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가 된 골목길
핫 플레이스가 된 골목길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10.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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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한지수 혜전대학교 호텔조리외식계열 외래교수

트렌드를 선도하는 경리단길, 도심 속 연트럴파크 경의선 숲길, 최근 급성장하는 인스타 상권 망리단길 등 골목의 상업 환경은 각종 먹을거리와 체험으로 집약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태와 외식업 상권이 몰려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높은 임대료, 권리금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아지자 이것을 우회해 전국에서 개성이 넘치는 골목 상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한참 떠버린 골목들이 상가로 변한 대표적인 곳은 해방촌, 익선동, 연남동, 망원동 등으로, 이러한 핫 플레이스는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오래된 주거 밀집 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소외됐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좁은 골목길에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소규모 점포들이 모여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재창조되기도 하고 다양한 스토리와 함께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기도 한다. 지역단체에서는 연남동의 동진시장과 같은 재래 상권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 골목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한 동진시장은 장을 보러 오는 것보다 하나의 문화공간이자 아지트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골목들은 거창한 공간이나 화려한 콘텐츠를 추구하기 보다는 소박함과 인간미를 강조한다.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를 닮아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주변 가게에서 사온 음식과 술을 마시는 한가로운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낡은 주택 밀집 지역이 핫(hot)한 상권으로 바뀐 것일까? 이런 지역은 외부인의 유입도 많지 않고 거주민들의 구매력도 높지 않아 지가와 평균 임대료가 매우 저렴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마침내 이런 골목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동 인구가 늘기 시작했고, 임대료와 집값 상승이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발전하면서 중상류층이 진입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말로, 원래 주거 지역의 개발 및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쓰인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상업지역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업지역은 매우 빠른 변화와 주요 상권들이 새롭게 탄생하고 몰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과 문제점 때문에 이슈가 되었다.

골목 상권은 기본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 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반면,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 상권의 활성화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은 기존 상인이나 외부에서 진입한 상인들 모두 평균 소득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며, 부정적인 측면은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원래 거주민들이 오랫동안 머물던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골목길이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문화, 예술, 전통 그리고 이야깃거리와 맛있는 먹을거리가 가득한 우리의 소중한 골목문화를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술가, 주민, 상인 등이 협력해 골목 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공동체를 구축해 간다면, 임대료 상승을 막고 함께 번영하는 경쟁력 있는 골목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골목 문화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공동체 활성화에 필요한 지역 사회의 인재와 자원을 활용한 유용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골목상권을 더욱 매력적인 핫 플레이스로 성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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