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부터 구이까지 닭의 색다른 맛, 특수부위
꼬치부터 구이까지 닭의 색다른 맛, 특수부위
  • 우세영 기자
  • 승인 2018.11.22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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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152의 야키토리 모둠.
쿠시152의 야키토리 모둠.

사위가 와야 잡는 씨암탉으로 귀한 닭백숙을 먹을 때도, 아버지가 사온 전기구기 통닭을 온 가족이 나눠먹을 때도, 세계적인 치킨공화국이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닭고기가 꾸준히 소비되는 동안 묵묵히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온 ‘닭 특수부위’. 싼 맛에 먹던 저렴한 식재료에서 세분화된 부위로 1인분 1만 원대를 지불하고 즐기는 어엿한 구이메뉴가 됐다. 콘셉트를 가다듬고 변신에 성공한 닭 특수부위 이야기다.
우세영 기자 sywoo@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기자 ezho@·업체 제공


낯설면서도 익숙한 특수부위, 어떻게 즐겨왔을까
닭의 활용 방법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하다. 서양권에서는 닭간으로 파테를 만들어먹거나, 우리나라 편육처럼 닭발을 젤라틴이나 지방으로 굳혀 테린으로 만들어 먹어왔다.
아시아권 특히 대만·중국 등 중화권에서는 닭벼슬·닭뇌부터 꼬리 비계까지 안먹는 부위가 없다. 반면 한국인의 닭 취향은 상대적으로 고상한  편으로 목살, 닭발, 껍질, 안창살 등의 살 부위와 닭곱창, 염통, 간 등의 내장 부위를 주로 즐긴다.

닭 특수부위를 즐겼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닭요리가 다양한 대구가 등장한다. 한국전쟁 이후 대구 수성구 황금동을 중심으로 도계장과 양계농장이 들어서며 닭 유통이 많아졌고, 1970년 칠성시장에 계육가공회사가 생기면서 일대를 중심으로 닭내장볶음집이 많이 생겨났다.

닭곱창(창자)은 닭내장으로 통칭하며 양념으로 맛을 내 볶음 외에 탕으로도 즐겼다. 수성못 주변에는 닭발집이, 동구 평화시장 일대에는 닭똥집 골목이 생겼다.
2000년대 이후 외식시장에서는 소·돼지 등 육류 전반에 걸쳐 부위와 품종이 다양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다양한 부위와 품종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그만큼 커졌다.

반면 닭은 현재까지도 상품성 발달 정도에 있어 소·돼지보다 뒤쳐져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닭의 품종이 다양하고 지역별로 유명한 닭이 있는데, 한국도 재래닭·토종닭·오계 등 닭 종류가 있지만 일본에 비해서는 상품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다.

변신 꾀하기 시작한 닭 특수부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닭고기 희소부위가 안창살, 엉덩이살 등의 이름을 달고 등장하는가 하면 닭목살 같은 비선호 부위 또한 특수부위로서 콘셉트를 재정비하고 ‘제값’을 받는 어엿한 육류 구이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세미계, 망원두꺼비집, 계식당, 계양간, 꼬끄더그릴 등 닭고기 구이 전문점이 생겨나며 1인분 1만 원대 이상의 낮지 않은 객단가를 받고 있다.

망원두꺼비집을 방문한 직장인 오정유 씨는 “예전에도 닭갈비 구이집은 있었지만 목살이나 닭곱창을 구워먹는 메뉴는 처음이다”며 “흔하지 않은 메뉴라 오늘 모임 구성원들이 모두 회식장소를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2019 빕구르망에 선정, 연예인 이영자 씨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세미계는 모던한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즐기는 닭구이 전문점의 시초 격인 브랜드다.

세미계 김현철 대표는 “2015년 오픈 당시 한국시장에서는 닭고기 구이를 본격적으로 구현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블루오션으로 상당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며 “앞으로도 다른 육류처럼 닭에 대한 연구와 소비자 호응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내장류 저렴, 살코기 부위는 원육 고급화 시작
닭 내장, 꼬치용 특수부위는 현재 인터넷에서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고 가격 등락도 거의 없어 비교적 안정적인 식재료다. 염통, 간 등 내장류 특수부위의 가격대는 손질이 다 된 제품이 kg당 5천 ~6천 원 선으로 저렴하다.

