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책방향 ‘오락가락’
공정위는 최저임금 인상 등과 관련해 ‘가맹점의 최소수익 보장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쳐 최저시급 인상이 결국은 ‘을과 병의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협약에 가점을 부여하는 식으로 최소수익 보장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물류수익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며 프랜차이즈 본사의 마진구조를 물류 중심에서 로열티 중심으로 바꿔나갈 것임을 강조했었다. 이에 프랜차이즈 본사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프랜차이즈 필수품목 원가공개 제도에 따라 정보공개서를 통해 필수폼목 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공정위의 정책입장에 따르면 원가공개 다음 단계는 로열티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 이슈로 인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로열티 인상은커녕 인하를 요구받고 있는 분위기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필수품목 원가공개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영환경을 감안했을 때 로열티 인하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본사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갑갑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열티 인하는 가맹본사의 가치와도 연결되는 사안인 만큼 쉽게 검토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신 카카오톡 등을 통해 판매되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지원, 포스 관리비용 지원, 배달 수수료 지원 등 다양한 정책으로 가맹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운운하며 로열티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상생의 도구로 로열티 인하를 들고 나서냐”며 “대부분의 본사들이 경기불황 등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로열티 인상은 검토도 못하고 있던 상황이다. 본사들도 상생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사의 평가를 거쳐 등급이 높은 가맹점에 한해 로열티를 일부 면제해주는 브랜드도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정기 평가에서 일정 기간 이상 최고 등급을 받은 가맹점에게 로열티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해당 업체 본사 관계자는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로열티가 없거나 낮은 브랜드는 부도가 나고 말 것”이라며 “로열티 일괄 인하라는 주장을 넘어 장기적인 상생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선책은 ‘평당매출’
인건비 절감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프랜차이즈 업계는 인건비를 최소화해 ‘평당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콤팩트형 브랜드 개발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이다.
김가네㈜는 키오스크를 활용한 셀프 서비스 방식의 콤팩트형 매장을 준비 중이다. 부분 셀프 서비스로 홀 인력을 절감하고 원팩 식재료 비율을 높여 주방 인원을 절감하는 형태다.
현재 김가네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일매출 120만 원 기준 주방 3명, 김밥 1명, 카운터 1명, 홀 1명, 배달을 직접 할 경우 배달 1명을 포함해 총 7명. 콤팩트형 매장의 경우 주방과 카운터, 홀까지 최대 3명분의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
원할머니보쌈·족발을 운영하는 원앤원㈜은 최근 원할머니보쌈 족발 매장에 삼겹살 포장·배달전문점 핑크돼지를 결합한 복합매장을 오픈했다. 기존 브랜드에 신규 브랜드를 접목한 형태로 평당 매출 극대화를 노린 것이다.
원앤원 관계자는 “보쌈·족발 매장에 삼겹살을 굽는 시설이 추가되면서 족발·보쌈 고객과 삼겹살 고객을 모두 커버할 수 있게 됐다”며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점주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 매출이 얼마예요?”
장사 안 되는 점포 선호하는 알바생들
“알바모집 공고 내면 먼저 가게로 전화해 일 매출이 얼마냐고 물어요. 같은 시급이라면 바쁘고 힘든 곳은 피하고 편한 곳에서 쉽게 일하고 싶은 거죠.”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높고 바쁜 매장일수록 알바 구하기가 더 힘들다”며 “한참 전부터 최저시급보다 높은 시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구인은 여전히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식업체 관계자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일에 대한 인식이 철학과 노하우, 생산성 개념의 ‘Job’이 아닌 시간당 임금 개념의 ‘시간제 노동’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외식업은 이제 정크잡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시급 인상으로 최저시급에 해당하지 않는 기존 직원들도 급여 인상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라며 “가파른 최저시급 인상으로 매출이 올라도 수익률은 떨어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