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 개념 확대 및 과도한 규제 철폐 해야
전통식품 개념 확대 및 과도한 규제 철폐 해야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7.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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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종주국 위치 위협할 정도로 무역 적자 심각
장류 성장폭 연 평균 2.3%로 정부 지원 무색한 결과
전통주 전체 주류시장 0.3% 규모… 매년 성장세 소폭 감소

전통식품은 우리나라의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동시에 역사 문화 자원이다. 또 산업적으로는 국산 농산물 활용을 통한 자국 농업발전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국위선양과 수출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통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통식품산업은 그 규모와 다양성 측면에서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전통식품을 대표하는 김치, 장류, 전통주를 중심으로 국내 전통식품산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봤다(특집 6면・7면・8면・9면). 이를 위해 각 분야를 대표하는 원로 교수들을 직접 만나 전통식품산업에 대한 우려와 조언을 들었다. 또 지난 2013년 전통식품산업에 대한 심도 깊은 보고서를 펴낸 전문가를 통해 5년이 흐른 현재와 비교해 산업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자료제공·협조: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전통식품산업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통식품인 김치는 종주국의 위치를 위협 받을 정도의 심각한 무역적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김치산업은 전년대비 11% 증가한 4728만5천 달러(약 503억 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입량은 27만5631t으로 수출량(2만4311t)보다 10배 이상 많았고, 특히 수입량의 99%는 중국산이었다.

장류는 지난 2008년 8900억 원에서 2012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한 후 2016년 1조562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성장은 꾸준하지만 성장폭은 연 평균 2.3%로 미미하다. 최근 급성장 중인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6년 출하액 2조2542억 원으로 전년대비 34.8%를 기록해 장류시장이 8년간 성장한 것의 2배에 육박하는 고도성장을 단 1년 만에 이뤄냈다. 

전통주 시장은 2016년 9조2960억 원 규모의 전체 주류시장에서 0.3%인 396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체 주류시장이 연평균 3.3%씩 꾸준히 늘고 있는데 비해 전통주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과실주, 약주 등이 감소하는 반면 막걸리, 증류식 소주 등은 다소 늘었다. 

전통식품산업 침체에는 다양한 원인이 제기된다. 전통식품에 대한 개념 확대와 유연한 적용을 비롯해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 식품안전 및 위생강화에 따른 과도한 규제 등이 꼽힌다. 식품업계 원로들은 이외에도 공통적으로 식품산업에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통식품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벽을 쳐서 진입을 막는 것은 중소기업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업계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 “전통식품산업에 애정이 깊은 원로들과 전문가의 의견이니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전통식품의 산업적인 측면과 문화적인 측면을 조화롭게 잘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전통식품의 HACCP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통식품의 특성을 고려한 표준 모델이 제시돼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식품업계 원로, 전문가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들은 향후 전통식품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선용 기자 bluesman@foodbank.co.kr 

전통식품의 위기… 원로에게 길을 묻다 ①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전통식품의 산업화・상품화는 명분과 의지만으론 어려워”


▲전통식품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근 10년간 전통식품산업은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 다른 요인들도 많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도 큰 문제다. 중소기업 고유업종, 적합업종에 이어 최근 생계형 적합업종까지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로 오히려 성장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식품산업과 전통식품산업을 대하는 시각은 분명히 달라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공정위 등 정부도 마찬가지다. 흔히 ‘집에서 만드는 것인데 양을 좀 늘리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면서 대기업의 진입을 막고 식품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고자 한다. 하지만 4인 식사를 준비하는 주부와 4천 명 이상의 단체급식을 준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특히 전통식품을 상품화하고 수출까지 고려한다면 많은 인프라와 노하우가 필요하다. 식품은 그 특성상 계속 품질이 변하고, 식중독 등 위생안전도 고려해야 하며, 유통할 경우 저장성을 감안해야 상품화 할 수 있다. 
전통을 지켜가는 중소식품 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끼리는 전통산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일례로 된장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살균 공정을 수립하거나 포장재 선택, 교통라인 설립 등은 중소기업에서 하기 힘들다. 외국의 치즈공장이나 아이스크림 공장은 매뉴얼이 다 돼 있지만 전통식품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런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방향을 잘못 잡아 중소기업에게 이런 일을 떠넘기니 전통산업이 죽을 수밖에 없다. 

전통식품의 산업화‧상품화는 명분과 의지만으로 계승하기는 어렵다. 창의력과 대단한 기술을 가져야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식품산업의 모델을 가지고 있단 것만으로 사업화‧상품화 한단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식품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방안은 무엇인가? 
“전통식품산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능력을 가진 대기업에서 저장이나 포장, 분배시스템 연구 등에 투자해 상품화해야한다.
김치를 고급화해 소비자 입장에서 중국김치와 프리미엄 국산김치 중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이 따라할 수 없는 보쌈김치 등에 대한 마케팅도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프리미엄 김치 사업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 막걸리 붐이 일면서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싼 막걸리를 수출해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또한 정부차원에서 대기업의 프리미엄 제품 개발 및 수출 확대 노력을 장려하는 한편 과당경쟁을 막고 품질관리에 나서야 한다. 
전통식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은 해외수출하기에 개발규모가 작다면 무조건 지원만 받아 대기업을 따라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지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만찬 메뉴의 소스로 활용된 담양 기순도 명인의 간장이나 자력으로 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한과 세계화를 직접 실천하는 김규흔 명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식품도 차별화, 고급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홍보·마케팅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며,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과의 협업이 뒤따라야 한다.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 라인을 대기업과 함께 생산하거나 제조와 판매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일도 가능하다.”

