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전성시대 현주소와 과제
수제맥주 전성시대 현주소와 과제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7.17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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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천억 원 전망… 주세법 개정 등 변수 多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시원한 맥주를 찾는 손길이 분주하다. 마트, 편의점에서 맥주를 고르느라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색다른 풍경이 아니다. 또 분위기 있는 펍 한쪽에 앉아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수제맥주들 사이에서 어떤 맥주를 주문할지 상의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바야흐로 수제맥주 전성시대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200억 원 규모이던 국내 수제맥주시장은 지난해 4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수제맥주 양조장도 2014년 54개에서 올해 100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에 맞는 제도, 문화의 발전도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여름, 수제맥주 전성시대를 만들어 가는 장본인들에게 현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들어봤다.   <편집자 주>

주세법 시행령 개정… 진입장벽 낮아지며 폭풍성장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은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이 허용된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 전과 후로 나뉜다. 당시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주세법 개정을 주도하며 맥덕들 사이에서 ‘맥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제맥주 외부 유통이 허용되며 손쉽게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고, 특히 지난 4월에는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슈퍼마켓,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도 수제맥주 판매가 허용되면서 수제맥주 열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또 수제맥주 전문 프랜차이즈도 급성장하며 수제맥주 시장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7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수제맥주 세븐브로이를 마시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업체의 증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는 “수제맥주 시장은 그동안 정부, 기업, 소비자들의 관심 밖에 있다가 최근 뉴스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며 “업체 수가 많아지고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오비까지… 수제맥주 시장 뛰어드는 대기업
수제맥주의 성장은 이제 시작됐다. 관련업계에서는 수제맥주 시장규모가 현재 400억 원에서 2023년 2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주목한 기업들이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15년 천하장사로 유명한 중견식품기업 진주햄은 1세대 수제맥주 양조장 ‘카브루(KA-BREW)’를 인수하고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패션기업 LF는 ㈜인덜지의 지분을 인수하며 브루독 등 수입크래프트맥주와 함께 강원도에 수제맥주 양조장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 4월에는 하이트진로가 미국의 수제맥주 회사인 벨라스트포인트와 정식 수입 계약을 맺으며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의 하이트 등 국산 맥주와 기린, 크로넨버그1664블랑 등 수입맥주 라인에 이어 국내에 IPA(India Pale Ale)맥주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 ‘스컬핀’을 품에 안았다. 이 과정에서 5년 이상 해당 브랜드를 키워오던 한 중소 수입사의 생존권을 빼앗았다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AB인베브(오비맥주)는 지난 4월 자회사 ZX벤처스를 통해 국내 수제맥주업체 더핸드앤몰트를 인수했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생산설비와 유통망을 늘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이었는데 이를 오비맥주가 받아들였다. 독자 경영을 인정했지만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자본을 받아들인 더핸드앤몰트가 소규모 양조장 ‘크래프트브루어리’가 맞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소규모, 독립성, 지역성 등의 기준을 새롭게 하며 더핸드앤몰트를 비롯해 글로벌 주류업체가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업체를 협회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제맥주의 기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발목 잡는 규제에 한숨짓는 수제맥주업계
그 동안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주세법은 여전히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땜질식 처방으로 대처한 정부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 변화를 반대해 온 일부 주류 대기업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주세법은 알코올 도수나 생산량이 아닌 완제품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다. 원재료와 병, 포장재, 인건비까지 모두 포함한 최종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원가가 상승하면 세금도 같이 오른다. 때문에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현행 종가세에 기반한 주세법으로 인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입맥주의 가격할인 행사로 인한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수입맥주는 수입업체가 신고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신고가격이 낮을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 이익을 더 남길 수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 국내 생산 맥주는 편의점 수입맥주처럼 ‘4캔 1만 원’ 이하의 프로모션은 꿈도 못 꾼다.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수제맥주 업계는 물론 국산 맥주와 전통주 등 다양한 업계에서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종량세란 생산량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다.
현재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을 중심으로 맥주에 한해 종량세를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소주 가격이 오르는 등 또 다른 ‘서민 증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 미니인터뷰] 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수제맥주 시장 성장 위해서는 인터넷 판매 허용해야”

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는 소규모 맥주회사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는 수제맥주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제맥주회사가 처음부터 유통망을 개척할 필요가 별로 없다”며 “그래서 출발부터 이커머스 스타트업처럼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벌써부터 아시아 전역으로 이름을 날릴만한 가능성 있는 수제맥주 회사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반면 수제맥주의 인터넷 판매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경우 주류도매업체를 통해 유통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주류도매업체는 소주와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주류를 동시에 취급하고 있고, 대기업 주류 제조사 역시 이러한 제품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는 특성상 상호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작은 회사가 유통망을 넓히기 결코 쉽지 않은 구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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