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근래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외식사업은 지속되는 불경기에 인건비 부담가중까지 겹쳐 수익성이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 폐업 신고가 접수된 건수는 같은 기간 신규로 사업자등록을 한 음식점의 92.0%에 달했다. 10곳이 문을 연 대신 9.2곳이 폐업한 셈이다.
전쟁 중에도 잘 되는 음식점은 잘 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외식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가운데에서도 나름 선전하는 틈새시장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 서울의 ‘밤도깨비 야시장’이다. 밤도깨비 야시장은 서울시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벌여온 사업 중 하나이다. 지난 2015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여의도 한강공원 외에도 반포 한강공원, 청계천, 청계광장, 동대문 DDP,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등 6개 지역에서 열리는 시장이다.
말이 시장이지 상설시장은 아니다. 상반기엔 3월~7월초, 하반기엔 7월초~10월말까지 매주 금요일과 주말 오후 6시~밤 11시 즈음에 제한적으로 열리는 임시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요일과 토요일, 여의도와 반포 한강공원을 비롯한 밤도깨비 야시장에는 하루 2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밤도깨비 야시장은 흐르는 강물위에 도시의 야경이 출렁이고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장인이 손으로 만든 기념품 매대 앞에서는 백화점의 상품과는 또 다른 명품들을 발견할 수 있고, 친구 혹은 떠오르는 누군가를 위해 선물 하나쯤 사고 싶어지게끔 만든다. 개성을 한껏 드러낸 디자인과 독특하게 치장한 푸드트럭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이다. 먹을거리와 마실거리가 가득한 이곳에서 풍기는 음식냄새는 후각을 집요하게 자극한다.
무엇이 젊은이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는지 알만하다. 음식만을 먹으러 온 게 아니다. 여기서 음식은 결코 주가 아니고 부수적이다. 색다른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문화체험과 야외공간의 툭 터진 공간감을 즐기는 것이다. 게다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들고 다니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비교적 값이 저렴하단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가장 핫한 메뉴는 슈림프 요리와 스테이크다. 한식과 동남아 음식, 버거류, 음료 외에 디저트류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푸드트럭이 국내에 도입되던 초창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지자체, 공기관 등이 협력하여 제한적이나마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푸드트럭의 원활한 이동영업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음식의 전문성과 마케팅, 서비스, 위생 등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시작한 편의점은 현재 도시락으로 외식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서울의 밤도깨비 야시장도 틈새시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확대시켜 나가는지를 관찰해 보아야 한다. 시장의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핵심에는 소비자가 있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경영자의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