▲전통식품은 원료에 따른 제품 품질과 가격 차이가 큰데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나?
“수입 콩과 국산 콩 가격은 최대 5배 정도 차이가 난다. 국산 콩으로 만든 전통 장류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가격이다. 부족분을 보충하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 aT는 1kg당 1020원에 수입 콩을 판매하고 있다. 

이럴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수입 콩을 구매할 때 같은 양의 국산 콩을 사게 하고 정부는 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소비처가 늘고 우리 농민들이 국산 콩을 더 생산하지 않겠나? 농림축산식품부에선 국내산 원료 사용만을 고집하기보단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산 원료로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수입산 원료 사용 제품과의 차별성을 둬야 한다.”

▲1인 가구, 가정간편식 인기 등 식품 트렌드 변화에 전통식품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일부 이유식에는 치즈가 들어가는 등 유아기부터 서양식 식재료에 노출되며 그 맛에 길들여진다. 당연히 성인이 돼서도 그 맛을 찾게 된다. 이제는 서양식 재료대신 동치미 국물을 이유식에 첨가 하는 등 맛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전통식품을 넣을 필요가 있다. 우리 음식의 맛을 유아기부터 뇌리에 심어줘야 한다. 

최근 1인 가구 등 젊은 세대들은 가정간편식을 손쉽게 자주 섭취한다. 수요가 많은 만큼 품질이 떨어지는 값싼 간편식들이 대량으로 쏟아지는데 전통식품을 활용한 수준 높은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식품기업과 협업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에서 많은 연구를 통해 전통식품을 활용하고 첨가물을 가능한 적게 사용한 가정 간편식을 생산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부정적 인식과 전통식품에 대한 거부감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식품산업 관련 기관 및 단체 등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금처럼 품질관리 및 위생안전을 기반으로 식품유통이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규제와 함께 기업 간 상생을 지원‧육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해외 벤치마킹을 통한 연구가 필요하며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해 전통식품에 관한 시스템과 계획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언론에선 전통식품산업 관련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꼬집어 정부 및 기관, 관련업체 등의 태도가 바뀌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선용 기자 bluesman@

 



전문가 미니인터뷰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5년 전과 비교, 문제는 여전해 식품안전 강화는 바람직” 

 

김용렬 박사는 지난 2013년 12월 ‘전통식품산업 활성화 전략 수립’ 보고서에서 주요 전통식품인 김치, 장류, 전통주 등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각 산업이 직면한 문제점을 분석해 전통식품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전통식품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전통식품 개념의 확대 및 유연한 적용 △ 국내 농업과의 연계성 강화를 통한 안정적인 원료 확보 △식품안전 및 위생을 강화한 고품질 가공체계 구축 △전통식품 소비 확대 △거버넌스 강화 △6차 산업화와 연계한 다각화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통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이 제시되고 5년이 흘렀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현재 국내 전통식품산업 환경은 어떤가?
“국내 전통식품시장이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고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전통식품시장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전통주의 경우 전반적인 침체를 겪는 와중에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전통주를 직접 만들고 맛보는 층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색 있는 전통주점을 중심으로 고급화된 전통주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다. 전통식품시장도 이같은 패턴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산농산물 사용을 규정한 식품산업진흥법으로 우리 농업을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재검토할 필요가 있나?
“식품산업진흥법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식품은 식품으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문화적 가치에서는 손상을 입는다고 생각한다. 일반 식품은 시장논리에 따라 값싼 수입농산물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식품 인증을 받는 전통식품 만큼은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김치, 장류 등 전통식품이 포함돼 대기업의 활동을 법적으로 규제 했다. 중소기업 보호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해외진출, 연구개발 위축에 따른 우려가 공존하는데?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소규모 업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한국의 전통식품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한 차원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대규모 자본과 기술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통의 우리 농산물, 우리 방식, 우리 지역에서 우리 명인이 만드는 진짜 고유의 전통식품은 대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이고 진입하기도 어려운 시장이다. 하지만 퓨전화 된 전통식품시장에서는 한 단계 발전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것은 퓨전 전통식품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13년 ‘전통 식품 활성화 전략 수립’ 보고서를 통해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어떤 변화가 있었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문제는 여전하다고 판단된다. 식품안전에 대한 부분은 5년 전에 비해 많이 강화됐다. 초기 비용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안전시설 투자의 확대 등으로 전통식품 안전도가 많이 강화됐다는 점이 큰 변화로 보인다. 
전통식품 시장이 고급화 추세로 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된다. 또 이를 적극 지지하는 충성 고객층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식품 활성화를 위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고, 대안은 없나?
“국산원료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이나 유통 채널 확보의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판단된다. 노동력 부족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통식품 활성화에 가장 큰 해법은 더 고급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품종개발, 생산 기술의 발전, 맛의 다양화, 품질 고급화가 뒤따라야 한다. 전통적이지만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세영 기자 sywoo@

윤선용 기자  |  bluesman@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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