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인가, 포로인가
나는 프로인가, 포로인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10.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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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시론]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최근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음식점 폐업 신고 건수는 같은 해 신규 음식점 사업자 등록 건수의 92%에 달하는 수준으로 지난 2011년(93.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이는 쉽게 말해 음식점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9곳은 문을 닫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폐업률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경기불황이라는 환경적 이유만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와 함께 고용도 감소하는 고용쇼크로 이어지면서 중소 외식사업체들의 경영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순차적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외식업계의 고용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한동안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고충으로 인한 폐업 현상은 다른 산업에 비해 외식산업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그만큼 열악한 경영환경 속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업경영에 있어서 외부적인 환경 속성들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통제 가능한 내부 속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연일 경기침체와 폐업률이 높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세상 탓만 하는 타성에 젖게 된다면 그런 사업체는 영원히 긍정적인 경영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자영업자라서 어렵고 독립업체라서 더 어렵다는 고정관념도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도 망하고 대기업도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속출하는 요즘이다. 사업이 안 된다고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렇게 외부 환경이 어려울수록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원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누구나 좋아할 수 있고 심지어 전문가도 될 수 있다. 매일 접하면서 개인적인 감각과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들에 의해 평가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 없고 고도의 전문성도 공인되기 어렵다. 각종 방송매체에 범람하고 있는 현상도 음식이 갖고 있는 복합성과 같은 특성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보니 고도의 전문성을 갖출 만큼 준비하지도 않은 채 사업성과만을 기대하면서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아마추어’들이 일색이다. 소위 ‘프로(professional)’가 덤벼들어도 성공할까 말까 하는 외부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곳이 외식산업인 셈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추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하는 반면에 프로는 대중이 좋아하는 것 이상을 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프로를 선망하고 아마추어들은 대중을 갈망한다. 외식사업을 하면서 손님들이 내 음식을 찾아오는지 내가 손님들을 찾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창업을 생각해서도 안 되고 창업을 생각한다면 프로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손님 없는 빈 가게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온 종일 손님만 기다리는 아마추어들에게 외식사업은 창살 없는 감방이 따로 없다. 잠시 가게를 비울 일이 생겨도 그 사이에 손님이 올 것만 같은 생각에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지만 문 닫을 시간이 되면 결국 허무함이 밀려오고 내일은 좀 낫겠지 하는 위안도 잠시, 그것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고객만족이라는 경영목표는 딴 세상 얘기가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창업시장에 뛰어든 대다수 아마추어들이 오늘도 빈 집의 포로가 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쳐가면서 오늘날 자영업자 폐업률 최고를 만드는 속사정일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단 현실 모르는 얘기보단 ‘나는 프로가 될 것인가 아니면 포로가 될 것인가’를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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