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주 52시간 근무 업종별 차등 적용해야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주 52시간 근무 업종별 차등 적용해야
  • 육주희 기자
  • 승인 2018.06.2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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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쓰나미 몰고 올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정부가 2020년 최저시급 1만 원을 목표로 임금 인상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을 두고 국책연구원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반면 한국개발연구원은 오히려 고용 감소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내놓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여기에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향후 고용시장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외식업체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는 곳이 없지만 5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는 업체는 2020년 1월부터, 5~49인 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므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외식업계의 현황 및 대응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천에서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 씨는 상반기 결산을 하고 나서야 최저임금 인상이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알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인건비율이 평균 28~30% 수준이었으나 최저임금 인상 이후 매출액 대비 4.9%~5.7% 정도 상승해 약 40%에 육박한 것이다.

전체 매출의 약 10% 정도의 순이익이 4~5%대로 떨어졌다. 지난 5년간 음식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전면 메뉴 개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분당에서 작은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양 모씨는 지난해까지 직원 1명, 아르바이트 1명을 고용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이후 가족운영으로 전환했다. 지금의 매출로는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오히려 자신의 인건비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출에 관계없이 평균 식재료비가 20~30만 원 상승했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비단 업소 내 직원뿐만 아니라 전 유통과정에서 인건비 상승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식재료 납품가도 올랐다고 말한다.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 모 씨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여파가 외식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토로한다.
5~49인 이하 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만 인근 대기업들의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주 52시간 근무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아예 저녁회식, 접대 등을 없애겠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시급 8600~8700원 예상, 고용축소로 타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난 상반기 외식업계는 한 숨이 깊어졌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외식업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최저시급 인상 및 식재료비, 임대료 등 매출대비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 원 시대 공약을 내건 후 시행 첫 해인 올해 최저시급은 2016년 6470원에서 16.4%가 인상된 7530원이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시급이 15%선에서 인상된다면 8600~8700원으로 예상된다. 300인 이상 중소기업형 외식업체의 경우 현재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인건비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사)한국외식경영학회 제 40차 춘계학술세미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외식업계 미래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최저임금 도입 후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력감소에 따른 문제점 및 지출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배달료 인상을 포함한 가격인상에 나서거나 가족중심운영, 자동주문시스템, 셀프 시스템 도입 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8600~8700원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식업계에서는 인건비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갖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새로 생겨나는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에는 무인 시스템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주방 간소화를 위해 식재료 전처리 및 소스 및 탕 등 주력메뉴도 과감히 아웃소싱을 하는 등 점차 시스템에 변화가 일고 있다.

고용주 54.9% ‘최저임금 인상 후 알바 채용 줄여’
한편 2018년 최저임금 적용 후 고용주 2명 중 1명은 알바생 채용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알바몬이 알바 인력 고용주 3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과 알바 채용 현황’ 설문조사 결과 ‘2018년 최저임금이 아르바이트생 채용에 영향을 줬나’라는 질문에 △알바생 채용을 줄였다는 응답이 54.9%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알바생 채용을 늘렸다는 응답은 6.3%에 그쳤다. 반면 2018 최저임금이 알바생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답변은 38.9%였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후 전체 고용주 중 77.7%가 인건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알바생 인건비 증가(60.9%)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주휴수당 등 덩달아 오른 기타 수당(25.5%) △알바생 축소로 인한 과도한 업무량(15.8%) △최저임금 인상에 맞춘 원자재 등 물가 상승(14.1%) 등을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복수응답).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종사자 및 아르바이트생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돈을 더 많이 받게 되어 좋을 수 있지만 업주가 직원을 뽑지 않는다면 말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15∼19세 취업자는 20만5천 명으로 지난해 5월 취업자 27만4천 명보다 6만9천 명(28.6%)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개인소득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청소년층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급격히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충격을 줄이려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주요 선진국은 현물로 제공하는 복리후생도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보고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를 보면, 아일랜드·영국·캐나다는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숙소와 식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일본은 교통편 등 제공하는 모든 현물을 최저임금에 넣는다.

최저시급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외식업 경영주들은 종사자들의 숙소는 물론 식사제공, 각종 수당과 인센티브 등을 임금과는 별도로 지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종사자 한 명 당 소요 비용은 인건비 외에도 추가 지출 비용이 급여의 2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주는 인건비 증가, 근로자는 소득감소
더 큰 문제는 저녁이 있는 삶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시행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식품·외식업계의 현장 실정과 전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외식업은 타 산업에 비해 인력 중심의 산업으로 인건비의 비율이 높다. 그나마 외식업은 그동안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에 지정되어 있어 인력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여있었지만 특례업종 지정이 해지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 채용과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익구조가 열악한 식품제조업체도 추가 근로수당 지급 등의 여력이 없을 경우 자기 근로시간을 늘리면서 근로자 채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발표처럼 ‘2020년 1만 원’을 목표로 향후 2년간 최저임금을 15%씩 인상하면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이 없는 경우 고용감소 규모가 2019년 9만6천 명, 2020년 14만4천 명에 달할 수도 있어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앞으로 계속하면 득보다 실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인상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주 52시간 근무시간 단축 시행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연장근무로 간신히 가정을 유지하는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영세업체 종사자 및 시급자들은 일 할 현장조차 없어 생계가 어렵다”며 업종별로 분리해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식당에 고용된 근로자들도 일용직 개념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짧아질 경우 그만큼 버는 돈이 더 줄어들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저시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에는 심정적으로 동의하지만 2020년까지 1만 원 인상은 노동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식품·외식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부작용이 많다”며, “결국 경영주들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덜기위해 자동주문시스템 등을 도입해 일자리 축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근무 회식 없애… 외식업 직격탄
7월 1일부터 실시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도 외식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업소의 경우 대부분 5인 이하의 종업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세업소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대응 움직임이 당장은 없다.

그러나 저녁 회식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가 불명확해지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회식을 아예 없애겠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 불똥이 외식업계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유연근무제를 조기 도입, 출근 조와 마감 조로 인력을 분산하면서 사실상 전체 회식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 위주로 회식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양천구에서 샤브샤브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 모 씨는 “김영란법 이후 거래처 및 비즈니스 접대 줄이기에 이어 ‘미투(Me Too) 운동’의 여파로 기업들이 저녁 술자리를 자제한데다 주 52시간 근무까지 겹쳐 단체 회식이 아예 없어질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어떻게라도 버텨왔겠지만 올 해 말쯤에는 문 닫는 업소들이 속출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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