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서비스 코드
인공지능 시대의 서비스 코드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8.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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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시론]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어느 무더운 여름 주말 저녁, 가족들과의 특별한 외식을 즐기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한정식 전문점을 찾은 김 모 씨는 예약 손님조차 자리가 없다는 소리에 미처 예약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인근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 곳마저 외식하러 나온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요즘 경기불황이라는 뉴스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한 자리 차지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무척이나 바쁘게 일하는 종사원들은 인원이 꽤나 부족해 보인다. 메뉴판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한정식 코스가 적혀 있었지만 정작 가격의 차이 말고는 어떤 음식들이 나오는지 잘 구분하기 어려워 물을 가지고 온 종사원에게 그 차이를 묻자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바쁘기도 한 탓에 굳이 따져 묻기도 머쓱해 그냥 중간 정도인 1인분에 6만 원 짜리 코스요리를 주문한다. 주위에는 온통 삼계탕을 찾는 손님들로 북새통인데 특별한 외식을 하고 싶었던 탓에 왠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임에도 비싼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바쁘게 오가는 종사원들은 연신 삼계탕을 주문받고 날라다 주는 반복 동작에 여념이 없고 정작 코스요리를 시킨 이 테이블에는 반찬도 없이 죽 한 그릇씩만 외로이 놓여 있다. 앞 접시도 필요하고 물도 더 필요한 상황임에도 요청할 상대가 없어 결국 직접 일어나 가져올 수밖에 없다. 코스요리를 셀프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인지 의아했지만 특별한 가족외식이니만큼 화를 내면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다.

때마침 나타난 매니저가 이 곳 저 곳을 다니면서 손님 주문을 받는 등 도와주는 모습이 보인다. 그 사람을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밥과 반찬을 달라고 하니 ‘아, 알겠습니다.’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온다.

소위 대박집이라는 음식점에서 피크타임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위 상황에서 고객 불만을 접한 매니저의 알았다는 응대는 잘못된 것이다. 불만족한 고객이 설명한 일에 대해 우선적으로 사과를 먼저 해야 하고, 사과한 후에 비로소 고객이 불만족한 문제를 상세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불만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손이 부족해서,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지 않아서,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등과 같은 이유를 설명하기에만 급급하다. 그렇지만 손님들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문제에 따른 손해에 대해 해결시켜 달란 것이다.

인적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외식산업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워낙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그런 떠넘기기식 안일한 자세와 태도가 업장 매출감소와 폐업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이런 상황에서의 손님 불만 해소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로봇바리스타나 로봇셰프의 활약은 신기함을 주기보단 인류의 고용불안에 대한 경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인공지능과 인류의 경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서비스하면 사람의 정을 느껴 더욱 친절해서 좋다는 것으로 서비스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누가 하더라도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제대로 전달해야 비로소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친절하게 웃고 빨리 주고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나아가 해결하는 차원의 서비스로 무장하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서비스 전문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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