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찜더위 물리치기
고약한 찜더위 물리치기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8.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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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올 여름 더위 장난이 아니다. 진짜 덥다. 졸림, 짜증이나 무력감 정도를 유발하는 종래의 천진난만한 무더위가 아니다. 올해의 여름은 폭력성과 가학성에 정치성까지 갖춘 고약한 찜 더위다. 폭염 피해자도 급증했다. 온열질환자가 지난달 23일 하루에 110명 발생해 모두 1303명(사망자 14명)으로 늘었고 그 중 45%가 당뇨 등 만성질환자라고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5일 중앙일보를 통해 발표했다. 날씨만 그런 게 아니다. 이런 저런 일로 열 받은 국민들의 체감 더위도 임계점(臨界點)에 근접한 것 같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내지 포용적 성장 정책으로 인한 자영업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위기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예측불허의 외교안보 환경을 둘러싼 대립 갈등의 장기화에 대한 깊은 우려가 그 뒤를 잇는다.

어쩌면 이러한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 허탈감과 무력증이 찜더위에 슬쩍 숨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건 반드시 치유되고 극복돼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각종 레저 스포츠와 음악?미술 등 문화 예술적 접근으로 정신적·심리적 면역력을 끌어 올리는 게 순서다.

그 음악적 대안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클래식 음악이 좋지만 접근성과 친숙도가 떨어지므로 잠시 뒤로 미루고 장르간의 이질적인 특성과 장점을 맛있게 버무린 ‘크로스오버’와 인기 뮤지컬, 팝송 스타일의 클래식명곡, 그리고 K-크로스오버 몇 곡을 제시해 본다. 모두 귀에 익은 곡들이고 유투브나 음반 구입도 쉬워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먼저 크로스오버 1세대 나나 무스꾸리. 그는 알비노니, 헨델, 모차르트, 슈베르트, 로드리고, 롯시니, 베르디 등 수많은 클래식 명곡을 대중 친화적이되 클래식 품격을 유지하는 독특한 창법으로 구사해 클래식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작품은 노래든 음반이든 다 좋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포크 아티스트 존 덴버가 함께 부른 ‘사랑인가 봐 Perhaps Love’(1980)는 일반 팝과 전혀 다른 감동을 만들어 내며 크로스오버 음악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칸초네 대가 루치오 달라의 전설적 테너 엔리코 카루소를 기리기 위한 ‘카루소’(1986)는 자신의 출생비밀이 담긴 슬픈 가사의 사모곡(思母曲)인데 파바로티와의 듀엣으로 9백만 장이란 대박 매출을 터트렸다.

시각상실 변호사 출신의 인기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이탈리아 국보급 팝 아티스트 주케로의 듀엣 ‘불쌍히 여기소서 Miserere’(1992)는 보첼리의 존재감을 과시한 성공작이다. 보첼리의 성공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주연으로 톱스타로 군림한 소프라노 사라 브라이트만과의 듀엣 ‘이별을 말할 시간 Time to say Goodbye’(1996)으로 이어져 팝페라 최고 불후의 명곡 반열에 올랐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테너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함께 노래해서 K-크로스오버의 원조격으로 평가되는 ‘향수’(정지용 시)가 있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한 오백 년’은 민요와 가요, 윤도현의 ‘아리랑’은 민요와 록 음악, 그리고 서태지의 ‘하여가’는 국악과 랩의 블렌딩이다. 결혼식 축가로 사랑받는 바리톤 김동규의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한혜경 가사)과 복음성가 ‘나를 들어 올려 세우시고(You raise me up)’는 뉴 뮤직그룹 시크릿 가든의 원곡번안이다. 

그 밖에도 멋지고 아름다운 크로스오버, 뮤지컬 또는 팝페라 음악이 많이 있으니 귀에 익은 위 음악들의 매력이란 강에 풍덩 빠져보는 게 어떨까. 심리적 면역력의 회복으로 올 찜 더위의 포학성을 물리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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