 당구공에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열을 가하면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 수 있었다. 때문에 상아, 거북이등껍질을 대신해 장신구와 단추를 만드는데 사용됐고 틀니도 만들었다. 이후 발명된 열에 강한 합성수지는 전자제품의 부속으로, 1930년대에는 오늘날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비닐봉지, 페트병의 재료인 폴리에틸렌이 발명됐다. 

페트병은 화학섬유의 재료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던 중 등장한 창의력의 산물이다. 미국에서 개발돼 1975년 미국과 1978년 일본에서 각각 제품개발과 상용화에 돌입했다. 곧이어 1979년 한국의 PET병이 미국 FDA의 무공해 승인을 받아 ‘병 유리 부족시대의 구세주로 등장’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간장을 담았고 그 다음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병으로 탄산음료를 담고 이어 식용유를 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음식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코끼리와 거북이의 죽음을 막고 인간의 생활을 이롭게 했던 아름다운 물질이 한 세대를 지나 이제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과학자 레이첼 카슨이 생각난다. 살충제와 농약의 문제를 지적한 ‘침묵의 봄’으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고 미국 정부는 농약사용실태를 조사했다. 결국 1969년 미국에서 환경보호법안이 제정됐다. 처음으로 환경문제를 법적으로 다룰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현대 산업농업 시스템에서 생산의 극대화만이 아니라 인간과 환경을 고려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생활 곳곳에 플라스틱이 사용되는데 대형마트 비닐봉지 사용 제재로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의 양이 얼마나 될까? 우리의 현실 속에서 안전과 편리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과 실행이, 그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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