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주세법 개정 초읽기… 세금 기준 설정도 ‘난제’
맥주 주세법 개정 초읽기… 세금 기준 설정도 ‘난제’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7.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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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맥주, “역차별 해소돼 공정한 경쟁 가능할 것”
수입 맥주, “소비자 선택권 침해・주종간 형평성 문제”

주세법 개정 논의가 불붙었다. 수입맥주 할인행사에 대한 국산 맥주의 역차별 문제 제기가 법 개정 움직임을 가져온 것이다. 맥주에 붙는 세금의 기준을 ‘가격’이 아닌 ‘양’으로 바꾸는 것인데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맥주업계는 물론이고 전통주, 소주 등 주류 시장 전반에 '주세법 개정'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10일 주세법 개정과 관련해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국세청이 최근 기재부에 맥주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내용의 건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급하게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세 부과 기준이 ‘가격’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가격이 높아지면 세금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멕시코, 터키, 칠레, 이스라엘 등 5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양에 비례해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생산량이 많으면 세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국세청이 맥주 과세체계 개편을 건의한 것은 ‘역차별’ 지적 때문이다. 현재 국산 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으로 구성되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로만 돼 있어 세금 부과 기준이 다르다.

수입맥주는 국산과 달리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빠지다 보니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국산 맥주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수입맥주 시장의 최대 8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맥주들은 올 들어 FTA의 영향으로 관세가 완전 철폐됐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실제 국산 맥주의 경우 평균 주세가 355㎖당 395원이지만 수입 맥주는 이보다 평균 33% 가량 낮은 212~381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해득실 따라 반응도 제각각
주세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국산 맥주 대기업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맥주대기업 관계자는 “같은 맥주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생산하면 세금이 싸다보니 일부 제품은 실제로 이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이번 기회에 불평등한 조건이 개선돼 국산 맥주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사 이익을 위해 맥주 대기업들이 주세법 개정을 주도했다는 비난에 대해 “국산 맥주도 팔지만 수십 종의 수입 맥주 라인업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앞장서서 주세법 개정안을 지지할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견 국산 수제맥주업체들은 환영일색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국산 수제 맥주는 뛰어난 맛과 품질에도 불구하고 수입맥주와의 가격 경쟁에 밀려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주세법 개정으로 같은 조건에서 수입맥주와 국산 맥주가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국산 수제맥주는 모든 양조장들이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단계”라며 “제주맥주도 상생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갖추고 있어 주세법 개정은 수제맥주 시장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입맥주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입맥주업체 관계자는 “이번 주세법 개정 논의는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국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한다면서 많은 영세 맥주수입사에 대한 또 다른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맥주만 종량세를 검토하는 것 역시 다른 주종과의 형평성 논란을 가져왔다”며 “지금껏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맥주를 즐겨왔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입맥주전문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많이 팔린다고 하지만 결국 전체 맥주 시장에서 절반도 되지 않는 가정시장(마트, 편의점)에 국한된 상황으로 가장 맥주가 많이 팔리는 유흥시장(호프집, 음식점)에서는 국산 맥주가 압도적으로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전통주 개정요구는 들은 척도 않더니”
이번 맥주 주세 개편은 소주와 위스키, 막걸리 등 다른 주류업계에서도 큰 관심사다.

한 증류식 소주업체 관계자는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프리미엄 주류를 원천적으로 개발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행 종가세는 후진적인 제도”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저가의 원료구입과 주정 수입을 통해 낮은 제조원가를 유지하는 등 원가 절감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청원을 통해 주세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등 오랜 기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반향이 없다가 최근 이렇듯 급격하게 주세법 개정이 그것도 맥주에 한해서만 진행되는 것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맥주만 주세체계를 바꿀 경우 다른 주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국세청이 건의한 주세법 개정안을 이달 말로 예정된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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