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FR '거룩한 부활'은 가능한가
한식 FR '거룩한 부활'은 가능한가
  • 관리자
  • 승인 2006.11.16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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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과 '추락'의 기로에 선 '한식 패밀리레스토랑'
외식업계는 지금 우리 음식의 세계화가 당면과제다.
한류와 건강식 열풍이 더해지면서 지금이야 말로 한식을 세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음식은 발효음식에 기반을 두고 있어 슬로푸드,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두말 할 나위 없이 적합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일찌감치 예견한 일부 외식전문기업들은 주위의 만류에도 다소 생소한 한식 패밀리레스토랑을 런칭, 한식 FR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려 진땀을 빼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이티앤제우스의 불고기브라더스가 한식 FR을 표방하며 외식업계에 새로운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이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에게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으로 정의된다. 서비스 방식은 매장 입구의 환대서비스에서부터 좌석 선택, 음식제공, 계산까지 풀 서비스와 주문 후 15분 이내에 음식제공을 표방한다. 또 1만원 이상의 가격대, 메뉴는 대개 반 조리식으로 간단한 조리절차를 거쳐 고객에게 제공되는 레스토랑을 가리킨다.

한식 FR은 이러한 서비스 및 운영방식에 한식메뉴를 접목시킨 형태.
한식FR을 표방하고 있는 브랜드는 지난 1998년 문을 연 우리들의 이야기, CJ푸드빌(주)의 한쿡, (주)제너시스의 찹스 등이며 이들 업체들은 다점포 운영이 용이한 FR시스템에 한식 메뉴를 접목시켜 한식의 세계화를 꾀하는 게 탄생의 배경이며 최종 목표다.

그러나 해외진출을 위한 시도라는 점을 배제하고 실적으로만 평가한다면 영업의 바로미터인 매출은 패밀리레스토랑 절반 수준에 머물며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출점 역시 답보상태다.
우리음식의 세계화를 화두로 한식열풍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해외 진출을 목표로 런칭된 한식 FR의 현실을 짚어보고 향후 성장과제를 알아봤다.
■10여년간 답보상태 거듭

국내 최초의 한식 FR은 지난 1998년 JK푸드텍이 런칭한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조리과정이 복잡했던 우리 전통음식 중 200여 가지를 선정, 표준화된 조리 시스템을 구축, 주방장 없이 시스템에 의한 조리와 체계화된 교육, 인력 파견 시스템 등 해외FR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시작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식 메뉴에 서양화된 운영 매뉴얼을 채택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영업부진이 지속되면서 2004년 1월 소망화장품에 매각됐고 최초의 한식FR이라는 타이틀이 씁쓸한 영업실적으로 무색하게 남아있다.

이후 지난 2003년 1월 CJ푸드빌이 한정식바와 한식 메인메뉴를 접목시킨 한쿡을 런칭, 올림픽공원점, 대치점, N서울타워점 등을 오픈하며 한식 FR시대를 알리는가 기대를 모았으나 한쿡의 서브 브랜드인 ‘숯불구이 한쿡’을 런칭하며 사실상 한쿡의 실패를 시인하는 분위기다.
한쿡은 100여가지 메뉴를 선보이는 한정식 바와 화로숯불갈비, 고추장바베큐폭립 등 메인메뉴 및 전통을 현대식으로 선보인 분위기 등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달 대치점을 폐점한 상태며 대치점에는 내달 씨푸드오션과 숯불구이 한쿡이 들어서게 된다.

지난 2005년 제너시스가 궁중요리의 현대화를 지향하며 런칭한 찹스는 기존 고가의 한정식과 서양식 FR의 틈새를 공략한다는 컨셉으로 문을 열었으나 1호인 논현점이 11개월 만에 임대료 문제 등으로 올림픽공원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추가출점은 없는 상태다.