닭곱창전골 전문점을 18년 간 운영해온 박 모대표는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물가상승에 비례해서 급등한 적은 없다. 좀 더 신선한 거래처를 찾기 위해서 바꾼 적은 있지만 수급이 모자라 곤란한 적은 없다”면서 “특히 곱창을 포함한 내장부위의 선도는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지만 그에 비하면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내장 부위의 경우 돼지곱창처럼 여러 차례의 세척이 필요하거나 소곱창처럼 노하우를 요하는 연육 과정도 필요치 않다. 손질이 다 된 상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식재료 준비 과정이 간단해 업소 운영과 관리가 편리하다.

반면 살코기 특수부위(안창살, 엉덩이살, 목살 등)의 경우 꼬치용은 돼지고기 도매가와 비슷하거나 저렴한 편이나, 구이용은 다소 비싸다. 가격이 비싼 큰 닭을 사용해야 하고 구이 메뉴의 상품성 즉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좀 더 까다로운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구이용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거의 없어 업소마다 살코기 스펙을 가공 업체에 따로 주문해 공급받거나 자체공장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세미계는 2015년 이태원 1호점 오픈 이전부터 구이용 특수부위를 가공할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구축해 필요한 스펙에 맞는 원육 물량을 확보했다.

특수부위 구이 전문점 계식당 전용범 대표는 “현재 2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고 가맹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맹점 유통용 닭고기 가공 시설을 구비했다”며 “가맹점에 제공하는 구이용 원육 가격은 일반적인 꼬치용 제품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대략 1.5배 정도 비싼 가격에 납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모던하게 풀어낸 야키토리 모둠 ‘쿠시152’
쿠시152는 일본풍 정통 야키토리 전문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키토리 바(bar)다. 일본 현지에서 캐주얼하게 즐기는 야키토리 메뉴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콘셉트로 강남구 삼성로 일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분위기 좋은 바로 소문났다.

쿠시152의 야키토리 종류는 총 12가지. 이 중 염통·모래집·연골·껍질·목살·발 등 닭 특수부위 꼬치의 종류만 7가지 이상으로 다양한 특수부위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하루 사용하는 닭은 평균 5마리 내외로 생닭을 통째로 구입해 매장에서 직접 발골해 사용하는데, 염통이나 목살 등 양이 적게 나오는 부위는 손질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다.

야키토리는 닭의 살과 각 특수부위가 가진 맛을 그대로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안창살이나 엉덩이살 등 살코기 부위는 별도의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간수 뺀 천일염만으로 간을 해 원래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깨끗하게 손질한 내장 부위는 원물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감칠맛을 더해주도록 자극적이지 않은 소스를 사용한다. 처음 접하는 고객은 완벽하게 세척을 하더라도 내장 고유의 잡내가 쿰쿰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깊고 일정한 맛을 내는 쿠시152 소스의 비결은 바로 적장이다. 정해둔 양을 사용하고 난 뒤 보관해두었던 소스와 새로 만든 소스를 일정한 비율로 배합해 5일 간 숙성해두었다가 사용한다.

숯불구이 방식이 아닌 비장탄을 이용해 고온에 구워 내는 것도 깔끔한 야키토리 맛을 내는 방법이다.
살코기와 내장 부위는 기름진 정도나 모양에 따라 알맞게 익는 속도를 고려, 굽는 순서를 조절해 한 번에 서빙하거나, 불에 한꺼번에 올려 먼저 익는 순서대로 코스처럼 서빙하기도 한다. 바 좌석에서 야키토리를 주문하는 고객은 구이판에서 금방 내려온 야키토리를 눈으로 먼저 즐길 수 있어 반응이 좋다.

