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베끼기가 벤치마킹은 아니다
[취재후기] 베끼기가 벤치마킹은 아니다
  • 육주희 기자
  • 승인 2018.08.03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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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냉동삼겹살 업소 취재를 위해 매장으로 전화를 했다. 직원인 듯한 청년이 단칼에 “우린 그런거 안해요”라며 거절했다. 이유인즉 어렵게 콘셉트를 만들고 시스템을 구현해 오픈해 놨더니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인테리어, 테이블, 식기, 메뉴 구성까지 그대로 카피해 지방에 오픈하는 등 도를 넘은 베끼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매체에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거였다.

외식업계에 콘셉트 베끼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외식업계의 미투(따라하기)는 고질적인 병페였다. 찜닭이 유행할 때는 너도나도 찜닭집을 오픈했고, 불닭발, 중저가 샤브샤브, 시푸드 뷔페, 해물떡찜을 비롯해 최근에는 스몰비어, 벌꿀아이스크림, 밥버거, 즉석핫도그 등 수없이 많은 미투 메뉴와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동반 침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부 프랜차이즈업체에서는 ‘상도덕에 반할 뿐만 아니라 부당경쟁 행위로 민형사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위법 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경고하기도 했으며, 봉구비어, 봉구스 밥버거 등 일부 브랜드들은 법정다툼까지 갔고, 더본코리아에서 선보인 해물떡찜0417은 미투 브랜드들이 횡횡하자 조용히 간판을 내려버렸다.

최근 베끼기의 심각성이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과거에는 벤치미킹이 적어도 주인에게는 들키지 않을 정도로 양심껏 이뤄진 수준이라면 최근에는 아예 콘셉트부터 상호, 점포의 외관, 실내인테리어, 메뉴, 디자인, 그릇, 데코레이션까지 사진을 찍듯이 베끼는 몰염치함이다. 또 히트 아이템이 등장하면 불과 몇 개월 새 비슷한 콘셉트의 후발 업소들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고객인척 가장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송파구 송리단길에 위치한 대만 우육탕면을 주메뉴로 하는 업소의 셰프는 아예 대놓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구석구석 찍는 것도 모자라 탕면에 들어있는 식재료까지 하나하나 꺼내 내용물을 분석하고, 센티미터까지 재어가는 사람도 여럿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도를 넘은 베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것은 도적질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것저것 남의 것을 베껴다 업소를 오픈해도 얼마 못가 결국 폐점하는 곳이 수없이 많다. 내 안에서 숙성되어 나오지 않는다면 트렌드에 의해 잠깐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결코 오래가거나 성공할 수가 없다.

이제 외식업은 끝없는 창의력과 콘셉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외식을 즐기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써 더 이상 벤치마킹이라는 미명아래 베끼기를 자행하는 몰염치함과 그로 인해 업계가 동반 침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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