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의 위기… 원로에게 길을 묻다 ③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
전통식품의 위기… 원로에게 길을 묻다 ③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
  • 전윤지 기자
  • 승인 2018.07.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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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문화적 가치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돼야”

▲전통식품의 개념과 가치를 현대사회에 맞게 재정립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통식품에 대한 정의, 국산 원료 사용비율, 제조방법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현대 사회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 과거 전통식품 제조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당시의 기술, 경제, 소비문화 등을 고려할 때는 적정한 수준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전통주의 경우에도 대부분 집에서 술을 빚었기에 지금의 현대화된 양조장과 달리 기본적인 위생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를 전통방식이라며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전통식품 제조도 시대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

▲전통식품 섭취가 감소 추세다. 일식, 양식 등 글로벌 푸드에 비해 소비량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전통식품 소비의 감소는 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 소비가 줄어듦에 따라 전통주, 김치, 장류 섭취도 함께 줄어든다. 빵을 포함한 각종 밀 기반 식품의 소비가 쌀 소비와 대등해지고 있다. 김치가 빵과 어울리는 음식은 아니지 않나? 자연스럽게 쌀밥에 어울리는 전통식품 섭취도 함께 줄고 있다.”

▲쌀을 가공하는 대표적인 전통식품인 막걸리나 청주 등 전통주의 경우는 어떤가?
“전통주의 경우 쌀 소비 보다는 정부 규제로 인한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막걸리는 농민들이 즐겨마시던 서민적인 술로 1960년대에는 전체 주류 소비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우리나라 대표 주류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전통주 통폐합과 함께 쌀 대신 수입밀가루로 막걸리를 빚게 한 양곡관리법(1965년)이 결정타가 됐다. 품질과 맛이 떨어지면서 급격하게 소주, 맥주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본의 막걸리 붐 등을 계기로 다양한 정부 지원 하에 잠시 붐이 일었지만 대부분의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생산현장의 노쇠화, 후계자 부재, 품질 하락 등을 이유로 이어가지 못하며 급격히 거품이 꺼졌다.”

▲소비자들의 전통식품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일부 해외 한식당에는 여전히 우리 전통주 대신 사케가 팔리고 있다. 외국인이나 한국인 모두 당연히 한국의 전통주이려니 하면서 별 생각 없이 마시는 경우도 많다.

전통식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은 일본도 똑같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다르다. 일본은 비싸도 전통식품을 고수하려는 노력을 하는 반면 우리는 질이 떨어져도 값싼 제품에 대한 수요가 훨씬 많다. 전통식품에 대한 가치 보존을 해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전통식품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문화상품’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생산자나 판매자 역시 수익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전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나라 한식당들을 보면 퓨전 콘셉트를 내세워 그릇 등을 수입산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 고객들도 이국적이고 색다른 느낌에 거부감 없이 호응을 하니 외식업체들도 우리 것을 이용하기보단 새로운 것들을 시도한다. 하지만 저렴한 식당은 그렇다 쳐도 고급한식당은 식재료부터 식기까지 전통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

식기 사례에서 보듯 상당수 외식업체들은 수익을 위해 값싼 중국 김치를 제공하고 소비자 역시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먹는다. 가정에서 김치를 구매할 때에도 어떤 원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다는 값싼 제품을 먼저 찾는다. 이런 모습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요의 최근 눈부신 성장은 하나의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 화요는 15년 가까이 적자를 겪으면서도 품질 유지에 힘을 썼다. 수익을 위해 품질을 저버리지 않고 일정한 제품을 고수한 덕분에 지금은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전통식품은 문화적인 것,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 계승해야 하는 것이란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정부의 전통식품산업발전 관련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은데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현재의 정부정책은 전통식품산업 자체 보다는 국산농산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산물과 농가만을 보지 말고 문화상품인 ‘전통식품’에 투자를 해야 한다. 또 이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노력하는 전통식품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전통식품 정의의 재정립과 함께 생산방법 등을 개선해 품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수입김치와 국산김치의 맛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많다. 이들에게는 비슷한 맛이면 가격이 훨씬 싼 중국 김치를 구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러니 김치종주국에서 김치 수입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바엔 높은 가격의 원인이 되는 국산원료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차원에서의 가공도 생각해봐야 한다. 또 한편으로 차별화된 김치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김치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제도로 대기업의 전통식품산업 진출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영세한 전통식품업체들을 지원한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힘을 합쳐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 역시 필요하다.

더 이상 대기업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대기업의 참여만 막는다고 영세한 전통식품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진출해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전통주의 경우 주세 등 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해 산업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전통주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가 크다. 대기업들이 직접 전통주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주, 맥주 등 대중주에 유리한 제도를 고집하는 바람에 전통주 시장이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종가세이다. 대량생산되는 저렴한 소주, 맥주는 세금이 낮고 소량 생산되는 전통주 등은 오히려 세금이 높은 일종의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주 용기를 고급화하거나 오랜 기간 숙성해서 값어치가 높아지면 이에 따라 세금도 더 올라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제품 개발이나 고급화는 어렵다.

현재 전체 주세 가운데 전통주의 비중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전통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최소한 전통주에 한해서라도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

▲전통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산업간 연계를 강조했는데 간단히 설명한다면?
“각 업체들 간에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하나의 협회 내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선 전통식품산업 전체가 힘들다면 각 단체별로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토대로 전통식품산업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워크샵, 세미나 등 계기를 만들고 자꾸 부딪히다 보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외식업계 등 전통식품산업과 연관된 여타 산업군과도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통주 등 전통식품에 대한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 식품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 방식을 전통식품에 그대로 접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전통주의 경우에도 각 제품별로 고유의 특성과 제조법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전반적인 규정에는 맞지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또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기업인 전통주나 김치업체인데도 규제가 많아 생산‧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규제 사항은 최소화하는 한편 육성·보호에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만의 일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순환보직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가 있는 만큼 한시바삐 이를 개선해야 한다. 전통식품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나갈 전문가가 없이 산업발전을 논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새로운 전문가를 찾기 이전에 있는 인력이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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