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탈북자 출신으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연출한 영화감독 정성산 씨가 운영하던 냉면집 ‘평광옥’이 문을 닫았다. 개업한지 이제 겨우 9개월 만이다. 그런데 폐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황당하다.
지난 4월 모 방송 시사프로그램이 발단이 었다. 방송내용은 세월호 단식농성을 비판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들이 농성장소 주변에서 연 ‘폭식집회’의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이었다. 방송 중 공교롭게도 정 감독으로 보이는 인물이 모자이크 없이 잠깐 노출되었다. 정감독이 그곳에 간 것은 자신이 만든 뮤지컬 ‘평양 마리아’ 티켓을 나눠주러 갔을 뿐이었다.
방송이 나간 직후 각종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 감독이 운영하는 식당 이름과 소재지 등이 올라왔고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식당 유리창에는 정 감독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노란색 스프레이로 세월호 추모 리본을 큼지막하게 그려 놓는 등 영업에 방해를 주는 온갖 불법이 자행되었다.
반면 관할 구청에는 갖가지 이유로 평광옥에 대한 민원 신고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평광옥에서 식사 중 벌레가 나왔다”, “식재료에 원산지 표시가 없다”, “직원들 가운데 월급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다” 등 근거 없는 신고가 줄을 이었다. “평광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신상을 모두 까 발려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직원들 일부는 사표를 내기도 했다.
협박성 전화에 동업자들도 폐업 권유
심지어는 동업하는 투자자들의 회사를 알아내 협박성 전화를 걸기도 일쑤였다고 한다.
“탈북자 정성산은 위험인물이며 평광옥에 투자한 당신들을 국세청에 신고해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결국 투자자들도 “좋은 의미에서 평광옥에 투자 했는데 자칫하다가는 모든 신상이 털리고 사업에도 큰 지장이 우려 된다”며 정성산 씨에게 폐업을 권유했다.
지난 15일 정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견디기 힘들 만큼 어려워 여러 차례 폐업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직접 식당으로 찾아 와 격려해 주시는 분들의 따뜻함을 잊지 못해 힘들어도 참아 왔지만 동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등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평광옥을 접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죄송하지만 식당을 잠시 접고 제 건강 치료부터 받겠다. 절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님을 미리 말씀 드린다.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독하고 강하게 다시 일어서야 겠다”는 다짐의 글도 남겼다.
탈북의 고통보다 힘들었을 폐업의 시련
정성산 감독은 평양연극영화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영화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영화감독이다. 1994년 북한에서 KBS사회교육방송을 몰래 청취하다 발각되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어 모진 고문을 받았다. 1995년 극적으로 탈북한 그는 한국에 정착 한 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공부를 하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집필에 참여 했으며, 2006년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연출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탈북하는 과정에서의 고통이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겠지만, 어쩌면 마음은 지금이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 온 정성산 감독이 많은 이들의 도움을 얻어 어렵게 개업한 ‘평광옥’의 폐업을 보면서 우리 사회, 우리 국민의 수준이 이것뿐이 안 된다는 사실에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자신과 정치관이나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비난과 여론몰이는 건강한 사회, 국가에 해를 끼칠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말이다.
정성산이 세월호 모욕 집회 나가기 전 어떻게 트위터에다 맨션했는지 함 찾아보세요.
내티즌들 다 아는. 펙트를 언론사가 모른다면 당신들이 문제인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