■한식 FR, 저성장 이유는..
남녀노소의 폭넓은 고객층은 물론 건강 지향적 메뉴에 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 한식 FR의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1. 시스템 부족
야심찬 출발과 달리 한식 FR은 대부분 1~2개점 출점에 그치고 있으며 매출 역시 서양식 FR의 절반수준인 월 1억5000만~2억원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식FR의 저성장은 시스템의 부족이 가장 큰 것으로 업계는 지목하고 있다.
한식은 메인요리 위주의 서양식과 달리 메인요리와 김치, 국, 밑반찬 등의 사이드요리의 질과 양이 브랜드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드요리는 고객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함께 한식은 국물이 많은 습식요리이기 때문에 국물의 양이나 불의 조절에 따라 맛과 식감이 바뀌므로 건식의 서양식보다 표준화하기가 까다롭다.
이는 곧 시스템이 아닌 메뉴 중심의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표준화, CK를 통한 대량생산화, 서비스 및 운영체계의 매뉴얼화, 인재 발굴 등의 과제가 선행되지 않은 것이 한식 FR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과거 손맛으로 미화된 조리법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가격등락폭이 심한 농수산물을 주재료로 해 균일한 품질, 일정한 가격의 식자재 수급이 어렵다는 것도 체계적인 원가율분석, 재고분석 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인력의 부족도 한 요인. 찹스의 경우 연간 메뉴개발에 투입되는 비용만 3억원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자체 전문 인력이 아닌 외부 컨설팅 위주로 메뉴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2. 한식에 대한 강한 고정관념
한식에 대한 고정관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업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객들은 갈비전문점, 비빔밥 전문점 등 단품만을 취급하는 전문점과 같은 깊이의 맛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음식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주관적인 것도 장애요소다.

서양식 메뉴를 취급하는 해외 FR의 경우 맛에 대해 덜 까다롭고 맛에 대한 기준을 각 브랜드에서 형성할 수 있지만 한식의 경우 고객 개개인이 갖고 있는 기준이 있어 맛에 대한 평가가 천차만별이라는 것.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한식 FR의 경우 메뉴만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한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입장이다.
우리들의 이야기의 경우 최초로 한식을 표준화하고 기존 좌식 위주의 한식집의 고정관념을 탈피, 입식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서비스 방식 역시 FR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한쿡은 양념 맛의 우리 음식을 양념을 분리시켜 제공, 한식의 양식화된 메뉴 스타일을 시도하기도 했다. 찹스는 궁중음식과 이중조리법을 도입해 고기류의 기름기를 빼낸 건강식 구이요리를 선보였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맛과 다르다’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잘못된 음식으
로 치부하는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주관성이 강하게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인정한다”며 “메뉴에 국한하지 말고 새로운 서비스, 조리방식, 분위기 등의 시도 역시 눈여겨 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3. 일관된 컨셉 유지 의지부족
일각에서는 브랜드가 정착되기도 전에 영업부진을 이유로 잦은 컨셉의 변화가 고객들로부터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쿡의 경우 숯불구이 한쿡으로 컨셉을 변경했는데 숯불구이 한쿡은 양념갈비, 불고기 등 고기류를 주 메뉴로 선보이고 한쿡의 한정식바는 20여 가지로 대폭 축소시켰다.

찹스의 경우 단독 브랜드로 운영했던 것에서 올림픽공원점으로 이전하면서 BBQ의 브랜드라는 점을 어필한 것이 인지도 구축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치킨업계에서 BBQ는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구축하고 있으나 BBQ와 한식FR은 연결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해외진출을 최종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영업은 연습게임식으로 임하는 자세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정 과제
한식FR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서양식 FR의 시스템과 매뉴얼에 한국식 정(情)적인 서비스가 접목되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또 원가부담율(현재 평균 50%), 재고분석 등 보다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 정비와 정형화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정적인 서비스 기법 도입 또한 시급한 해결 과제다.

한식의 원재료는 가격등락폭이 심한 농수산물이기 때문에 생산시기와 장소, 지역, 주력으로 재배되는 시점 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맛을 배가시키고 원가율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2만원대의 객단가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매뉴얼에 의한 조리가 필수지만 전문조리사의 부분적인 도입도 검토되어야 할 점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철저한 매뉴얼에 의한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또 다품종 메뉴 컨셉에서 벗어나 세트메뉴 개발, 경쟁력 있는 메뉴군을 중심으로 한 메뉴개편 등 운영적인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며 표준 레시피 작업 역시 지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반 한식집과 차별화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키 위한 타깃 마케팅도 요구되어 지고 있다.

손수진 기자 star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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