 

닭, 새롭게 경험하라 ‘세미계’

세미계는 육류 구이 외식 메뉴 중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닭고기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브랜드다. 춘천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닭고기 구이 문화의 확대를 목표로 2015년 용산구 대사관로에 오픈, 2019 빕구르망에 선정되고 수많은 유명인이 단골로 찾는 맛집으로 회자되는 등 불황도 타파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메인은 구이로 익숙한 닭갈비와 이색적 부위인 닭목살 두 가지다. 각각 소금·양념·간장 맛을 선택할 수 있다. 소금구이는 미국식 치킨 조리법 가운데 하나인 버터밀크 염지로 부드러우면서 소금 염지와는 또 다른 감칠맛을 느낄 수 있게 조미하고, 양념구이는 고추장 베이스의 소스, 간장구이는 일본식 간장과 한국식 간장을 배합해 만든 소스를 발라 10분가량 초벌한 후 서빙한다.

닭구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신선했지만 세미계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탁월한 감각의 사이드메뉴 때문이다. 타코 전문점 ‘그릴5타코’를 기획했던 김현철 대표의 후속작이기도 한 세미계는 타코에서 영감을 얻은 이색적인 반찬과 사이드메뉴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반적으로 육류 구이와 많이 즐기는 메뉴이면서도 조금씩 변주해 특색을 준 것이 특징. 마약치즈뚝배기는 모차렐라 치즈가 아닌 에멘탈 치즈와 토마토를 5:5로 섞어 고기를 완벽히 감싸는 묵직한 질감으로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파김치볶음밥은 세미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김 대표가 어린 시절 젓갈로 유명한 전라도 곰소 지방에서 먹었던 파김치를 공수해 조리하는 볶음밥은 주방에서 웍으로 볶아내 테이블에서는 바로 떠먹으면 된다. 닭고기 구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또띠아·쌈채소·명이나물·치즈퐁듀·장아찌·소스 등 다양한 반찬을 제공한다. 올리브유에 버무린 양파, 마요네즈, 쌈장도 닭을 한 점, 한 점 즐길 수 있게 한다.

 

국물 자작 닭내장 볶음 ‘원조 닭모래집·닭내장 전문’
인천 연수동 맛집 거리의 터주대감 ‘원조 닭모래집·닭내장 전문’은 닭내장과 닭근위를 자작하게 볶아낸 닭내장볶음으로 단골들에게 25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곳이다.
닭내장볶음은 요리에 취미가 있던 박백순 대표가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직원 식사로 종종 차려내던 메뉴. 박 대표의 고향인 충청도 진천에서 어릴 적 먹던 음식을 떠올리며 재현한 닭내장볶음에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제조업을 정리하며 내장볶음을 메인으로 한 외식업소를 오픈하게 됐다.

닭모래집, 닭곱창, 닭다리살을 자작하게 볶아내는 닭내장볶음은 물을 하나도 넣지 않고 닭고기와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과 매콤 달콤한 양념장으로 맛을 낸 볶음요리다.

양파와 청주, 고추장, 후추, 마늘, 양파, 다시마 등 19가지 재료를 배합해 만든 양념장과 채소와 고기에서 우러나온 수분이 더해져 감칠맛이 뛰어난 국물이 생긴다. 국물 맛이 워낙 좋아 양념국물을 활용하는 쫄면과 볶음밥 등 사리의 인기가 특히 높다. 깻잎을 듬뿍 넣어 내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냄새를 잡은 것도 포인트다. 내장을 좋아하는 고객은 닭내장볶음을, 닭다리살도 먹고 싶은 고객은 모듬볶음을 주문하면 내장을 비롯한 모래집, 닭다리살 등 여러 부위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닭내장볶음이라는 메뉴 자체가 흔하지 않아 경쟁력 있지만 단가가 저렴한 식재료다보니 메뉴 가격을 책정하거나 인상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원조 닭모래집·닭내장 전문’은 최근 가격을 인상하면서 기존 메뉴의 가격을 높이지 않고 닭고기와 내장의 양을 늘린 (특)메뉴를 고안해 고객의 거부반응 없이 메뉴 가격을 높였다. 박 대표는 “인근에 메뉴를 모방한 매장도 여럿 생겼었고, 레시피 전수를 통해 서울에 오픈한 매장도 3곳이나 있었으나 오래 운영하지 못했다. 시기적절한 전략과 지속적인 고객 피드백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우세영 기자  |  sywoo@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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