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창’ 을 바라보며
‘불 꺼진 창’ 을 바라보며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6.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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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 (전) 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불 밝던 창에 어둠 가득 찼네./ 내 사랑 넨네 연인이 병든 그때부터/ 그녀 언니가 내게 전해 말하길/ 넨네 연인은 죽어 땅에 묻혔어./ 밤마다 늘 홀로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지금은 죽은 자들과 함께 잠들었구나.’ 이태리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1801-1835) 의 가곡 <불 꺼진 창Fenesta che luci vie mo non Luci>의 번역가사로 가장 슬프고 낭만적인 노래 중 하나다.

이처럼 ‘불 꺼진 창’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까지만 해도 애틋한 정서와 낭만의 아이콘 또는 이미지로 여겨졌지만 산업화시대인 오늘날에는 뭔가 꽉 막힌 불통과 단절의 현장, 비극의 아이콘으로 떠올려진다. ‘불 밝은 창’ 보다 ‘불 꺼진 창’ 이 더 많거나 엇비슷한 미분양 아파트 단지와 조업 단축 또는 휴업으로 ‘불 꺼진 창’이 더 많은 공장지역이 그 예다.

‘먹자골목’ 으로 한 때 불야성을 이루던 외식업 밀집지역도 요즘은 ‘불까진 창’ 들이 계속 늘고 있는 중이다. 지하철 교대역 출구와 가까워 6070세대들이 즐겨 찾던 어느 대형 식당도 지난 2월말 돌연 ‘불 꺼진 창’ 그룹에 합류했다. 강남지역 역세권의 중저가 참치전문 횟집도 주간엔 지하층 운영을 포기하고 1층 운영에 집중한다.

용산 삼각지역 인근의 어느 유명 회관도 12시에 시작한 오찬모임이 오후 1시30분이 넘어서자 2시까지 끝내달라는 메모 쪽지가 날라들었다. 비빔밥과 한옥의 관광지 전주터미널 인근 식당들도 ‘불 꺼진 창’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조급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 탓이라는 진단이 대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임기동안 최저임금을 54% 올리기로 한 계획이 한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라며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만 급격히 올리면 고용둔화와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2018.5.30.) OECD만이 아니다. “한국은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국제통화기금(IMF) (2018.2.13.)에 이어 한국경제연구원(2018.4.2.), 현대경제연구원(2018.4.20.) 등의 경고성 발표가 줄을 이었다.

이달 초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와 경고는 보다 구체적이다. 한국은행 발표를 따르면 ‘인건비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음식 및 숙박업의 성장률이 -2.8%인데 2005년 1분기(-3.5%) 이후 13년 만의 최저성적이라고 한다.(2018.6.1.)

KDI가 4일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대선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목표를 밀어붙이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2018.6.4.) 자영업자의 고용 여력이 줄고 단순기능 인력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관련 정책의 속도조절론을 둘러싸고 불거진 청와대 정책라인과 기획재정부등 시행부처간의 견해차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되새겨 볼만한 경고들이 아닌가한다. (이상 자료: 동아일보 2018.5/31,6/2,6/5)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으로 인한 <불 꺼진 창> 이든, 불경기 또는 경영환경의 악화로 인한 ‘불 꺼진 창’ 이든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아프고 참담하다.

‘欲速則 不達, 見小利則 大事不成, 서둘러 하려고 하면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하면 큰일을 달성하지 못한다.’ 지난해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 관련 본란을 통해(식외경2017.5.29.) 필자가 소개한 공자의 이 말씀을 정책당국에 거듭 드리고 싶은 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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